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획기사에서 집중보도한 것처럼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시행으로 많은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복수노조갈등이라 하면 민주노조와 어용노조의 싸움을 기본적으로 떠올리지만, 민주노조끼리의 복수노조분쟁도 적잖이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충남에서 벌어진 학교비정규직 조직화과정에서 생긴 분쟁이다.

 

2010년 하반기에 민주노총 충남본부는 ‘비정규직없는충남만들기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산별노조와 각계시민사회단체를 망라했다. 주요사업으로 지자체공공기관비정규직조직, 학교비정규직조직, 불법파견비정규직조직을 제시했고 본부와 담당산별로 주체도 정했다. 본부와 담당노조, 교육의원이 하나의 팀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실태조사까지 진행했다.

 

2011년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조직화를 진행하려는데 정파조직이 주도한 새로운 조직흐름이 나타났다. 정파조직은 공조직보다 선수쳐서 조직사업을 선점했다. 공조직에서 문제제기를 하며 제어해보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민주노총충남본부는 하릴없이 조직화경쟁에 뛰어들었다. 결국 두종류의 민주노총명함이 각현장에 뿌려지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말았다. 현장노동자들은 혼란속에 제각기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하나로 통합해서 오라고 호통치며 가입을 거부하기도 했다.

 

조직으로 갈라지게 되면 결국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이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파국을 막기 위해 민주노총충남본부는 조직통합을 제기했다. 하지만 통합에 별 관심이 없는 정파조직은 형식적인 만남만 몇차례 가졌다. 조직통합을 협상하는 중에도 자파조직사업을 끊임없이 전개했고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형식적인 통합논의는 결국 결렬됐다.

 

민주노총충남본부는 정파조직이 민주노총소속이 아니었으니 명의도용이고, 공조직에서 이미 공개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던 사업을 어지럽힌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총연맹에 문제를 제기했다. 객관적인 증거가 제시됐지만 민주노총충남본부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파조직은 민주노총충남본부에 대해 노골적인 공격을 하면서 자신들의 조직을 합리화시켰다. 공조직의 체계와 질서, 상식은 땅에 떨어졌고, 총연맹까지 개입했으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일부 총연맹관계자는 같은 정파라 그런지 노골적으로 그 정파를 비호하기까지 했다.

 

학교비정규직조직사업에서 발생한 분쟁은 전국에서 유사한 일들이 벌어졌다. 학교비정규직조직사업이 분위기가 좋고 되는 사업이다 싶으니까 이곳저곳에서 다 달라붙었다. 표면상 공조직의 이름을 내세웠지만 그 속내는 정파적인 이해와 요구가 짙게 깔렸다. 대의명분으로는 하나의 조직으로 가야한다는 데 반대하지 못했지만 실제는 자파의 손익계산에 따라 움직였고 하나의 조직은 불발됐다. 일부는 공공운수에 들어갔고, 일부는 교육대산별 참여주체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새로운 산별노조가 됐고, 일부는 기존 자기조직에 머물렀다.

 

우여곡절 끝에 각개약진 하는 것으로 조직화문제가 일단락되나 싶었는데, 이중가입문제와 교섭권을 둘러싸고 다시금 분쟁이 시작됐다. 공동투쟁을 전개하자는 취지로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학비연)까지 출범했으나 지역에서 곪아온 뿌리 깊은 불신은 연대체 하나 내온다고 해소될 리 없었다. 학비연에 가입한 세조직이 동등하게 교섭권을 행사하기로 했으나 잘 실현되지 않았다. 충남에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전국학비노조)가 다수고,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비노조(=전회련)가 소수다.

 

전국학비노조는 10명의 교섭위원중 자신들이 9명을 할 테니 전회련이 1명 참가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전국학비노조는 조직화 숫자이자 사업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조합원이 월등히 많은 자신들이 9명 들어가는 게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회련충남지부 김미복사무국장은 “전국학비노조충남지부의 주장은 학비연의 공동투쟁정신에 어긋나고 소수노조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등 민주노조정신을 위배했다”고 비판했다.

