고용노동부가 ‘업무상 질병입증책임을 피해근로자가 아닌 근로복지공단과 사업주에게 부과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거부했다.
‘업무상 질병입증책임배분’은 최근 삼성반도체 백혈병피해자사건으로 공론화된 사항이다.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생겨난 상황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승인을 거부했고, 질병과 업무의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그 동안 재판에서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인권위는 이에 지난 5월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첨단전자제조업이 발전하면서 산재입증이 쉽지 않고, 노동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산재보상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질병과 업무의 인과관계를 피해근로자가 아닌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을 개정하라”고 고용노동부장관에 권고한 바 있다.
또 업무상 질병인정기준을 정기적으로 추가, 보완하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독립성, 공정성, 전문성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노동부는 업무상 질병인정범위확대와 질병판정위의 전문성강화는 계획을 세워 추진중이라고 답했으나. 입증책임에 대해서는 “업무관련성을 밝히기 어려운 질병에 무분별한 보상과 과도한 재정지출이 우려돼 수용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노동부 문기섭산재예방보상정책관은 “입증책임을 공단에 부과한다면 의학적인 연관성이 명백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모두 보상금을 지급해야 해 보험기금재정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인권위 관계자는 “피해근로자들이 고도의 전문성과 시간, 비용을 요구하는 의학적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며 “이와 관련된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주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