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무노조경영이니까 ‘노조 안돼’’ 라는 인식 바뀌어야”



2011년 7월 ‘무노조경영’ 삼성공화국에 파열음이 났다. 삼성에 민주노조인 삼성노동조합이 설립이 된 것이다. 삼성노조는 삼성에버랜드에서 일하는 노동자 4명이 노사협의회의 한계를 느끼고 2008년 민주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노조설립에 대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많은 우여곡절과 난항속에서도 2011년 7월18일 삼성노조가 설립되지만 동시에 이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조장희부지회장이 해고당했다. 지난 7월17일 금속노조경기지부회의실에서 삼성해고노동자 조부지회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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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입사때부터 노조설립과정과 지금까지의 활동 등 그간의 속사정을 풀어나갔다.

 

“삼성에서는 노사협의회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1995년 입사해 삼성의 수직적이고 상명하복, 권위적인 질서와 달라지지 않은 노동조건, 부당한 처우들을 보면서 2002년 노사협의회에 나서지만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조부지회장은 “IMF가 오고 회사에서 대량해고가 진행되는데 젊은 여직원들이 전화만 받으면 인사팀에 내려가 울면서 올라오는 거다.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사표쓰고 왔다고 해서 ‘아니 왜 사표를 쉽게 쓰냐’고 했더니 회사가 괜찮아지면 부른다고 하더라. 답답했다. 그래서 노동부에 알아보니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 아는 사람한테 이야기를 다했다. 다들 매장으로 전화오면 다 안받으려 했다. 주방에 계셨던 선배가 있었는데 전화와서 내려갔는데 내말 듣고 안썼다고 하더라. 그 선배가 고맙다고 잘됐다고 했는데 몇개월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 갔는데 굉장히 초라했고 회사사람들도 거의 안왔다. 다른 회사 노조에 있는 친구한테 물어보니 노조에서는 잘해준다고 했다. 이런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고 사람으로써 당연한 것인데 회사가 너무 냉정하다는 느낌을 받다”라고 말했다.

 

2년간의 준비끝에 2002년 노사협의회에 출마하지만 회사간부들의 회유책과 6년간의 노사협의회활동에서 여러가지 한계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는 “2002년 노사협의회에 출마했을 때 대놓고 간부들이 ‘조장희 찍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노사협의회가 노사동수로 9명씩 구성되지만 노동쪽은 나를 뺀 나머지 8명은 사측편이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법적으로 준비를 하지만 뭘해도 안되는 구조였다”며 “또 9개선거구중 유일하게 경선은 내가 속한 선거구밖에 없었다. 다른 곳은 단일후보로 찬반투표를 한다”고 전하면서 “노사협의회 1년차때부터 법적인 한계를 느끼게 됐다”고 토로했다.

 

2008년 노사협의회 4선에 나섰지만 낙선했고 그때부터 현재 노조간부들인 3명과 삼성에 노사협의회가 아닌 노동조합이 필요함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우여곡절과 난항속에서도 피어난 민주노조

 

하지만 이들 4명은 삼성지회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들은 먼저 가족들의 동의를 구해야 했다.

 

조부지회장은 “최소한 부인들한테 동의를 얻기 위해서 우리들 4명과 부인 4명 등 8명이 여행을 갔다. 그날밤 거의 밤을 세서 이야기를 나눴죠. 부인들은 ‘왜 오빠들이 하냐, 왜 당신이냐’고 했지만 우리들은 ‘꼭 해야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안하면 아무도 안할 거 같다. 급여를 더 많이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라고 떠올리면서 “노사협의회를 하면서 자존심의 상처를 많이 받았고 회사의 회유에 대한 상처도 컸다”고 전했다.

 

반면 사측은 이들 4명을 ‘문제사원’으로 낙인찍으며 고립시키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선거에 나갔을 때 간부3명이 참모를 했고 선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삼성은 ‘MJ'라고 했다. 문제사원을 발음대로 해서 약자로 표기한 것”이라며 “사측은 회사안에서 우리를 고립시키려했고, 불이익을 주려했지만 그때마다 불이익한 부분은 맞서 싸웠다. 그러다보니 작은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회사분위기는 우리가 이상한 사람들로 비춰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0년 8월 삼성노조설립준비위원회를 만들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반면 사측은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회유를 했다.

 

조부지회장은 사측의 회유에 대해 “예를 들면 진급으로 회유해서 안되면, 사업을 하면 거래처를 하나 주겠다거나 이런 식으로 회유하는 방법을 바꿨다”면서 “전화, 메신저, 사내네트워크 등으로 회유를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사측의 회유공작에도 굽힘없이 노조설립에 속도를 내는데 사측이 정보를 얻어 미리 어용노조로 선수를 치면서 애초 8월에 설립할 계획을 앞당겼다.

