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폐업이 29일 현실화됐다. 

경상남도는 103년역사의 공공의료병원을 '적자'를 이유로 폐쇄했다. 

'적자'가 이유라면 진주의료원을 신호탄으로 앞으로 더많은 지방공공의료원들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29일 한겨레보도에 따르면 2011년기준 지방의료원의 부채는 진주의료원이 253억, 군산의료원이 416억원, 부산의료원이 368억원, 서울의료원이 315억원 등이다. 

정백근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교수는 "진주의료원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의료원을 폐쇄한 사례가 선례가 돼 경영형편이 어려운 다른 의료원으로 도미노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4월23일 한겨레는 「진주의료원과 아파치」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미국의 무기도입과 공공의료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번에 박근혜대통령이 방미에서 미국에 약속한 아파치헬기 36대도입비용이 1조8000억원이고, 진주의료원을 포함한 전국 지방의료원 34곳의 2011년 한해 적자총액이 655억이다. 

칼럼은 '1조8000억원을 주고 아파치가디언36대를 사는 '선택'을 하면 전국 34개 지방의료원적자총액을 28년간 메울 수 있는 복지를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는 복지 등 다른 분야를 포기하고 아파치를 선택해야 할 절실한 이유를 명쾌하게 군이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칼럼전문이다.

 

진주의료원과 아파치 


경남도는 한해 적자가 60억원 안팎이고 누적 적자가 300억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진주의료원의 문을 닫으려고 한다. 육군은 2016년부터 3년 동안 1조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형 공격헬기인 미국 보잉사의 ‘아파치 가디언’ 36대를 사기로 했다.


진주의료원과 아파치 헬기는 어떤 관계일까? 언뜻 아무 관계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진주의료원)와 군비(아파치)의 관계를 기회비용 개념으로 설명한다. 맨큐 교수는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대개 다른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한다”고 기회비용을 설명한다. 군비(아파치)에 돈을 더 쓸수록 복지(진주의료원)는 낮아진다는 얘기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서구 사회에서는 군비와 복지 가운데 어느 것을 중시하느냐, 이 둘 사이의 적정 분기점이 어디인지를 따지는 ‘대포 버터’(guns or butter)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논쟁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1950년대 초반 소련과의 냉전이 격화되자 영국 정부가 군사비(대포)를 늘리고 국민보건비(버터)를 깎았기 때문이다.


아파치 36대의 도입 비용은 약 1조8000억원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진주의료원을 포함해 전국 지방의료원 34곳의 2011년 한해 적자총액은 655억원가량이다.


‘대포 버터’란 기회비용 개념으로 보면, 1조8000억원을 주고 아파치 36대를 사는 ‘선택’을 하면,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적자총액을 28년간 메울 수 있는 복지를 ‘포기’해야 한다.


분단 현실에서 튼튼한 안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복지 등 다른 분야를 포기하고 아파치를 선택해야 할 절실한 이유를 명쾌하게 군이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형 공격헬기 도입은 육군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런데 대형 공격헬기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는 군의 논리는 그때그때 달라졌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군의 대형 공격헬기 도입 논리는 북한의 탱크 등 기갑전력을 막는 데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북한 전차 3900대, 남한 2300대로 북한 기갑전력이 월등히 우위란 것이었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이 “북한 전차 3900대 가운데 70%가 2차 대전과 50년대 개발된 낡은 장비다. 남북 전차전력은 우리가 수적 열세지만 질적으로 다소 우세하다”며 반론을 폈다.


그러자 육군은 2000년대 초중반에는 남북통일이 되면 드넓은 만주벌판에서 전개될 중국군 기갑전력 견제용으로 대형 공격헬기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당시는 김대중 정부의 남북화해 정책이 속도를 내던 때였다. 군은 이런 변화를 의식해 현존 위협(북한)이 아니라 미래 위협(중국)에 대비해 대형공격헬기가 필요하다고 재빨리 말을 바꾼 것이다.


이번에 군은 아파치 가디언 36대 구입 결정을 발표하면서 공기부양정 등을 이용한 북한군 특수부대의 국지도발 대처를 추가했다. 그런데 2011년 11월 국회 국방위원회가 낸 보고서는 북한군 특수부대의 해상침투 대처에는 아파치 같은 대형 공격헬기뿐만 아니라 소형 무장헬기로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정부는 적대세력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사야 하고, 진주의료원 같은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도 운영해야 한다. 돈 쓸 곳은 많고 쓸 돈은 모자라는 정부는 결국 무엇인가를 ‘선택’하려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


과거에는 소수 전문가와 정부 안 정책결정권자가 버터(복지) 대신 대포(군비)를 선택해 왔다. 하지만 복지를 내세워 당선된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포냐 버터냐’ 결정은 폭넓은 여론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권혁철 사회2부 


(한겨레, 2013.4.23)


