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너도나도 파업, “더 이상 못참아”
MBC(문화방송)노조의 파업이 92일째를 맞았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뒤로 5번째, 김재철사장이 취임하고 나서 2번째 파업이다. ‘김재철사장 퇴진’을 내걸고 1월30일부터 시작된 MBC파업은 다음주 화요일에 꼬박 100일을 채운다. 노태우시절의 파업기록 52일을 훌쩍 넘어섰다.
김재철사장은 뉴스‧시사프로그램 통제와 불공정인사조치, 권력눈치보기 등으로 ‘낙하산 사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 김우룡전이사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김재철사장은 대주주인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의 의사보다 청와대의 의사가 반영돼 사장에 임명된 케이스’라고 밝힌 바 있다.
MBC노조는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인터넷방송 ‘제대로 뉴스데스크’와 ‘파워업 PD수첩’ 등을 내보내고 장충체육관에서 파업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참신한 파업활동을 계속해왔다. 허나 사측은 노조간부들에 대해 개인재산가압류를 신청하고 파업기자들을 무더기로 징계하는 등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KBS(한국방송)새노조 역시 지난 3월2일 KBS기자협회소속기자 200여명의 제작거부에 이어 3월6일부터는 전면총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KBS새노조는 공정방송의 복원을 위한 보도본부장의 임명철회와 김인규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오늘로 60일째인 KBS새노조의 파업 역시 KBS역사상 파업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KBS새노조는 유튜브로 내보내는 ‘리셋KBS뉴스’를 통해 민간인사찰을 쟁점화시키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KBS사측도 파업에 대해 강경대응중이다. KBS새노조공정방송추진위원회 최경영간사는 팟캐스트방송 ‘시사난타H’에 출연해 “KBS는 파업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A, B, C, D등급으로 나누는데 A등급 같은 경우에는 거의 월급이 안나온다”며 “(조합원들의 등급을 매기기 위해) 회사쪽에서 매일 (집회현장에) 와 있다, 거의 사찰팀 같다”고 말했다. 최간사는 지난 22일 파업의 첫 해고자가 됐다. 사유는 사규상 성실‧품위유지 위반이었다.
한편 지난 24일 팀장급간부 22명이 파업에 동참한데 이어 KBS1노조까지 파업을 결행하기로 했다. KBS1노조는 20일 “조합원총파업 찬반투표결과 파업안이 가결돼 5월3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미 파업중인 새노조와의 연대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YTN노조는 3월8일~10일의 3일파업을 시작으로 4월20일 7차총파업까지 회사와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역시 낙하산인사에 반대하고 방송의 공영성‧공정성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다. SBS는 파업을 하고 있지 않지만 앵커들이 검은 옷을 입고 뉴스를 진행하는 등 언론사 파업을 지지하는 뜻을 보여주었다.
MBC, KBS, YTN 등 파업중인 노조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방송을 제작해 새로운 형태의 파업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파업이 뉴스보도를 활성화시켰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여기에 전국언론노조와 해직언론인들이 제작하는 팟캐스트방송 ‘뉴스타파’도 한몫을 하고 있다. 3사노조가 함께 합동파업콘서트를 기획해 성황리에 진행하기도 했다. 5월2일에는 또다시 합동으로 노숙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편 방송사이외에 신문사들의 파업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민일보는 오늘로 파업 130일을 맞는다. 이 기나긴 투쟁의 목적은 편집권독립과 경영정상화 등 조용기목사일가의 통제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언론을 만드는 것이다. 월급이 끊긴 지 오래인 파업기자들은 한우공동구매를 실시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노사간의 협상이 시작됐지만 의견차가 크다.
연합뉴스의 파업도 47일째다. “바른 언론은 우리의 마지막 보루”라며 파업에 돌입한 연합뉴스노조는 박정찬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공정보도의 기틀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끝이 안보이는 파업, 박근혜 “파업을 왜 하죠?”
언론장악 총선패배에 영향, 언론사파업 꼭 승리해야
사상최초의 방송3사동시파업으로 청와대 등 위로부터의 낙하산사장임명과 방송통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방송사노조들이 파업중에 자체적으로 제작해 내보내는 ‘제대로 뉴스데스크’나 ‘리셋KBS뉴스’, ‘뉴스타파’ 등의 컨텐츠들은 수십만에서 수백만 이상의 다운로드수를 기록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수십일에 걸쳐 벌어지는 5개 언론사들의 파업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중동 알자지라방송을 포함해 영국 이코노미스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남코리아의 방송파업사태에 대해 보도했다.
하지만 파업이 길어질수록 파업중인 언론인들의 생계는 어려워지고 사측의 강경대응입장도 바뀌지 않고 있다. 이른바 ‘낙하산사장’들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곧 구성될 19대국회에서 언론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비대위원장은 “YTN이 파업을 왜 하죠?”라는 무지한 발언으로 대선주자로서의 자격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에도 언론사파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반면 야권은 언론사파업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는 추세다. 통합진보당 심상정공동대표는 KBS파업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언론파업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적극지지를 표명했다. 민주통합당 문성근대표권한대행도 “낙하산 사장들을 퇴출시키고 언론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명박정권4년동안 낙하산인사 등으로 장악된 언론은 19대총선 야권패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김용민 막말파문에서도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방송3사가 힘을 발휘했다는 의견이 많다. 이대로라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언론에 의해 광우병쇠고기도 민간인사찰도 또다시 묻힐 가능성이 높다. 언론인들의 파업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다.
강주명기자
등록일:2012-04-30
*출처 : 21세기민족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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