 

교섭위원문제로 마찰을 빚던 두조직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충남도교육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아 분쟁이 일단락된 상황이다. 충남도교육청은 자신들이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 교섭응낙가처분이 받아들여지고 단체교섭이 시작되면 다시금 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자기조직이 다수일 때는 패권을 일삼던 사람들도, 거꾸로 소수일 때는 민주노조정신을 운운하며 다수노조를 비난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학교비정규직조직사업을 가장 먼저 전개한 것은 서울일반노조다. 곽노현교육감과 공동정책을 마련하고 협약식도 하고, 선거운동도 열심히 했다. 당선된 이후 계획에 맞게 조직화를 진행했으니 조합원 숫자도 많았다.

 

서울일반노조의 경우 애초 조직화 계획이 구육성회직, 조리사, 조리원 3개직종이었다. 직종도 3개에 불과하고, 전국조직이 아닌 서울지역일반노조는 학비연에 가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서울일반노조는 교섭창구단일화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조가 됐고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서울지역학교비정규직조직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학비연소속 노조들은 서울일반노조의 행태에 대해 패권이고, 공동투쟁의 정신을 위배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교섭대표노조이의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분쟁에까지 이르게 됐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는 잘 본다’는 속담이 어울릴 법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교섭권뿐만 아니라 조합원을 두고도 분쟁은 지속되고 있다. 저쪽 노조를 탈퇴하고 자신들의 노조가입을 권유하는가 하면, 탈퇴를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이중가입이 가능하니 그렇게라도 하라며 자기조직 몸집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처럼 민주노총조직사업이 자파세력확장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비단 학교비정규직조직사업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충북지역노조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대전 충남대학교 미화원, 충남의 공주대학교 미화원들을 조직해서 문제가 됐다. 지역 민주노총 각급조직들이 왜 충북이 충남과 대전을 조직하느냐고 제기했더니, 자신들은 편의상 ‘충북’이란 글자를 넣은 거지 규약상 전국조직이라고 강변했다. 충남대의 경우 민주노총대전본부와 공공운수노조가 전략조직화를 계획했던 사업장이라 문제가 됐다.

 

또 공주대의 경우도 상담이 있어서 조직했다고 하지만 충남에 충남지역노조가 있는 것은 활동가라면 다 아는 사실이고, 조직상담이 제기되면 해당 조직에 연결해주는 것이 통례이고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했다.

 

한술 더 떠 충남에서 학교비정규직을 조직했던 정파조직이 충북지역노조와 함께 충남지자체무기계약직조직사업을 진행하는 데까지 이른다. 충남지자체무기계약직조직은 비정규직없는충남만들기운동본부 사업의 일환으로 민주노총충남본부와 충남지역노조가 2011년부터 진행해왔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자 충북지역노조는 민주일반연맹에 가입하여 명칭을 ‘민주일반연맹 지역노조’로 바꾸고 그 안에 ‘충남본부(준)’을 내온다. 그러면서 산별노조가 조직사업하는데 뭐가 문제냐며 도리어 큰소리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파가 문제다. 복수노조가 문제도 결국 정파가 문제다. 공조직의 탈을 쓴 정파의 패권과 만행이 문제다. 민주노총의 구조적한계를 적극 활용하며 자파세력확장에만 몰두하는 정파가 문제다. 자신들이 불리할 땐 민주노총정신 운운하다가 힘이 좀 세다 싶으면 패권을 부리는 정파가 문제다. 정파는 25년 역사의 만도노조를 무너뜨렸고, 갓 태어난 학비노조를 뒤흔들고 있으며,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조직의 노동자들을 편 가르기하고 있다. 정파의 패권과 만행을 바로잡지 않는 한 민주노총 내의 복수노조갈등 놀라울 게 없다. 오히려 자연스럽다.

 

진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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