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jpg


21일 아침


“회색분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도법스님의 인사를 들은 행진단은 실상사를 떠나 군산으로 향했다.

군산미군기지가 있는 곳. 평화바람식구들이 2004년부터 군산으로 들어가 활동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가는 도중에 신호대기로 잠시 정차하고 있을 때 바로 옆에 정차한 버스기사아저씨가 무언가를 건네준다.

전북고속버스노동자들의 투쟁내용을 담은 전단지와 찐쌀이다.

다들 손을 흔들며 반가워했다.


전북대후문쪽을 지날 무렵 해밀씨가 말한다.

“문규현신부님이 운영하는 까페 ‘그래도 희망입니다’가 있습니다.”

해밀은 비온뒤에 맑게 개인 하늘이라는 뜻이다. 해밀씨는 버스에서든 이동중이든 항상 사람들을 챙기고 대열을 보호하는 역할을 도맡아 한다.

해밀씨는 처음엔 ‘푸념’으로 1년쯤 쓰다가 광주의 어느 청소년단체이름인 해밀이 마음에 들어 그때부터 썼다 한다.

평화바람식구들은 이렇게 별칭을 쓴다.

평화바람뿐만 아니더라도 활동가들이 별칭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유가 많겠지만 본명은 자신이 선택한 게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선택한 이름을 쓰는 것이 중요한 이유중 하나다.

“비빔밥은 드시지 마세요~”

딸기씨가 농 섞인 한마디를 거든다.

예상보다 1시간정도 일찍 군산에 도착했다. 딸기씨는 행진코스외에 마을을 더 들리기로 했다.


미군기지가 확장되면 결국 사라지게 될 마을이다.

딸기씨의 해설을 듣고 평화바람식구들이 미리 준비해둔 점심을 먹으러 내려갔다.

그런데 마당안쪽에서 꼬릴 흔들며 뛰어노는 놈이 보인다. 로니다.

“아직 닝겔 맞은 앞다리를 불편해 해요.”

말엄마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98% 완치됐단다.


 
2.jpg


점심을 먹고 기지정문으로 가 집회를 갖고 기지주변을 행진했다.

곧 수확할 벼가 황금빛으로 변해 있는 들녘 곳곳에서 녹물과 기름이 섞인 갈색빛 흙들이 보였다.

이날 50여명 남짓 행진단을 먼저 맞아준 건 경찰차 8대와 여러대의 승합차들이었다.

행진중 사복형사들이 대놓고 대열속에 들어와 같이 걸어가자 사람들이 항의했다.

행진하며 경찰들이 대부분 이랬다.

사람들이 항의하자 슥 골목길로 빠져나가는 경찰을 박호민씨가 따라가 격하게 따져물었다.

쌍용차해고자 박호민선전부장이다.


이날 나운동성당에서 마련해준 저녁과 막걸리를 먹었다.

“강정사람들은 고기먹고 육지것들은 싹 다 해물먹네? 허허.”

“아 우린 맨날 먹어.”

미량씨가 문정현신부님의 말을 되받아 농을 친다.


22일 청주일정


처음으로 제대로 비가 온 날이다.

딸기씨가 마이크를 잡고 <우리는 간다> 연습을 했다.

제주군사기지반대및평화의섬실현을위한범도민대책위 홍기룡집행위원장이 록음악 스타일로 멋지게 노래를 부른다.

다들 가사를 보고 부를 때 그만 눈을 감고 외워서 불렀기 때문이다.


청주에 도착해 모두 우비를 입고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이 에스코트를 했다.

동사무소2층에서 점심을 먹고 문정현별동대는 서울로 향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주최한 ‘유신40주년, 민주주의를 외친다’ 시국미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가판대를 운영해 책과 기념품을 판매할 미량씨와 재양씨도 동행했고 운전은 어쭈씨가 맡았다.

“뭐? 레미콘 58대? ... 밤낮없이 공사한다네.”

문신부님은 어딜가나 마음은 항상 강정에 가 있다.


