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고최종범조합원의 유족이 “삼성이 노조탄압을 멈추고 종범이를 죽게 만든 책임자를 처벌하고, 사과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6일오전11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서비스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했다.

 

고최종범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7일째 되는 날이다.

 

유족을 대표해 최종범조합원의 형 최종호씨는 “동생이 노조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알게 되고 갖게 됐던 신념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고, 그 신념을 위해 곧 돌이 되는 사랑하는 딸 별이와 아내, 목숨보다도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를 남겨두고 결국 하나뿐인 목숨을 희생했다”고 전했다.

 

그는 “동생을 다시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다. 동생을 지켜주지 못한 형으로서 제가 동생을 위하고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동생의 뜻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이 종범이의 주검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동생과 같은 처지 또는 더 열악한 환경속에서 일방적으로 희생만 강요당하는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이라면서 “삼성은 본질을 왜곡시키지 말고 언론에 동생의 죽음을 더이상 모욕하는 행위를 그만하고, 종범이를 죽게 만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종범이가 그토록 바랬던 노조가 인정되고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동료들이 탄압받지 않아야 한다”며 “그것이 종범이 유언에 대한 대답일 것이며, 삼성의 답변이 있을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그것이 우리가족들이 종범이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서 “젊은 33세 나이에 생명을 희생한 제 사랑하는 동생의 외침에 많은 분들이 단한번이라도 귀를 기울여 주시고 도움을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고최종범조합원 유족입장이다.

 

저는 최종범의 작은 형입니다. 그저 하루하루 돈 벌며 행복을 꿈꾸는 소시민입니다. 동생의 죽음 전까지 노조라는 단어나 노동 운동은 그저 뉴스에서나 보는 딴 세상 얘기였습니다. 올 해 나이 36인 저는 결혼 계획이 없습니다. 제 관심은 병환중인 홀어머니와 내 형제들이 다 같이 행복하게 살고 조카들이 나보다는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31일 제 인생의 소중한 한사람이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게는 하나뿐인 동생입니다. 지난 33년간을 함께 해온 동생은 비록 성인이 되었다지만 아직도 제겐 업어달라고 조르던, 썰매를 끌어 달라고 떼를 쓰던, 제가 놀러 나갈 때마다 귀찮도록 쫓아다니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동생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행복을 찾아 가는 모습이 대견스러웠고 5년 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 주려고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노력이 부족했나 봅니다. 동생은 이제 싸늘한 주검이 되었습니다. 죽은 동생의 얼굴을 부여잡고 아무리 울어도 동생은 더 이상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아직 막내의 죽음을 알지 못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더 메어 집니다. 형만 믿으라는 말을 못해 줬던 제 자신이 원망스럽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생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동생의 죽음 뒤에야 동생이 차마 말을 못한 아픔을 알았습니다.

 

동생이 자신이 꿈꾸던 소박한 행복을 위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하게 장시간 일을 하며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동생은 그저 순진하게 일만하고 살다가 노조 활동을 하면서 불합리한 사회 구조에 눈을 뜨기 시작했나 봅니다. 그리고 열심히 하면 세상의 불합리한 면을 고칠 수 있다고 믿었나 봅니다.

전태일님에 대해 처음 알고 난 후에 그렇게 훌륭한 분이 계셨는지 몰랐다고 열심히 하면 바꿔지겠죠? 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동생은 노조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었나 봅니다. 일감이 줄어들고 표적감사의 대상이 되었다는 현실에 좌절을 느꼈나 봅니다. 하지만 본인이 노조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알게 되고 갖게 되었던 신념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신념을 위해 결국 하나뿐인 목숨을 희생했습니다. 이제 곧 돌이 되는 사랑하는 딸 별이와 아내, 그리고 목숨보다도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를 남겨 두고 말입니다. 

 

동생을 다시 살릴 수 만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합니다. 동생의 죽음 앞에 원망도 해 보았지만 동생을 지켜 주지 못한 형으로서 제가 동생을 위하고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동생의 뜻을 지켜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게 평범한 소시민에 지나지 않은 제가 감히 여러분 앞에 있는 이유입니다. 동생은 자신의 죽음이 자신과 같이 불합리한 구조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있는 노동자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랬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종범이를 죽게 만든 삼성이 종범이의 주검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생은 자신이 배고팠고 힘들었다고 투정부리려 죽은 게 아닙니다. 동생과 같은 처지 또는 더 열악한 환경속에서 일방적으로 희생만 강요당하는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입니다. 본질을 왜곡시키지 마시기 바랍니다. 삼성은 언론에 동생의 죽음을 더 이상 모욕하는 행위를 그만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노조탄압으로 종범이를 죽게 만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종범이가 그토록 바랬던 노동조합이 인정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동료들이 탄압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종범이 유언에 대한 대답일 것입니다. 우리 유족들은 이것에 대한 삼성의 답변이 있을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가족들이 종범이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생이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신념과 바꾸고 싶었던 현실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살아생전 동생은 그저 딸 별이와 아내와 그리고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랬습니다. 누구나 사람은 소박하더라도 행복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생각하고 그 소박한 행복을 위해서 너무나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현실을 바꿔보려 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젊은 33세 나이에 생명을 희생한 제 사랑하는 동생의 외침에 많은 분들이 단한 번이라고 귀를 기울여 주시고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2013. 11. 6

 

 

김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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