 

그는 “7주프로그램을 계획해 노동법, 노조법 등을 공부하고 노조를 시도했던 모든 사례들을 모아 시대에 맞지 않거나 거리가 먼 것은 두번째로 두고 사측의 탄압에 대해서도 준비를 하면서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졌다”면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6월30일 MBC기자가 ‘에버랜드에 노조가 생긴거 같은데 설립신고를 낸겁니까?’ 묻는 전화가 걸려왔어요. 예상했던 문제가 발생한 거죠. 우리를 회유하는데 실패했다고 판단했고 그 다음에는 탄압이 들어올 거라 예측했었죠. 7월4일 용인시청가서 노조설립이 된 것이 확인이 됐지만 우리는 설립됐다는 정보외에는 다른 것을 아는 것이 없었어요. 7월6일 비상회의를 소집했고 7월12일 설립총회날짜를 잡고 서둘렀죠”라고 당시 성황을 전했다.

 

사측의 무차별 노조탄압속에도 굴하지 않은 삼성지회

 

이러한 난항 속에서도 7월18일 설립신고필증을 받으며 합법적으로 노조설립을 하지만 동시에 조부지회장은 해고통지서를 받고 해고되고 사측은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직원들을 감시하면서 분위기를 강압적으로 만들었고, 민주노총가입문제도 발생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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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당시를 회상하면서 “어차피 각오했던 부분이었지만 힘들었다. 왜냐면 자존심이 너무 상했고, 10년넘게 회사와 싸우면서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한 회사에서 그만두는 시점은 내가 결정한다고 자신있게 얘기를 해왔는데 그 자존심에 구멍이 생긴거죠”라고 말했다.

 

또 “직원 3명만 모여도 부서장들이 따라붙으며 쌀벌한 분위기를 만드니까 에버랜드내의 동료들도 시내에서 만나면 피하고 눈을 안맞추려고 했다”고 전했는데 이는 ‘노노갈등’을 유발시켜 노조를 고립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삼성은 민주노조파괴하기 위해 어용노조를 이용한 단협체결뿐만 아니라 30건이 넘는 고소고발, 징계, 폭행, 노조가입방해 등을 자행하면서 노조탄압을 일삼아왔다.

 

조부지회장은 “월요일아침이면 법원, 검찰철, 경찰서에서 날라오는 통지서로 한주를 연다. 소송건이 30건이 넘었다. 지루하긴 한데 재밌어지는 건 1심에서 연이어 승소하고 있다. 30건재판이 서로 연계돼 있다 보니 회사가 재판을 연기하고 질질 끄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면서 “삼성은 사례를 굉장히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해고를 하는 거고 노조를 하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지만, 우리는 그 반대로 노조하면 좋아진다는 사례를 보여줘야 한다. 양쪽모두가 긴박하게 생각하는 상황이라 소송도 치열하게 한다. 양측 변호사들이 캐리어를 별도로 들고 다닐 정도로 소송자료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삼성에는 노조를 깨뜨리기 위한 조직으로 미래전략실이 있고 보도가 되면서 이름이 바뀌었지만 지역대책협의회가 있다. 이 사람들이 하는 업무는 언론, 검찰, 경찰, 공무원, 국회의원 할 거 없이 자기편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고발했다.

 

그는 정리하면서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중요시했다. 특히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이들과의 연대를 통해 계열사의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제3호, 제4호 등 연이은 민주노조출범을 소망했다.

 

삼성왕국에서 노동자가 주인인 삼성으로

 

조부지회장은 “요새 정말 울컥울컥 할때가 많아요, 그 정도로 힘들게 싸우고 있는데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직원들도 우리처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수시로 전화하고 울산도 가고 했어요. 지금 이 동지들의 열의가 굉장해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시작과 양상은 우리와 다르지만요”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출범식이 잘됐다. 그 가족들이 눈물의 편지를 쓰고 매일매일 글을 올린다”며 “글을 보면서 울컥울컥한다. 서비스지회가 잘 정착이 되고 이 분들이 다른 계열사노동자들을 조직했으면 좋겠다. 이 동지들이 한다고 하면 느낌이 다르다. 더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동질감 같은 것이 있죠”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복수노조만 되면 삼성에 노조 깃발 꽂겠다며 다들 큰소리쳤지만 사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는 것은 당사자들이 잘 알았던 문제였어요. 요즘 항상 하는 이야기는 접근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거다. 삼성에서 노조를 만들고 활동을 하려면 삼성노동자들을 잘 알아야 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몸으로, 과정으로 보여주면 딱딱해져 있는 삼성노동자들의 생각이 달라질 거다. 삼성에서 급여를 많이 받는 계열사에서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돈 많이 받는 줄 알지만 아는 사람들은 노조가 있는 회사가 좋다는 것을 더 잘 알죠”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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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 그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 삼성전자서비스노조 노동자들이 보여주고 있다”면서 “부지불식간에 ‘삼성은 무노조경영이니까 그래도 되나보다’, ‘삼성하고 하고 왜 싸워’ 이런 인식들이 있는데 바뀌어야 한다. 삼성을 망하게 하려고 노조를 만든 것이 아니다. 이건희일가와 잘못된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을 바로잡고 노동자들의 권리가 좀 더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김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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