김진권기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반일행동, 미버지니아주애난데일소녀상앞에서 논평발표·일인시위 진보노동뉴스 2021.02.24
5920 ‘고용률70%와 노사정대타협’ ... 민주노총, 정책토론회개최 file 류재현기자 2013.05.28
5919 조선소노동자, 30일 상경투쟁 ... ‘총고용보장, 조선소정책금융확대’ 요구 file 김동관기자 2013.05.28
5918 물까지 끊은 유지현위원장 … 진주의료원 '용역투입' 임박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5.28
5917 진주의료원 폐원강행 ... 범대위 '홍준표퇴진운동 벌일 것' file 김정현기자 2013.05.29
5916 '온국민의 알바화?' … 박대통령 '시간제' 발언에 각계 반발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5.29
5915 “현대차불법파견 10년, 이제는 마침표를” ... 사내하청대책위, 6월집중투쟁 file 김동관기자 2013.05.29
5914 심상정 “홍준표는 제2의 오세훈” … “독선정치의 귀결”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5.30
5913 민주노총 '노사정협약은 나쁜일자리 밀실협약'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5.30
5912 “박근혜정부는 조선소노동자 외면말라” ... 조선분과 확대간부결의대회 file 김동관기자 2013.05.30
» '진주의료원과 아파치헬기'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5.30
5910 여야, 공공의료정상화국정조사 합의 ... 노조 '홍준표 증인으로 반드시 채택해야'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5.31
5909 퇴원안하면 하루46만원? … '진주의료원에 남아있는 3명의 환자지켜야'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5.31
5908 박대통령 취임100일 ... 풍자영상 〈아임 마더 파더 젠틀맨〉 나와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6.01
5907 “6.15공동선언이행이 박근혜정권 사는 길” ... 코리아연대, 목요촛불문화제 열어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6.01
5906 유엔인권옹호자특별보고관, 3일 현대차철탑농성장 방문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6.01
5905 “6월투쟁으로 노동기본권 쟁취하자” ... 공공부문노동자 결의대회 file 김동관기자 2013.06.01
5904 [인터뷰] “자본의 탄압에 끝까지 버티고 싸워야 한다” ... 파카한일유압권오진분회장 file 김동관기자 2013.06.02
5903 코리아연대, 박근혜정부에 개성공단문제해결·6.15공동선언이행 촉구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6.03
5902 '밥값도 못 받는 학교비정규직' ... 6022명 집단릴레이단식돌입 file 김정현기자 2013.06.03
5901 공공부문노동자들, 6월국회 압박위한 시국농성돌입 file 김정현기자 2013.06.03
5900 경남 민주개혁연대,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제안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6.03
5899 각계각층, 진주의료원 폐업철회 및 정상화요구 file 김정현기자 2013.06.04
5898 '박근혜취임 100일 되도록 장투사업장문제 여전' ... 민주노총, 1차집중투쟁 돌입 file 김동관기자 2013.06.04
5897 중노위, 풍산마이크로텍 비해고노동자 ‘징계부당’ 판정 file 김동관기자 2013.06.04
5896 “쌍용차국정조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 ... 회계조작 새로운 증거 나와 file 김동관기자 2013.06.04
5895 심상정 '고정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 근로기준법개정안 발의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6.05
5894 시민사회시국선언, '공포정치시대로 회귀할 것인가?'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6.05
5893 전교조 '해고자도 조합원자격 유지해야' … 교원노조법개정 입법청원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6.06
5892 민주노총 “현대차 구파견법 고용의제조항 헌법소원 취하하라” file 김동관기자 2013.06.06
5891 북, 당국회담 제의 … '개성공단정상화·금강산관광재개'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6.06
5890 11일, 재능교육투쟁 2000일 민주노총결의대회 열린다 file 나영필기자 2013.06.07
5889 민주노총 ‘근로시간면제심의위 논의 중단해야’ ... 5.30노사정야합의 결과 file 나영필기자 2013.06.07
5888 쌍용차해고자와 2만시민의 마음으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동차 공개 file 김동관기자 2013.06.08
5887 인천~서울 광역버스 삼화고속 무기한 파업 ... 일부노선매각 반대 file 나영필기자 2013.06.09
5886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폐업 홍준표 검찰고발 file 나영필기자 2013.06.09
5885 하청업체노동자 42명 “한전KPS 지휘받아 일했다” ... 불법파견 소송제기 file 나영필기자 2013.06.09
5884 양대노총 ‘남북장관급회담, 6.15·7.4공동행사개최 지지’ file 나영필기자 2013.06.09
5883 경영계, 최저임금 동결요구 ... 양대노총 ‘국민기만’ 반발 file 김동관기자 2013.06.09
5882 야당3당·금속노조 “현대차는 대법판결 인정하고 정규직전환 결단하라” file 김동관기자 2013.06.10
5881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사수 8박9일총력투쟁 돌입 file 김동관기자 2013.06.10
5880 노동정치연석회의, 12월 ‘노동중심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 file 나영필기자 2013.06.11
5879 민주노총, ILO총회서 후진적 공공부문노사관계 규탄 file 나영필기자 2013.06.11
5878 중구청, 또 대한문농성장 기습침탈 ... 쌍용차 김정우지부장 등 16명 연행 file 김동관기자 2013.06.11
5877 재능투쟁 2000일 ... “단체협약체결까지 절대 투쟁 포기하지 않을 것” file 김동관기자 2013.06.11
5876 박근혜정권, 6.10항쟁 26주년 ‘기념’ 쌍용차·현대차·재능 농성장 철거 file 나영필기자 2013.06.11
5875 새누리당, 진주의료원해산조례안 날치기통과 ... 야권 “원천무효” file 나영필기자 2013.06.11
5874 ILO총장 “박근혜정부에 ILO협약비준 촉구할 것” ... 남코리아 예의주시 file 나영필기자 2013.06.12
5873 교수학술4개단체 “헌법은 자본의 우위에 서 있나” ... 현대차헌법소원 기각촉구 file 나영필기자 2013.06.12
5872 코리아포커스, 6.15기념영상 〈방북에서 방북으로〉 발표 file 진보노동뉴스 2013.06.12
5871 “보건복지부장관, 진주의료원해산조례통과에 재의권 발동하라” file 김동관기자 2013.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