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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홍천, 순천


문정현신부님과 영상팀, 말엄마는 스타렉스로 홍천으로 향했다.

항상 밤새 영상편집을 하고 행진단까페에 올리는 영상팀이라 차안에서 계속 잠을 잤다.

“다시는 이 차 안타!”

“???”

“말 한마디도 안하고 말야. 심심해서 안타.”

“어휴 계속 자놓고선.”

말엄마가 문신부님을 타박준다.

문신부님은 정말 심심했는지 가는도중 우연찮게 만난 버스에 지팡이로 툭툭 치는 장난도 걸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제이씨도, 부장원팀장도 손을 흔들며 문신부님의 장난을 받아준다.


11시 홍천군청앞.

군청앞에서는 조상의 묘지가 파헤쳐져 유골까지 드러나게 된 사진,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강원도골프장문제해결을위한범도민대책위, 해주오씨종친회, 정씨문중종친회 등이 ‘묘지훼손 묵인 방조 홍천군수 사퇴하라!’라는 구호를 내걸고 농성중이었다.

지난번 춘천에서 만난 홍천 월운리 대책위부위원장 조인자씨와도 반갑게 해후했다.

조인자씨는 삭발식도중의 연설로 문신부님을 비롯해 대회장내 눈물바다를 만든 이다.

그는 귀농을 하려고 내려왔지만 하루아침에 골프장으로 꿈이 산산조각났다 한다.

이날은 제주범도민대책위 홍기룡집행위원장이 격정에 차 눈물을 보였고 문신부님도 마찬가지였다.

“너희들은 조상님도 없냐, 이놈들아!”

다들 씩씩거리며 외치고 또 외친 말이다.

김미량씨가 “해주오씨 오두희위원장 여기 있어”라며 오위원장을 민다.

잠시나마 사람들이 웃기도 했지만 이미 50여군데 골프장이 있는 강원도에 새로 40개이상의 골프장이 들어서게 된다는 데 대한 분노는 가실 리가 없다.


이날 행진단이 방문한 구만리의 이장은 말을 잘 못한다면서도 “협상은 없다. 힘이 부족해 우리가 죽으면 죽었지. 전임이장도 대를 이어 싸우겠다고 한다. 자본과 행정 빨리 깨야 한다. 목숨걸고 지킬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벌목을 한 곳을 방문했는데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가 사는 곳이라 한다.

54만평정도 되는데 여의도가 80만평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넓은 곳인지 짐작케 한다.


동막리골프장은 최문순지사가 당선 2달만에 인허가도장을 찍은 첫골프장이며 노숙농성투쟁을 시작한 계기라 한다.

한국전력의 수주1위인 새한전기가 모기업인 골프장 건설업체의 회유와 협박, 동네주민 이간질로 찬성이 60%, 반대가 40%이지만 이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동막리골프장에 뿌리는 농약이 홍천강으로 흘러들어 결국 서울사람들이 먹게 된다고 한다.


이어 방문한 강원도청에서는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분들과 만났다.

이날 민주통합당 정동영상임고문이 자릴 같이 했다.

“밥만 얻어먹어서 미안합니다.”라며

그는 발언은 하지 않고 식사와 춘천 명동에서 진행한 촛불문화제에 같이 했다.

나중에 문신부님은 “정동영이 오기전에 최문순이한테 전화했는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네.”라며 그의 말을 전했다.

행정경험이 없는 탓에 대다수의 보수적인 공무원들을 움직이질 못한다는 거다.

“그래도 칼자루를 쥐어줬으면 칼을 휘둘러야지.”

문신부님이 한탄한다.

원래 행진단에서 최지사와 문신부님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서울에 일정이 있어 부재중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만나자고 하면 안만난다고는 못할텐데...”

아마 뵐 면목이 없어 일정 핑계를 댄 게 아닌가 생각든다.

대선전까지 골프장문제에 대해 결단하지 못하면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게 되는 상황이 올거라는 게 현장분위기였다.

천막농성을 하려던 도민들을 강제철거까지 시켰다니 골프장문제 해결을 바라고 최지사를 지지한 도민들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26일. 여주, 아산, 평택


여주 여강길 걷기를 한후 평택으로 들어가기 전 유성기업노조를 지지방문했다.

