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으로 현지사람들이 별로 없었어. 마음 아프데”

생명평화대행진 1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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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 11일차.

아침식사를 한 후 구미로 향했다.

지난 10일간의 행진에 대한 간단한 소감들을 들었다.

이내 딸기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는 간다> 연습때문인데 11월3일 남녀파트로 부를 노래라 연습이 필요했다.

세리씨의 아코디언과 조약골씨의 기타반주.

조약골씨는 남성파트중 ‘이제 일어서라 군대가 온다’에서 음정이 좀 다른데 유의해서 불러야 한다고 얘기했다.

행진중에도 이 노래를 듣는데 밀양 촛불문화제에서 인권운동사랑방 미류씨가 부른 것을 둥글이씨가 ‘실황녹음’한 거다.


구미에서는 사람들이 꽤 힘들어 했다.

날씨도 더운데다가 인적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길을 행진만 했기 때문이다.

실은 구미지역에서 행진에 결합한 인원이 많지 않아 기운이 떨어졌던 거다.

구미는 공단지역이라 그런지 길거리엔 영세상공인들만 드문드문 보였고 인적이 거의 없었다.


“지역에서 결합을 안해주네. 우리밖에 없어. 이러면 11월3일날 안돼.”

문정현신부님이 걱정을 하는 눈치다.

“이제 대열에서 떨어지면 겁이 나. 쫓아가려믄.”

행진하는 모습을 촬영한 신부님은 다시 차량에 탑승했다.

신부님은 앉았다 일어날때도 주변에서 부축을 받곤 한다.


행진을 시작하기 전 또 경찰채증이 문제가 됐다.

사복입은 여경 1명만 앞에서 도보로 ‘에스코트(?)’ 했고 뒤에서 방송장비를 갖춘 미니버스가 따라왔다.

그 차에서 영상촬영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아챈 둥글이씨가 또 나섰다.

실랑이를 벌인후에야 차량은 멀지감치 뒤로 갔다.

이 여경은 처음엔 구미의 시민단체회원인줄 알았다가 나중에야 경찰인지 알게 됐다.

구호가 적힌 몸자보도 하고 대열을 앞서 걸었다.


동락공원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걸었다.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노조파괴를 위해 정리해고를 한 KEC정문을 지났다.

행진단은 농성중인 조합원들을 향해 격려의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행진을 마치고 잠깐 문제의 불산이 방출된 곳을 방문했다.


행진을 마치고 옥계성당으로 향했다.

탈핵미사가 예정된 곳, 문정현·문규현 두 신부님들도 미사에 참여하기로 돼 있었다.

‘신출귀몰’한 문규현신부님도 어느새 성당에 나타났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 한 노동자와 이야기를 나눌 여유가 생겼다.

코오롱 해고노동자인 김혜란씨인데 아웃도어복장을 하고 있어 마치 스포츠선수 같았기 때문이다.

말투도 ‘터프’해서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일거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낮에 행진이 힘든 탓에 얘기할 틈이 생기질 않아 성당에 와서야 인사를 나눴다.


실제로 등산을 좋아하고 등산학교 활동도 왕성하게 했다.

이쯤되면 남편의 반대가 있을 법 한데 그렇진 않았다 한다.

‘저러다 지치면 말겠지’라며 아내의 활동을 그냥 놔뒀다고는 하지만 뜻있는 활동에 대해 공감해서 지지해준 것처럼 보였다.

오죽하면 2번이나 유산하고 첫아이가 3살때부터 밖으로만 나다녔다 한다.

김혜란씨는 2004년부터 노조 대의원을 맡았다.

구미 코오롱노동조합은 1988년 12월13일 설립됐다.

화학섬유계통노동자들은 3조3교대로 1년내내 일하며 수당이 많아 그렇지 본봉은 많지 않다 한다.


코오롱은 잘나가는 회사인데도 2005년 2월21일 50명이상이 부당하게 해고했다.

KEC처럼 노조파괴를 위해 해고한 것이다.

7년이상 투쟁해왔지만 현재 전혀 해결된 게 없고 사측과 대화자체가 아예 안되는 상황이다.

회사다닐때는 코오롱옷을 많이 입었다 하지만 어느때부턴가 코오롱옷은 안입거나 입더라도 로고를 잘라버리거나 가릴 정도로 치가 떨린다 한다.


현재 남아서 투쟁하고 있는 코오롱해고자는 16명.

위원장과 김혜란씨가 투쟁중이고 1명은 연맹위원장으로, 나머지 13명은 생계팀으로 나가있다 한다.

김혜란씨는 노조에서 회계감사겸 총무를 맡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월11일 과천청사사거리에 있는 본사뒤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해 160일가까이 진행중이다.


2006년 어용노조가 들어서고 조합원이 902명에서 600명정도로 줄었다 한다.

“구미지역 민주노총 화섬(화학섬유)노조들은 대부분 깨졌어요. 한국노총이 있긴 해도 다 회사와 짝짜꿍하고 합의해서 정리해고 해뿝니더. 민주노총이 (민주노조) 만들라꼬 노력 마-이 했으예. 그래도 안됩니더. 구미에 지금 (여당) 견제세력이 없습니더. 오죽하면 불산 유출돼도 아무 말도 없십니더. 대부분 노동자라도 무조건 새누리당 찍어뿝다 아입니꺼.”


미사에 앞서 신짜꽃밴과 문정현신부님의 공연이 있었다.

문신부님은 강정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눈시울이 젖을만큼 격정적으로 노래했다.

그는 정작 미사에는 발언없이 참여만 햇다.

여러날동안 한전에 맞서 싸우고 있는 주민의 편이 되어 탈핵, 송전탑건설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신부들이 대행진단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문신부님은 언뜻언뜻 사람들이 얼마나 왔는지 살피는 눈치다.

대부분 신도들이긴 하지만 낮에 행진에 참가한 사람이 적었던 것에서 실망한 터라 더더욱 확인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미사중 문신부님은 밀양에서의 미사때처럼 시종 합장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미사가 끝나고 “낮엔 사람이 적어서 그랬는데 지금은 잘 된 거 같습니다”라는 기자의 말에 “여긴 신도들이니까...”라고 답했다.

“우리밖에 없었어. 우리밖에 안보이더라고. 너무 초라해서 혼났네. 진짜로 초라하더라고. 김빠지데. 지금까진 그러지 않았잖아. 오늘 처음으로 현지사람들이 별로 없었어. 마음 아프데.”

그리곤 “그만-”하며 문신부님은 기자의 카메라를 내린다.


나영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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