서울광장에 좀 일찍 도착했다.

신부님은 무대주변을 돌아다니며 촬영도 하고 자주 못 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악수를 청하고 포옹하는 사람들이 끝이 없다.

문규현신부님도 어느새 나타나 사람들과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다.

원로사제단과 젊은 신부들, 수녀님들이 계속 인사를 건넨다.


저녁이 되자 날이 쌀쌀해졌다.

마침 비정규직투쟁중인 천막에서 “신부님 와서 만두 드셔요” 한다.

물만두가 두접시 놓여 있었다.

“저녁먹을 시간이 없을텐데 잘됐어. 음 맛있네 어여 먹어.”

몇몇 사람들이 맛있게 나눠 먹었다.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내냐? 끔찍하다 끔찍해.”


강정에서 서울까지!

지리산 실상사까지 왔습니다. 평택, 쌍용을 거쳐 서울광장을 접수합시다. 이판사판입니다. 살아야 합니다. 살아야 합니다. 살려면 모여야 합니다. 평택 서울에서 만납시다. 함성!


지리산 1차 민회에서 신부님이 쓴 ‘내가 원하는 세상, 내가 믿는 상식’ 글이다.

민회참가자가 도화지에 140자로 자기 생각을 적고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신부님은 140자를 쓸 수 있는 도화지를 다 채우지도 않았다.

정말 이겨울을 이렇게 나야하는지...


“벌써 여덟번째라고? ...”

활동가들 몇 명을 고착시키려고 경찰이 수백명씩 오는 강정소식에 문신부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국미사


 
3.jpg


전종훈신부가 시국기도회를 주재하고 함세웅신부가 강론했다.

이어 잠깐 마이크를 문신부님이 잡아챘다.

“강정의 평화와 쌍용차의 평화와 용산의 평화를 외칩시다. 평화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

신도들과 참가자들이 환호했다.

의식중인 신부님들도 미소를 짓는다.


 4.jpg


이날 신부님의 책 『길위의 신부 문정현 다시 길을 떠나다』(김중미, 낮은산)가 동이 났다.

너도나도 신부님의 싸인을 받으려고 줄을 섰다.

청주로 다시 출발하며 미량씨와 재양씨가 환호성을 질렀다.

“오늘 매출이 최고야!”


별동대는 숙소인 생태교육연구소 ‘터’로 돌아왔다.


나영필기자

 

