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이 곳에 뿌려주세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분회장 유서 중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양산분회장이 5월17일 강릉에서 자결했다.

 

강릉주민이 17일오후 강릉시 정동진 곰두리 연수원뒤공터에 세워진 승용차안에서 숨진 염회장을 발견했고, 차안에는 유서와 타다남은 번개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염회장의 시신을 경찰이 탈취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유족인 아버지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서울에서 장례 등 일정을 진행하기로 합의하고 고인을 18일새벽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강남분원 장례식장 2층5호실로 이동했다.

 

소식끊고 지내던 염지회장생모가 병원에 찾아와고, 생모는 금속노조가 요청한 염지회장에 관한 모든 교섭권한을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친은 새벽에 병원에 도착한 후 입장을 번복했고, 금속노조는 양친모두의 동의를 얻기 위해 부친을 계속 설득중이었다.

 

장례식장주변에 전경차 3대가 배치되고, 18일저녁6시20분경 경찰이 장례식장에 들이닥쳤다.

 

경찰 300여명은 캡사이신성분의 최루액까지 분사하며 장례식장입구로 들이닥쳤고, 조합원들이 이를 저지하려했으나 결국 시신을 탈취당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시민사회활동가들 27명이 연행됐고 그중 2명은 경찰에게 구타를 심하게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염지회장은 현재 부산 모병원에 안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친은 장례식장주변에서 지인이라는 사람들과 오랜 상의를 계속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기관지 금속노동자에 따르면 금속노조 한간부는 <17일밤늦게 삼성관계자로 추정되는 이가 염분회장의 아버지를 만났고, 그후부터 부산으로 내려가겠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는 19일오후2시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시신을 강제침탈한 대규모 경찰병력배후에는 삼성전자의 폭력사주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는 <고인의 유언이 공권력과 보이지 않는 손에 유린당했다며>며 <이 문제를 조용히 덮길 원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 이들이 경찰을 상식밖의 폭력을 사주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없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염분회장의 자결에서부터 시신탈취까지 만하루동안 경찰과 삼성, 장례식장과 유족의 통화기록만 살펴봐도 누가 유착해 이번 일을 저질렀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서 <열사의 염원대로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박성주지회장은 <유족은 열사의 뜻에 따라 장레절차위임을 약속했지만 경찰은 어떤 설명 없이 시신을 침탈했다. 침탈과정에서 유족이 경찰에 과잉폭력을 멈추라고 요구하지도 했지만 경찰폭력은 더욱 심해졌고, 연행까지 됐다>면서 <우리는 삼성이 죽인 열사를 민주노조로 살려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18일 성명을 통해 <삼성자본의 끝을 모르는 탐욕과 잔인함이 노동자를 죽였다>면서 <이것은 삼성의 <무노조경영> 이 불러온 명백한 학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삼성자본의 악랄한 노조탄압과 경총의 기만적인 교섭술책이 노동자의 죽음을 불러왔다. 만약 그들이 상식적으로만 대했다만 노동자들을 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조합원 표적탄압과 생계압박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노동자를 최소한 <인간>으로 여겼다면 3번째 학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회에 따르면 염지회장은 지난해 7월14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설립과 함께 가입했으며 8월 양산센터분회장으로 선출된 후 가장 앞장서 투쟁해왔다고 한다.

 

염분회장의 3월월급은 70여만원, 4월월급은 41만원이었다.

 

섬성전자서비스지회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18일오전10시경 빈소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고염호석양산분회장을 삼성전자서비스열사로 규정했고, 금속노조는 지회의 뜻에 따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염호석열사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투쟁을 지원·확대할 것을 결의했다.

 

삼성전자서비지회는 19일오전9시부터 전체조합원 무기한 전면파업을 하고 삼성전자본관앞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조합원의 죽음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천안센터의 AS기사였던 최종범열사 이후 2번째다.

 

다음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양산분회장의 유서다.

 

삼성서비스지회 여러분께

 

저는 지금 정동진에 있습니다.
해가 뜨는 곳이기도 하죠.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지회가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입니다.

저를 친동생처럼 걱정해주고 아껴주신 부양지부 여러분
또 전국의 동지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무것도 아닌 제가 여러분 곁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쁨이었습니다.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이 곳에 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저희 배현 조합원의 아버지가 아직 병원에 계십니다.
병원비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협상이 완료되면 꼭 병원비마련
부탁드립니다.

저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승리의 그 날까지 투쟁!

 

양산분회 분회장 염호석 올림

 

김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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