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노협 9월 운영위원회 안건

 

지난 913일 부산에서 열린 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조합협의회(=일반노협) 운영위원회에 특이한 안건이 올라왔다. ‘안건 1. 지역노조(충북)- 관련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주문사항은 일반노협소속 노조간의 조직갈등에 대하여 논의하여 주십시오.’라고 쓰였고, 참고자료로 충남, 광주, 부산지역 보고서가 첨부됐다. 구체적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안건의 요지는 지역노조(충북)(=충북지역노조)와 타지역일반노조와의 조직갈등이 유발됐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지역일반노조는 각지역본부 직가입조직이다. 민주노총이 산별노조를 지향하지만 예외적으로 지역일반노조를 허용하고 있다. 지역일반노조가 중소영세사업장 조직을 책임지면서 산별노조가 책임지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일반노조끼리의 협의체가 바로 일반노협이다. 일반노협은 정기적으로 회의와 교육을 진행하면서 지역일반노조로서의 특성을 공유한다. 일반노협은 느슨한 형태지만 산별노조중심의 운동에서 소외당하는 중소영세사업장의 운동과 지역적 특성이 강한 사업장에 대한 조직문제 등 중요한 경험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 최저임금투쟁 등 공통의 과제에 대한 공동행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반노협의 특성이 있다 보니 사상과 정견, 지역의 차이를 넘어 끈끈한 유대감이 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일반노협내에 조직분쟁이 벌어진 게 의외다. 일반노협 운영위원회는 충북지역노조에게 구두로 경고하고 재발방지를 요청하는 걸로 안건을 처리했지만, 그 결과에 기대를 거는 사람은 없다. 이미 충북지역노조는 일반노협 의무금 납부를 중단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의헌기금-민주노총 정의헌수석부위원장이 자신의 급여를 반이상 쪼개서 매달 일반노협에 후원하고 있음-을 가장 많이 수혜한 곳이 충북지역노조이기에 일반노협 관계자들의 정서도 매우 안 좋다. 충북지역노조는 일반노협소속이었다가 조직문제가 불거지자 민주일반연맹에 이중으로 가입했다.

 

충북지역노조가 충북에서 더 이상 조직할 곳이 없다는 명분으로 조직분쟁을 일으킨 것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노총대전본부가 진행하던 사업인 충남대학교미화원조직을 가로챈 걸 시작으로 2011년에는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공주대학교미화원을 조직했고, 이미 대학노조가 존재하는 상황에 복수노조갈등까지 유발시켰다.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민주일반연맹에 가입하고 조직명칭을 민주일반연맹 지역노조로 변경했다. 충남본부() 따위의 지역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충남지역노조가 2011년부터 진행해온 충남지자체무기계약직조직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문제제기에 대해서 산별노조가 조직사업하는데 뭐가 문제냐며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 이들은 대전, 충남에 그치지 않고 광주, 부산, 강원 등지에서 조직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공공부문 복수노조갈등의 상징이 되어버린 충남지역 학교비정규직조직사업

 

2010년 하반기에 민주노총충남본부는 비정규직없는충남만들기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산별노조와 각계시민사회단체를 망라했다. 주요사업중 하나인 학교비정규직조직을 위해 본부와 담당노조, 교육의원이 하나의 팀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실태조사까지 진행했다.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조직화를 진행하려는데 정파조직이 주도한 새로운 조직흐름이 나타났다. 정파조직은 공조직보다 선수쳐서 조직사업을 선점했다. 공조직에서 문제제기를 하며 제어해보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두조직이 결성됐다.

 

파국을 막기 위해 민주노총충남본부는 조직통합을 제기했으나 정파조직은 통합에 관심이 없던 터라 형식적인 만남만 몇차례 갖고 말았다. 조직통합을 협상하는 중에도 자파조직사업을 끊임없이 전개했고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형식적인 통합논의는 결국 결렬됐다.