유성기업 홍종인지회장이 굴다리에 천막을 치고 농성중이었다.

마침 이날은 결의대회가 잡혀 있었다.

대회를 마치고 퇴근시간이 되자 회사정문 안으로 들어가 정리집회를 했다.

사측에선 귀가 찢어질말큼, 회사가 떠나갈 듯 노래를 틀었다.

그래도 우리쪽의 목소리가 날이 어두워졌고 관리자들과 어용노조원들이 여러명 나와 줄을 지어 있었다.

회색옷을 입고 버티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인간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기계 같은 표정 그것이었다.

어제의 동료였던 이들이 오늘 어용노조원으로 동료들을 막고 있었다.

갑자기 해고노동자들이 그들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영상채증을 하다 발각됐기 때문이다.

물리적 충돌로 발전하진 않았지만 마치 ‘벌레’를 보는 듯한 관리자들과 어용노조원들의 표정에 행진단원들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유성기업노동자들은 지난해 현장에 복직했지만 징계, 해고 등으로 30여명이 돌아가지 못했고 최근 노조파괴전문업체인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시나리오’가 국정감사를 통해 만천하에 공개되고 유성기업, 창조컨설팅, 노동부의 불법유착관계가 드러났다.

또한 사측은 민주노조 와해를 위해 친기업성향의 노조설립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홍지회장은 사측의 책임자처벌, 해고자복직, 제2노조 해산 등 요구사항이 관철될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골프장 찬성과 반대로 주민들을 갈라놓고 회사에 남아있는 자와 해고자를 갈라놓는 것이 자본이다.

단결하고 연대하지 않는 한 소름끼치고 치가 떨리더라도 노동자는 단 하루도 자본을 이길 수 없다는 김진숙지도위원의 추도사가 이렇게 생생하게 확인될까 싶었다.

“못가겠어 ... 발걸음이 안떨어지네 ... 강정이랑 똑같어.”

문정현신부님은 가는 곳마다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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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버스로 돌렸다.

꼭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그런데 우리는 굴다리아래 서 있는 버스에 오르지 못했다.

굴다리 천막에 있는 지회장을 두고 도저히 갈 수 없었다.

행진단은 세리, 조약골의 즉석연주로 <우리는 간다>, <바위처럼>을 연이어 목청높여 불렀다.

있는 힘껏 노래를 불렀다.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기자도 차마 같이 부르지 못하고 눈물만 떨구며 촬영했다.

‘이 장면이 절정이다’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정현신부님도 행진단이 노래부르는 장면과 굴다리 천막을 번갈아가며 핸드폰으로 촬영을 했다.

기자의 카메라가 그 모습을 담았다.

이날 기자의 카메라 불빛 때문에 문신부님이 촬영을 다 못했다.

“내가 촬영하고 있는데 불빛을 비추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그 감격의 연대의 순간을 다 담지 못한 문신부님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정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하나둘 버스로 옮겼다. 평택 대추리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살자

노동자가 하늘이다

함께 걷자

강정에서 서울까지

유성에서 서울까지

2012생명평화대행진

와-”

“힘내세요. 투쟁!”


마지막까지 세리씨는 지회장의 트위터주소를 물어보며 서로의 소식을 나누자고 했다.

“...”


다들 유성기업 노동자들과의 만남에 대한 여운이 가시지 않은듯 버스안에선 조용했다.

이글을 쓰는 11월1일.

10월5일 대행진을 시작하고 6일 처음 연대한 보워터, 그리고 서울입성을 하루앞둔 11월1일 마지막으로 연대한 대우자동차판매·콜트콜택.

처음과 마지막을 노동자와 연대한 건 생명평화운동과 노동운동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큰 발걸음이다.


평택 대추리에 도착했다. 재회의 인사를 나누고 포옹하는 사람들.

행진단을 환영하는 문화제를 마치고 삼삼오오 뒷풀이를 했다.

함께 투쟁했던 마을주민들이 많이 오지 않아 문정현신부님의 마음이 썩 좋지 않은듯했다.

수도권에 가까워졌지만 행진대열이 예상보다 많이 늘지 않아 걱정하는 눈치다.

내색하진 않지만 다들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

“내일(27일)은 푹 쉬어두세요. 28일부턴 빡센 일정이니까요.”


나영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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