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이들을 모두 22개용역업체로 쪼개 간접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6일 서울대총학생회와 관악노동인권네트워크는 지난 9월에 시행한 서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인권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대는 현재 단과대별 공개입찰을 통해 22개의 청소경비용역업체와 1년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는데, 2001년만 해도 2개였던 용역업체가 2003년 6개, 2006년 15개, 2007년 20개로 급격한 증가를 보였다.
서울대총학생회소속 이하나씨는 이에 대해 “2001년 청소경비노동조합이 설립되자 학교가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용역업체를 늘려나갔다”고 비판했다.
간접고용을 하는 사업체에서 용역업체의 개수를 늘리는 것은 노동자들의 노조활동 등 단체행동을 차단하기 위한 방책으로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용역업체개수가 늘어남으로써 단과대마다 임금, 4대보험적용여부 등 노동조건에 차이가 생겼다”며 “이에 따라 노동자들 사이에 친밀감이 낮아지고 노조의 교섭력이 약해지는 결과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또 조사결과 서울대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일부업체들은 전혀 이윤을 얻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유령계약’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노무사인 관악주민연대 남우근공동대표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자연대, 인문대, 대학본부외에도 중앙도서관, 농생대, 수의과대학, 시설관리국 행정대학원 등과 용역계약을 체결한 업체들도 올해 ‘0원’을 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용역업체들이 실제로 청소경비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서울대가 간접고용형식을 갖출 수 있도록 업체명의를 빌려준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를 진행한 서울대총학생회 등은 서울대가 실질적 사용자임을 인정하고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며 “당장 직접고용이 어렵더라도 원청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며, 악질적인 용역업체를 우선퇴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대는 교육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모범적 사용자’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주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