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6일 부산일반노동조합 신라대지회가 직고용을 쟁취했다. 사립대학 청소노동자로서는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드문 일이다. 사회가 굴러가는데 필수적인 노동을 맡고 있지만 고용안정, 임금, 노동환경 중 무엇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직고용이라는 빛나는 투쟁승리의 사례를 남긴 신라대지회 정현실지회장을 인터뷰했다.
©부산일반노조 페이스북
벌써 전원 직고용 결정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6월16일에 직고용 합의를 하고 나서 이틀에 걸쳐서 짐정리를 했다. 114일동안 농성을 했다보니 짐이 많았다. 16일 저녁에는 투쟁승리보고대회를 그동안 왔던 연대자들과 했다. 다음날 집으로 귀가를 했다. 19일에는 국민연금보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어서 거기에 연대를 했다. 그리고 인터뷰요청이 많다.
조합원들이 신라대에서 근무한 기간이 10년씩으로 긴 것으로 보였다. 조합원들이 단결하고 농성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로 결정한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본다면.
올1월25일에 신라대총장이 집단해고를 하겠다고 해서 면담을 요청했는데 당시에 총장이 철회의사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27일에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에 이사실을 알렸다. 이후로 중식시간을 이용해 본관앞에서 집회를 했다. 2월 들어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는데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노동위원회 위원들이 학교에 찾아와서 총장을 만나서 합의를 잘 할것을 부탁을 했는데도 결렬됐다. 어쩔 수 없이 2월23일 대학본부에 농성장을 차렸다.
투쟁을 시작할때 전체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있었다.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았다.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통과해서 농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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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이전에, 전원해고를 당하기 이전에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이 근무중 겪었던 부당한 일이 있었다면?
노동조합 가입 전후로 봐야 설명이 될것 같다. 노조가입 이전엔 용역업체를 끼고 일하다보니 부당한 일이 많았다. 우리의 본연업무는 청소노동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오는 교양교수들이 묵는 숙소가 있는데, 숙소 청소를 지시받았다. 또한 교수들 개인연구실 이사하는 일이 잦은데 이삿짐을 옮기는 일을 지시받았다. 학교 축제 뒷정리와 같은 일도 있었다. 그런 일을 하면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 2012년 6월에 노조를 만들었고 그때부터 최저임금을 받았고 부당한 업무도 더이상 하지 않게됐다.
2014년에도 지금과 비슷하게 해고통보를 받아서 당시에는 고공농성, 단식농성을 했다. 그힘으로 지금까지 7년동안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근무를 했다. 그런데 작년12월에 신라대총장이 새로 취임했다. 그에 따라 우리가 집단해고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투쟁에 돌입하게 됐다.
114일간 일과가 어땠는지 궁금하다. 출근선전전, 중식집회, 문화제 뿐만 아니라 51명의 조합원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많이 돈독해졌을것 같다. 농성 기간에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실은 조합원들끼리 부딪힐 때가 많았다. 지치는 이유도 동료들이고 힘을 얻는 이유도 동료들이다. 농성을 오래 하다보니 서로 개개인의 장점을 알게된다. 몰랐던 사실을 앓으로써 동료애가 돈독해진다.
학교가 산중턱에 있다보니 농성공간 뒤쪽에 산이 있는데 더운 계절이다보니 지네가 많이 내려왔다. 낮에도 내려오고 밤에도 내려오고. 지네가 싫어하는 약을 쳤더니 처음엔 먹혔는데 어느 순간부터 효과가 없었다. 잠자던 조합원들이 지네에 물려서 새벽에 난리가 났다. 그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우리끼리 이야기로 신라대를 상대로 싸우는 건 겁이 안나는데 지네하고 싸우는 건 겁난다고 말할 정도였다.
5월27일에는 확대간부회의를 한다고 세종시에 갔다. 정부청사 교육부앞에서 소집회를 하던 중 조합원 세네명이 교육부건물의 화장실을 이용하고자 했을 뿐인데 경찰 수십명이 투입됐다. 그바람에 사건이 커져서 교육부와 면담요청을 할 기회가 생겼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의 면담이 투쟁승리라는 성과를 얻은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때의 일을 <화장실사건>이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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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동안 노조활동하면서 있었던 일 중 공유해줄 만한 일이 있다면?
2012년 6월에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전에는 노동자의 권리에 무지했고 최저임금을 받을 생각도 못했다. 노조에 가입하고 노동운동활동을 하면서 권리를 찾아가는 기쁨을 알았다. 다른 사업장에서 우리가 농성을 하는 걸 보고, 그조차 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많다보니 우리들이 농성하는게 부러워할 일이 아닌데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여성노동자들이 농성장에서 먹고 자고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부러워하는 노동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고 그동안의 경험을 좋게 생각한다.
<화장실사건>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하자면.
갑작스러운 면담이었다. 교육부에서 사립대학을 담당하는 부서의 사람이었고 우리는 만나서 현상황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했다. 10년~20년, 평균 17년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보니 우리의 설명이 통했던 것 같다. 우리의 심정을 십분 이해했던 건지 우리 투쟁승리에 도움을 준 것이 아닐까 싶다.
진정성있는 농성을 이미 하고있는 상황에서 있었던 일이다.
톱니바퀴가 맞물리듯이 시기가 적절히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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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만료에 이어진 전원해고에 대해 저항하고 투쟁한 신라대청소노동자들의 승리가 많은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겠다. 이번 투쟁으로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신라대청소노동자지회가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앞으로의 투쟁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우리의 이번 승리는 단기간의 투쟁으로 얻은게 아니라 노조를 만든 뒤로 10년동안 직접고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직접고용을 위한 싸움이었다. 전국적으로 사립대학에서 직접고용이 된것 찾기 어려운 사례이고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 지금도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직접 고용을 외치면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노동조합을 시작하고 투쟁하면서 권리를 찾았고 투쟁을 하면서 노하우가 쌓였다. 우리들의 승리만으로 끝내기엔 많은 아쉬움이 있어서 많은 사업장들에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직접고용쟁취를 위해 투쟁하고 있기에 우리가 방문해서 우리의 투쟁과정을 공유하고 연대하고자 한다.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기꺼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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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우리들도 투쟁을 시작하기 전엔 두려웠다. 학교라는 큰 상대를 만나서 여성노동자들이다보니 가정이 있고 여러가지 불리한 점이 많았다.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일단 투쟁을 시작하고 나니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즐겁게 투쟁했다. 투쟁하는 다른 많은 사업장들에서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에게 찾아와서 용기를 얻어가고, 그로부터 우리도 용기를 얻었다. 우리와 같은 필수노동자들이 오히려 힘이 없고 사회적약자인데 우리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 사회로 변화하는 데에 희망이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금과 달리 필수노동자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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