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고탑에 추위와 배고픔에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다. 28일로 보름째를 맞이하고 있는 광화문 고공농성단에게 2017년 봄은 유독 얼어붙었다. 1700만촛불민심의 힘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구속까지 시켜 촛불항쟁의 성지로 불리는 광화문이지만 고공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에게는 그저 칼바람 부는 빌딩숲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의 진짜 고통은 추위와 배고픔이 아니라 무관심과 차별이다. 대통령선거가 진행되며 각종 선심성공약이 난무하지만 노동자를 위한, 차별받고 억압받는 민중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광화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사람들은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 김경래부지부장, 세종호텔노조 고진수조합원,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오수일대의원, 금속노조 콜텍지회 이인근지회장,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민주노조사수투쟁위원회 김혜진대표, 금속노조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장재영조합원 등이다. 이들은 투쟁사업장공동투쟁위원회를 꾸려 노동3권보장과 비정규직·정리해고·노동악법철폐를 요구하며 고공노숙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이 땅에 발붙이고 살 수 없어 공중에 매달리지 않으면 안되고 그마저도 노숙·단식까지 강요받는 것이 남코리아노동현실이다.
고공농성노동자들은 <노동문제 해결 안되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오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들의 주장처럼 민주주의와 민생은 둘이 아닌 하나며 민생 없는 민주주의는 껍데기일 뿐이다. 촛불항쟁은 비단 박근혜퇴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촛불항쟁의 주력이었던 노동자·농민을 비롯한 민중들은 바로 생존권을 요구하며 투쟁했다. 한상균위원장은 노동자생존권을 요구하다 감옥에 갇혔고 백남기농민은 농민생존권을 요구하다 열사로 산화했다. 이명박근혜 집권 9년은 이처럼 민주파괴는 물론 민생파탄 9년이기도 하다. 황교안내각 역시 박근혜의 하수인답게 민생은 팽개치고 오직 상전 미국의 요구대로 북침전쟁연습과 사드배치에만 골몰하고있다.
삼성 이재용은 정경유착·뇌물공여로 수조원씩 비리재산을 착복하는데 노동자·민중은 한생 성실히 땀흘려일한 대가로 가계부채에 시달리다가 목숨까지 빼앗기고 있다. 사내유보금1300조원·가계부채1300조원이 남코리아의 비정상적인 현실을 대변한다. 이번 사드도둑배치대가로 10억달러(약 1조130억원)를 물게 될 판인데 연봉 4000만원짜리 신규일자리를 2만5000개 넘게 창출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저마다 촛불민심을 대변할 적임자임을 자처하지만 세계제1위자살국의 오명을 벗길 사람은 누구겠는가. 선거기간조차 노동자·민중을 외면하는데 집권하면 달라질 수 있겠는가. 민생문제를 해결할 진짜 새정치가 필요하다.
* 기사제휴 : 21세기민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