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성의 원칙과 단일화의 대의



오늘로 후보등록이 끝났다. 1번박근혜·2번문재인·3번이정희가 정당후보로, 강지원·김소연·김순자·박종순이 무소속후보로 출마했다. 은근히 기대했던 이재오예비등록후보의 후보등록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안철수에 이어 심상정의 전격사퇴로 사실상 진보후보는 이정희와 김소연이 유일하게 됐다. 구사회당계가 미는 김순자는 진보신당을 탈당하면서까지 출마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는데다가 재정마련 등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참고로 홍세화진보신당전대표는 김소연선본에 결합하고 진보신당도 김소연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진보후보들이 1%지지율이하인 점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처음에 3%대로 출발한 이정희마저도 1%대전후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1%에도 훨씬 못미치는 심상정의 사퇴는 불가피했다. 그 ‘사퇴의 변’의 진정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 객관적 한계가 만만치않았을 거다. 변혁모임의 김소연은 지지율이나 야권후보단일화의 대의에 상관없이 노동계급적 입장을 부각하며 완주하겠다는 소신인데, 그 후과가 눈에 보이니 답답하다.


이정희와 진보당은 야권후보단일화의 대의를 인정하면서도 진보적 의제를 충분히 부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심상정까지 사퇴하고 문재인과 박근혜의 지지율차가 박빙인 조건에서 이렇게 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대선이란 99를 잘하다 1을 잘못해 천길나락으로 떨어지는 큰판인데, 당심도 모이지 않고 민심은 더욱 냉랭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마저 후보사퇴를 한 경남도지사선거에서 진보당이 후보등록을 하며 야권의 분열된 모습을 보인 건, 경위와 이유야 어떻든 적어도 유권자들에게 비치는 모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정희의 등록은 그래도 문재인이 진보후보가 아니므로 진보의제의 부각과 진보당의 독자성을 위한 명분이 있지만, 진보후보인 권영길로 모아지는 경남선거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진보당의 입장에서 탈당한 후보를 지지하며 출마를 포기하기가 어렵겠지만, 대중정치의 상황과 논리는 결코 이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자칫 고집스럽고 옹졸하며 당략적으로 보여서는 고립된 여론과 지지율 하락만 부메랑 되어 돌아온다. 민심과 유권자마음을 얻기 위해 진보당은 원칙성과 더불어 융통성, 의연함도 보여야 한다.


진보후보들에겐 진보세력의 독자성 견지도 목표고 정권교체도 목표다. 전자가 원칙이라면 후자는 대의·민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여 이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묘안을 찾고 예술적으로 방법있게 활동해야 한다. 자칫 한번의 실책으로 치명상을 입지 않도록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여론을 잘 살펴 결단할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민심을 보고 통이 크게 행동하지 않고 정치공학적 사고와 ‘선거의 함정’에 빠지는 건 매우 위험하다. 안철수·심상정의 사퇴로 유권자들의 수준과 선거판의 질서가 이미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조덕원

기사제휴: 21세기민족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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