 

우여곡절끝에 각개약진하는 것으로 조직화문제가 일단락되나 싶었는데, 이중가입문제와 교섭권을 둘러싸고 다시금 분쟁이 시작됐다. 공동투쟁을 전개하자는 취지로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학비연)까지 출범했으나 지역에서 곪아온 뿌리 깊은 불신은 연대체 하나 내온다고 해소될 리 없었다. 학비연에 가입한 세조직이 동등하게 교섭권을 행사하기로 했으나 잘 실현되지 않았다. 충남에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전국학비노조)가 다수고,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비노조(=전회련)가 소수다. 전국학비노조는 10명의 교섭위원중 자신들이 9명을 할 테니 전회련이 1명 참가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전국학비노조는 조직화숫자이자 사업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조합원이 월등히 많은 자신들이 9명 들어가는 게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교섭권뿐만 아니라 조합원을 두고도 분쟁은 지속되고 있다. 저쪽 노조를 탈퇴하고 자신들의 노조가입을 권유하는가 하면, 탈퇴를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이중가입이 가능하니 그렇게라도 하라며 자기조직 몸집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패권적인 당사업으로 문제가 된 특정정파가 노조 조직사업에서도 패권을 부린 것

 

패권적인 당사업으로 문제가 됐던 특정정파가 민주노총조직사업에서도 패권을 부렸다. 민주일반연맹 지역노조의 외연을 했든,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충남지부의 외연을 했든 그 핵심간부들이 다 특정정파소속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민주노총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조직사업이 자파세력확장의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이들은 실제 집단입당쇼를 통해 아무 것도 모르는 조합원들을 진보당에 입당시켰고 거수기로 이용했다. 집단입당한 전국학비소속 모조합원은 고생하는 노조간부가 부탁하길래 해준 거지, 사실 당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고백했다. 진보당사태가 벌어지자 가입자중 태반은 탈당을 하거나 당비납부를 중단했다.

 

특정정파는 자파세력확장에만 눈이 멀어 공조직의 체계와 질서 따위는 돌보지 않았다. 충남에 충남지역노조가 있다는 것은 활동가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충남지역에서 대학미화원 조직은 충남지역노조가 전담하고 있는 것 또한 다 아는 사실이다. 조직상담이 제기되면 해당조직에 연결해주는 것이 통례이고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파세력확장을 위해 그 약속을 어겼다. 이미 공개적으로 기획조직하는 것까지 가로채는 판이니 더 말해 뭣하겠는가. 이들은 충남지역노조가 진행하던 세종시(, 연기군) 무기계약직조직사업에 끼어들어 노동자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노동자들은 당신들 앞가림부터 잘하고 다시 오라며 호되게 호통 쳤다. 그 여파로 세종시무기계약직 조직사업은 중단된 채 반년이상 공백기가 생겼다.

 

최근 민주일반연맹 지역노조 충남본부()(=충북지역노조) 소속의 계룡시무기계약직노조가 출범했다. 계룡시는 행정구역상 충남이지만, 민주노총 지역본부체계상으로는 대전본부산하다. 정파주의자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움직이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정파주의자들은 민주노총 조직체계의 허점을 십분 활용한다. 허점을 보완해서 공조직을 강화할 생각은 애초에 없다.

 

사업에 정파가 개입하는 순간 문제가 된다. 특정정파의 문제가 최근 심각하게 불거지다보니 그 정파의 문제를 부각시켰지만, 어느 한 정파의 문제만은 아니다. 조직사업이든 운영이든 자신들이 불리할 땐 민주노총정신 운운하다가 힘이 좀 세다 싶으면 패권을 부리는 정파주의의 폐단은 비단 이 문제만이 아니다.

 

물론 민주노조내의 복수노조갈등이 모두 정파주의의 문제라고 볼 순 없다. 상당수 갈등은 또한 민주노총의 구조적문제로 인해 벌어지기 때문이다. 산별의 체계와 구분이 불명확하고, 지역일반노조 등을 비롯한 지역본부 직가입노조의 역할 등이 명확히 규명되고 정립되지 않은 게 그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본지기사에서 보도했듯 서울지역학교비정규직 조직사례다.

 

민주노총의 구조적문제로 인해 우발적으로 일어났든, 정파주의의 폐단으로 계획적으로 벌어졌든 민주노조끼리의 복수노조갈등은 피할수록 좋다. 역량의 훼손과 낭비, 대립과정의 상처와 고통은 모두 조합원들의 몫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노동해방이든,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든 조합원들을 위한 것이라면 판단기준도 응당 조합원대중이어야 한다. 조합원에게 득이 되면 하고 해가되면 하지 말아야 한다. 판단기준이 정파이거나 자기단위여서는 안 된다. 특히, 최근에 좀처럼 민주노조운동에 해법을 찾지 못하다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직사업을 통해 오랜만에 활력이 나고 있는데, 그 성과를 상쇄시키는 어리석은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공공부문 조직사업, 이룬 것보다 할 일이 훨씬 더 많다.

 

진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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