번호 제목 날짜
82 코리아연대 '통합진보당해산시도와 파쇼적 탄압을 중단하라!' file 2013.11.09
81 시민사회 “위헌적 진보당 해산심판청구 중단하라” 2013.11.06
80 '국가기관의 총체적 대선개입 특검촉구' 18차촛불대회 열려 file 2013.11.04
79 코리아연대 「남재준백서」발간 … '모든 논란에 그가 있다' file 2013.10.29
78 코리아연대 '김관진을 해임하고 박근혜가 책임져라' file 2013.10.28
77 코리아연대 ‘전교조말살시키려 해도 민중함성은 제2의 부마항쟁 일으킬 것’ file 2013.10.21
76 각계각층, 전교조탄압중단·박근혜정권규탄 릴레이 기자회견 file 2013.10.17
75 시민사회단체들 “강정마을 갈등 해소 운운은 있을 수 없는 일” ... 구속자석방 등 요구 file 2013.10.17
74 221명시민사회대표, 밀양송전탑건설중단 ‘대국민호소’발표 ... 대책회의발족 file 2013.10.09
73 800여개 시민사회단체 “민주주의, 참교육 위해 전교조 지킬 것” 선언 file 2013.10.08
72 “박근혜는 국정원을 앞세워 유신부활 꿈꿔” ... 13차촛불대회 2013.09.30
71 “나라를 뒤집으려고 음모를 꾸민 것은 박근혜와 국정원” ... '민주찾기 토요행진' 2013.09.30
70 ‘박근혜정부는 국정원정치 즉각 중단하라!’ ... 각계, ‘내란음모’ 중간수사발표 규탄 2013.09.28
69 시민사회 “내란음모정치공작, 국정원을 해체하라” 2013.09.12
68 “온갖 물타기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 11차 범국민촛불대회 2013.09.08
67 코리아연대 '이석기의원제명안통과는 국회와 민주주의의 죽음' file 2013.09.07
66 각계 “촛불민심 물타기, 내란음모조작사건 중단하라” ... 31일 집회 2013.08.30
65 코리아연대 '공안사건조작으로 박근혜정권 퇴진위기 벗어날 수 없어' file 2013.08.29
64 제주강정후원 ‘우리동네희망호프’ ... “해군기지반대투쟁 멈출 수 없다” file 2013.08.28
63 최저임금연대, 내년 최저임금 5910원 요구 file 2013.05.08
62 “부드럽게, 때론 강렬하게 세상 바꾼다” ... 21세기서울경기여성회 출범 file 2013.04.20
61 각계대표103인 “진주의료원 폐쇄 철회하라” file 2013.04.18
60 노동·시민·민중단체 ‘박근혜식사영화’ 맞대응 file 2013.03.29
59 서울시, '이력서에 출신대학·신체조건 없앤다’ file 2013.01.29
58 해군, 국회합의 무시한 채 제주해군기지 공사강행 파문 file 2013.01.05
57 강정주민들 “제주해군기지예산 전액 삭감하라” file 2012.12.25
56 법학교수 35명, ‘파견법위반’으로 정몽구회장 고발 file 2012.12.13
55 시민사회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범국민공동행동에 함께 나서자” file 2012.11.27
54 쌍용차범대위 “해고자 복직시키고 국정조사 수용하라” file 2012.11.24
53 SKY생명평화행진단, 대한문앞 ‘함께살자 농성촌’ 건설 file 2012.11.12
52 진보노동자회 교양학교 개최 file 2012.11.10
51 전태일노동상에 쌍용차지부 선정돼 file 2012.11.06
50 3000인 쌍용차해고자복직 동조단식 “함께 살자” file 2012.11.05
49 삼성반도체피해자 다룬 영화 '또 하나의 가족' 만들어진다 file 2012.11.03
48 “못가겠어 ... 발걸음이 안떨어지네” 생명평화대행진 21~22일차 file 2012.11.02
47 10만유권자 “선거일 유급공휴일 지정, 투표시간 9시까지” file 2012.11.01
46 “‘함께 살자’ 외치는 우리는 사회와 역사의 주역” 생명평화대행진 19~20일차 file 2012.10.31
» ‘내가 원하는 세상, 내가 믿는 상식’ 생명평화대행진 17~18일차 file 2012.10.30
44 생명평화대행진, 29일 평택서 서울까지 수도권행진 출발 file 2012.10.30
43 촘스키 등 국내외 지식인들 “쌍용차노동자지지” file 2012.10.29
42 “우리가 간곳에서 다 왔잖아, 이렇게 연대해야 돼” 생명평화대행진 14-16일차 file 2012.10.28
41 청년 10명중 9명 “재벌대기업 개혁이 필요하다” file 2012.10.27
40 “2000년대 이후 좌경용공논리 안 통해” 생명평화대행진 13일차 file 2012.10.27
39 각계 77인 “우리가 해고자다! 사회적 살인 끝장내자” file 2012.10.27
38 “세상은 할머니들이 다 꽈드라!” 생명평화대행진 12일차 file 2012.10.27
37 “오늘 처음으로 현지사람들이 별로 없었어. 마음 아프데” 생명평화대행진 11일차 file 2012.10.27
36 “2012생명평화행진과 함께 하는 민회(民會)에 모십니다” file 2012.10.26
35 “우리 스스로 우리문제를 풀자” 생명평화대행진 10일차 file 2012.10.26
34 “일상생활만 가능하게 해주세요” 생명평화대행진 9일차 file 2012.10.26
33 “죽어서 조상님 뵐 면목이 없습니더” 생명평화대행진 8일차 file 2012.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