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진보세력에게 경종을 울리는 동서고금을 이어온 경구가 있다. 이 말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와 진보운동사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데, 그래서 항일운동을 하던 선각자 중 한분은 <조선사람은 셋이 모여도 단결해서 일제와 싸워야 한다.>는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대오를 비롯한 진보세력은 3인1당, 5인1파식으로 정파를 형성하여 서로 대립해왔다. 민주노총이 결심하여 만든 진보적 대중정당인 민주노동당이 40여개의 정파가 모인 <정파연합당>이라는 말이 있었으니 민주노총 내에는 적어도 정파가 40개이상은 된다는 소리다. 정파는 이합집산을 거듭하지만 갈수록 분화되는 경향이 있고 그에 따라 정파간의 갈등 또한 골이 깊어지고 있다.

<현장이 무너진 자리에 종파의 독버섯만 자란다!>. 헌신적인 활동으로 이름 높은 민주노총김진숙지도위원의 말이다. 분파·패권주의의 폐단이 비단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그 심각성은 <독버섯>에 비유될 정도다. 노동자정치조직은 본래임무인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교육과 조직, 실천을 담당하는 역사적 사명을 부여받고 생겨난 조직이다. 이러한 노동자정치조직은 그 역사적·실천적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오늘에 이르러 분파·패권주의의 온상으로 비난받고 있다. 각 정파조직은 공조직을 장악하고 타고앉아 그 위에 군림하는 분파·패권주의의 폐단으로 민주노총은 그 체계와 질서가 마비될 지경이다. 또 기존의 정파조직은 변질되어 노동조합선거운동조직으로 전락한지 오래됐으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정파 간의 갈등과 탈선은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2012년 7월27일, 25년 역사의 민주노조가 한순간에 와해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만도사태가 일어나고, 당일 직장폐쇄에 용역들이 들이닥치자 지회장들이 사퇴하고, 결국 노조는 무너졌다. 물론 기업이 민주노조말살책동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 노조가 와해되는 주요원인이었겠지만 주체적인 입장에서 평가하자면 25년역사를 자랑하는 민주노조가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진 이유는 바로 <정파>문제 때문이다. 노동자정치조직의 본래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선거조직으로 전락해버린 각 정파들은 서로 헐뜯고 할퀸 상처만 남아 더이상 동지애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선거승리를 위해서 향우회든 친목계든 가리지 않고 자파조직에 끌어들였다고 한다. 그 결과 민주노조운동과 무관한 사람이 노조간부가 되었던 것이 사태의 주요원인이라고 한다. 

또한 분파·패권주의의 후과는 최근 복수노조시대에 더 첨예해져 민주노조끼리 복수노조갈등을 빚는데까지 발전했다. <충북지역노조>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분파·패권문제로 타지역과 갈등을 빚었던 <충북지역노조>가 결국 일반노협(전국지역업종일반노동조합협의회)운영위의 구두경고를 받자 일반노협을 탈퇴하고, 민주일반연맹에 가입했다가 또 분파·패권문제로 연맹에서 제명되고, 또 전남지역본부에 직가입했다. 결국 민주노총의 규약위반이라는 결론에 이른 민주노총의 조직질서체계를 교란시키고 무너지게 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산별>, <지역>체계라는 정연한 양대체계는 온데간데없고, 정파적 이해관계와 몸집불리기에 따라 노조들이 줄을 서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분파·패권세력의 망동은 <학교비정규직조직사업>에서 최절정에 이르렀다. 위에 언급한 <공공비정규노동조합>이나 학교비정규직조직사업에서 패권을 부린 그 정파는 패권적인 당사업으로 통합진보당을 파괴시킨 특정정파가 노조조직사업에서도 패권을 부린 것으로 여전히 민주노총 내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분파·패권주의의 문제는 각 단위사업장에서, 민주노총의 조직사업과 운영에서 심각하게 나타나 민주노총대의원대회에서 벌어진 몰상식적인 폭력사태에서부터 단위사업장을 비롯한 각 지역본부와 산별노조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선거파행들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지면이 너무 부족하다.

민주노총내에서 정파간 갈등, 분파·패권의 폐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민주노총 지도부를 비롯한 많은 활동가들은 이 심각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 정파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정파간 갈등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탕평책>을 들고 나왔다. 지도부 구성부터 간부진을 편성하고 조직을 운영하는데 이 방법을 적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진보를 지향하는 공조직에는 애초에 맞지 않는 것으로, 실제로는 오히려 정파간의 갈등만 더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절충주의와 가족주의가 만연하게 되고, 분파·패권을 일삼는 정파들에게는 <어차피 문제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심어주어 분파·패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부적으로 더 확대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한다. 결국 <탕평책>은 속빈 강정이다. 겉으로는 단결하는 것처럼 보이나 속으로는 온통 동상이몽을 한다. 민주노총 7기지도부도 이른바 중도적인 <좌우합작>으로 세워지고, 그 지도부가 탕평책을 실시하는 모양새지만 정파간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정파간의 갈등은 미봉책으로는 되지 않는다. 

복잡할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민주노총내 만연되어있는 분파·패권주의, 분열주의, 단위본위주의 등 낡은 사상을 사상전을 통해 뿌리를 뽑는 길외엔 방법이 없다. 노동계급의 선진적인 사상으로 무장하고 원칙을 세워 전면적인 사상전을 전개해야 한다. 내부정풍운동을 벌여야 한다. 나아가 긍정성을 상실한 정파조직들을 스스로 자각적으로 해산하고, 조직운영에 있어서 공조직 중심의 민주주의중앙집중제 운영원리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20년 역사의 남코리아 대표적인 민주노조의 조직의 구심 민주노총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변혁적 정신과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며 민주노조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전태일정신>으로 무장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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