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소득양극화 등을 시정하고 지속가능한 공생발전과 사회통합을 위해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하여 민간을 선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에 따라 2011년 9월9일 비정규직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어서 2011년 11월28일 ‘공공부문비정규직고용개선대책’을 발표했다. 개선대책의 기본방향은 공공부문이지만 효율적 예산운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있으니 비정규직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전제에서 서술됐다. 전제부터 근본적 한계를 내포한 대책이었다. 개선대책은 업무를 외주화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했으며, 상시·지속적업무에 정규직고용 등으로 합리적 고용관행을 정착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맞춤형복지제도 등의 복지확충과 매년 실태조사 등 비정규직고용개선상황을 관리하게 평가하겠다고 공언했다.
세부적으로는 먼저, 합리적 고용관행을 정착하는 것으로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의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약속과 비정규직근무기간 인정문제가 핵심인데, 약속과 다르게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발표에만 그치고 실질적인 재정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 기관과 지자체에서는 총액인건비제 타령만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발표는 기간제근로가 2년이 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당부서에서 알아서 잘 처리하라는 뜻으로 변질되어 집행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상시·지속적 업무종사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다음으로, 복지확충 및 처우개선 문제이다. 맞춤형복지제도, 상여금확대지원 등의 계획인데, 이 역시 발표된 지 1년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각 기관과 지자체 예산에 따라 차등지급되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시와 충남도는 자체적으로 비정규직처우개선을 진행했다.
다음으로, 청소용역 등 외주근로자 근로조건 개선을 공약했는데, 이는 논리적 모순이다. 청소용역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직영이 해답이고, 만약 외주화한다면 노동자들 스스로 출자하는 협동조합방식이 되어야 하며 그 외의 방법은 영세노동자들을 더욱 착취하는 형태로 밖에 될 수 없다.
끝으로, 비정규직고용개선관리 및 평가체계구축을 시사했는데, 이 역시 취지는 좋다. 실태조사와 관리를 합리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획만 있고 집행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마음만 먹는다면 정부가 내어놓은 기준대로 하지 않을 땐 불이익을 주거나, 잘 따르는 기관이나 지자체의 경우 포상을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이처럼 정부의 발표는 허울뿐이다. 공공부문비정규직문제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익히 들었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는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관리·감독, 재정지원이 병행되어야 하지만 그게 전혀 없다. 일례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경우, 강제하거나 처벌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하는데 방안이 없다. 또한 처우개선의 본질은 재정문제인데 여전히 총액인건비제를 유지하고 있고 인건비한도도 그대로다. 정부의 발표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공공부문비정규직문제해결을 위한 노동계, 민주노총의 움직임
최근에는 민주노총이 공공부문비정규직문제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지자체소속이거나 민간위탁된 환경미화원을 조직하는 정도에 그쳤다. 환경미화원이 공공부문비정규직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양대노총은 환경미화원의 처우개선을 위한 조직 및 실천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지자체소속(직영) 환경미화원들은 어느정도 처우개선을 이뤘고, 상당수 조직대오를 형성했다.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이 통과된 후 인천지역에서 무기계약직조직사업을 전개하기는 했으나 파급력은 미미했다.
공공부문비정규직문제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2010년 이후다. 2010년에 두가지 계기가 있었다. 하나는 6.2지방선거였고, 다른 하나는 전태일열사 40주기 전국노동자대회였다.
6.2지방선거에서 진보적인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다. 특히 서울과 전남지역의 경우 학교비정규직조직주체들과 당사자들이 교육감선거에 직접 뛰어들어 선거운동도 하고, 정책공약도 제시하고,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당선될 경우 학교비정규직조직사업을 적극적으로 후원·방조해줄 것을 요구했고, 그 결과 학교비정규직조직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11월7일. 전태일열사 40주기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김영훈위원장은 “정규직이 비정규직·중소영세 저임금노동자·이주노동자와 연대하고 시민사회와 힘을 합쳐 반노동·반민주·반통일세력인 이명박정권을 심판하는 것이 우리가 전태일열사정신을 계승하는 일”이라며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노동관련법전면재개정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칭) 건설을 제안했다. 그 제안과 보조를 같이하여 민주노총 각지역본부에서는 비슷한 목적의 ‘대책위원회’가 건설되었고 비정규직문제해결을 위한 행보를 거족적으로 전개했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비정규직문제해결의 흐름은 크게 두가지다. 불법파견을 비롯한 사내하도급문제와 공공부문비정규직문제가 그것인데, 이 두과제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조직사업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2010년부터 민주노총이 공공부문비정규직문제해결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전국적으로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조직됐고, 지자체공공기관비정규직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의 깃발아래 결집했다. 1년여 꾸준히 노력한 결과, 2011년 이명박정권조차 공공부문비정규직종합대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다음 회에는 지방자치단체 및 중앙관계부처기관 비정규직노동자의 현황과 문제점, 조직화정도에 대해 짚어보자.
유재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