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는 불법고용 근절과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지난 6월초 재벌닷컴이 발표한 우리나라 부자순위에 의하면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총 12조 8340억원을 보유해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그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조 8650억 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다. 삼성전자는 2012년에 경이적인 순이익 23조를 기록해 세계초일류 기업,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삼성의 바벨탑 뒤편에는 삼성전자 AS엔지니어 기사들의 피맺힌 절규가 존재하고 있다.
AS엔지니어 기사들은 삼성의 근무복을 입고, 삼성전자서비스의 콜을 받아, 삼성전자 제품만을 수리해 왔으나 삼성전자서비스의 직원이 아니었다. 지난 20년 동안 삼성전자서비스는 AS업무를 하도급화하여 약 1만명의 AS엔지니어어 기사들을 전국 108개 하청업체로 소속시켜 운영해 왔다. 임금은 정규직의 1/3에 불과했으며, 수리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책임은 기사들에게 전가하는 슈퍼갑의 횡포로 이윤을 늘려갔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부터 하도급 계약이 불가능한 불법고용 행위였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업무의 준비, 시작에서 사후평가까지 전과정을 지휘, 감독하는 판에 ‘독립적인 도급’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지난 7월 11일 486명의 AS엔지니어어 기사들은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위장도급-불법파견이므로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다’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돌입하였으며, 현재 500명이상의 2차 소송인단의 소제기가 임박해 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하도급을 주며 채택한 ‘건당 수수료’라는 임금체계는 AS엔지니어어 기사들의 생계를 파탄시키고, 근로기준법 위반, 최저임금법 위반을 잉태시켰다. 일한만큼 벌 수 있다는 사탕발림에 성수기에는 밤 10시가 넘도록, 휴일도 없이 뼈빠지게 일해야 했다. 여름휴가는 꿈꿀 수조차 없었다. 차량도 개인이 알아서 장만해야 하고, 핸드폰 사용료도 개인이 부담하여야 한다. 회사가 점심-저녁시사를 제공하기는 커녕 밥먹는 시간도 없다. 휴게시간도 없다.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해서 연장근로를 강제하고, 연장근로 한도초과,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 연차수당 미지급, 휴게시간 위반은 말할 것도 없고, 월 100만원도 안되는 최저임금법 조차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세계초일류기업 삼성전자의 실체인 것이다.
이런 배경하에 삼성전자서비스 AS엔지니어기사들은 ‘이대론 더 이상 못 살겠다’며 지난 7월 14일 대방동 여성프라자에 387명이 모여 전국단일 노조형태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를 설립하였다. 이날 제시된 삼성전자서비스기사들의 주요요구는 1) 위장도급-불법파견 근절 및 정규직전환, 2) 근로기준법 준수, 3) 최저임금법 준수, 4) 노동기본권보장이다. 금속노조에서는 위 요구에 대한 결정권은 원청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게 있기 때문에 하청업체와 병행하여 삼성전자서비스에 7월 24일 1차 교섭요구 공문을, 8월 5일 2차 공문을 각 발송하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는 공문의 접수조차 거부하고 있다. 자신들은 삼성전자서비스 AS엔지니어들과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108개 하청업체 사장들과 얘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위 요구에 대해 108개 하청업체사장은 아무것도 결정할 수 있는 게 없고, 결국 삼성전자서비스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교섭거부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다. 삼성전자서비스와 하청업체는 명목상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나 하청업체는 사업경영상의 실체가 없으며 도급을 위장하여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서비스와 비정규 노동자들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것이다. 설령 하청업체의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삼성전자서비스와 하청업체 사이에 맺은 ‘사업자 업무 계약’의 실질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비정규 노동자들을 사용하는 것으로서 근로자파견에 해당하고, AS엔지니어기사들이 담당하는 제품 수리 및 설치 업무 등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5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32개 파견대상업무에 해당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파견업 허가를 득하지 아니한 것이므로, 삼성전자서비스와 하청업체의 계약의 실질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묵시적 근로관계 내지 불법파견관계하에서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단체교섭요구에 대하여 근로계약상의 사용자 내지는 최소한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당연히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그 불법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까지도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백보를 양보하여 삼성전자서비스가 조합원들에 대하여 근로계약상의 사용자 혹은 사용사업주로서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고 삼성전자서비스와 하청업체간 체결한 계약서의 형식적 기재에 따라 원청업체의 사용자로서의 지위만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현재의 교섭거부가 부당노동행위라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학설은 단체교섭에 있어서 실질적 지배력과 영향력이 있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있고, 판례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에서 원청인 현대중공업의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였고(대법원 2010. 3. 26. 선고 2007두8881판결), 하급심에서는 명시적으로 원청이 단체교섭 당사자의 지위에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일본의 다수 판례도 원청의 단체교섭 당사자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서비스가 AS엔지니어기사들에 대하여 원청회사의 사용자 지위에만 있는 경우라도 하더라도, 삼성전자서비스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법 준수와 위법사항 시정, 무노조경영 방침에 따른 부당노동행위 중단 및 자유로운 노조활동 보장, 외부 근무자 리스차량 제공, 임금체계 개선(표준공수 산정에 의한 건당 수수료 체계를 표준공수 산정에 의한 기본급을 기준임금으로 한 임금체계로 변경) 등 삼성전자서비스가 실질적인 영향력 내지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에 응해야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서비스는 끝내 AS엔지니어들의 한맺힌 절규를 외면할 것인가? 우리는 이건희 회장과 삼성전자에 촉구한다. 이제 20년간의 불법고용에 대해 사과하고 정규직전환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근기법 위반, 최저임금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 어떻게 시정할지 대화의 장으로 나와 종합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그날까지 삼성전서비스공대위는 이 시대의 양심과 정의를 대신하여 쉼없이 삼성과 맞서 나갈 것이다.
2013년 8월 20일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고용 근절 및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민변 노동위원회, 참여연대, 금속노조 법률원,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김태오 노무사, 국회의원 은수미, 국회의원 장하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다산인권센터, 사회진보연대, 민주노총, 금속노조) |
김진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