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민주노총소속의 민주노총법률원·금속노조법률원·공공운수노조법률원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법원이 백남기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을 발부하자 <조건부 영장발부는 위법합니다. 경찰은 위법한 영장집행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낸 것이다.
공동성명은 <소송행위에는 형식적 확실성이 요청된다>면서 조건이 붙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장에 의한 부검은 사인이 불명한 경우에 한한다>면서 백남기농민은 사인이 명확하기 때문에 부검이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경찰은 위법한 영장집행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경찰의 본분에 대해 강조했다.
아래는 공동성명 전문이다.
[민주노총 3개 법률원 공동성명] 조건부 영장 발부는 위법 합니다 경찰은 위법한 영장집행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조건부 부검영장 발부
9월 28일 법원은 故 백남기 농민에 대하여 ‘조건부’로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하였습니다. 영장을 발부하면서 이례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을 붙였습니다.
[영장 발부 조건] ▲ 부검장소는 유족 의사를 확인하여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원하면 서울대병원으로 변경할 것 ▲ 유족이 희망할 경우 유족 1~2명, 유족 추천 의사 1~2명, 변호사 1명의 참관을 허용할 것 ▲ 부검 절차 영상을 촬영할 것 ▲ 부검 실시 시기, 방법, 절차, 경과에 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
2. 조건부 영장 발부는 위법합니다.
소송행위에는 형식적 확실성이 요청됩니다. 소송행위에 조건이나 기한을 붙이는 것은 형사절차의 명확성·안정성, 그리고 소송관계인의 이익을 위하여 허용될 수 없습니다. 수사단계에서 법원의 영장 발부도 법률행위적 소송행위에 해당하므로 조건을 붙일 수 없습니다. ‘ABC 조건을 성취하면 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는 식의 조건부 영장은 형식적 확실성을 침해하고 소송관계자(이 사건 영장발부의 경우 고인의 유족)를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하므로 허용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기속행위나 기속적 재량행위에는 부관(조건)을 붙일 수 없고, 가사 부관(조건)을 붙였다 하더라도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5. 6. 13. 선고94다56883 판결). 일반 행정행위도 이럴진대 이보다 더한 형식적 확실성과 절차적 안정성이 요구되는 형사소송 절차에서 장래 성취가 불확실한 조건과 결부시켜 조건부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위법합니다.
이번 부검 영장은 장래 성취가 불분명한 조건이 무려 5개나 붙어 있습니다. ▲ 부검 장소가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압수·수색·검증영장에는 수색 또는 검증할 장소를 특정하여 기재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14조). ‘여기가 안되면 저기’, 이런 방식의 영장은 안된다는 겁니다. 이번 영장은 유족 의사에 따라 부검 장소가 서울대병원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는데 부검 장소도 특정되지 않은 영장은 영장이라 할 수 없습니다. ▲ 참관인도 확정할 수 없습니다. 유족 희망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유족, 유족 추천 의사가 1명인지, 2명인지 확정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식의 불분명한 영장도 유례가 없습니다. ▲ 부검 실시 시기, 방법, 절차, 경과도 불명확합니다. 사전에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인데 ① 어느 정도여야 충분하다는 것인지, ② 충분하다는 것을 누가 판단하는지, ③ 충분하지 않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도무지 확정할 방법이 없습니다. 영장은 수사기관의 주관이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수 없도록 간단하고 명료해야 합니다. 모호하고 불분명한 조건으로 얼룩진 이번 영장은 조건부 소송행위 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합니다.
3. 부검의 필요성이 없습니다.
영장에 의한 부검은 사인이 불명한 경우에 한합니다. 고인은 2015. 11. 14. 경찰의 직사살수에 의한 압력으로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었고, 당시 검사결과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인한 뇌탈출증 및 두개골, 안와, 광대 부위의 다발성 골절이 확인되었습니다. 당시 상황은 살수차량 CCTV, 송파소방서 구급활동일지, CT를 비롯한 병원 진료기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사인이 분명하므로 애당초 영장 발부 대상이 아니었고, 그래서 법원은 첫 번째 영장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틀 뒤 영장이 재청구되었을 때도 부검의 필요성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영장 기각 대신 경찰과 검찰에게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영장이 기각되어 재청구된 마당에 다시 추가 소명기회를 준 것입니다. 이것 역시 이례적이고 어떻게든 영장을 발부하겠다는 법원의 의지가 드러납니다. 그러나 법원의 명분 쌓기에도 불구하고 부검의 필요성이 없다는 실체적 진실은 요동하지 않습니다. 당장 포털 사이트만 검색하더라도 고인이 경찰의 직사살수로 쓰러져 의식을 잃는 동영상을 찾을 수 있고, 그로 인해 고인이 서울대 병원에서 300일 넘게 사경을 넘나든 진료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부검의 필요성이 없다는 점에서도 이번 영장은 무효입니다.
4. 유족의 의사와 인격권을 침해하였습니다. 유족은 고인의 사인이 명백하기 때문에 부검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혔고, 법원에도 전달되었습니다. 그런 유족에게 부검장소와 부검절차에 참여할 사람을 정하라는 것은 유족의 의사를 존중하기는커녕 완전히 무시한 것입니다. 부검을 원하지 않는 유족에게 부검장소와 부검실시 여부를 협의하라는 것은 그 자체로 형용모순입니다. 가해자인 경찰을 만나는 것도 유족에게 치떨리는 일일 터인데, 여기에 더해 고인의 부검에 대해 다시 경찰과 협의하라는 조건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사회통념상 합당한지, 이것이 대한민국 법원의 현 주소인지 안타깝고, 슬프기만 합니다.
5. 경찰은 위법한 영장집행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조건부 영장은 위법하여 무효입니다. 따라서 위법·무효인 영장을 강제로 집행하거나 유족을 괴롭히는 일체의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위법한 영장에 근거하여 무리하게 경찰력을 동원하는 것은 직무집행의 적법성이 결여된 또다른 위법행위이고,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공권력을 남용한 경찰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지금 경찰이 해야 할 일은 또다시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고인의 사망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유족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반성입니다.
2016.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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