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겨울>은 여전히 춥다.
지난해말 씨앤앰해고노동자들이 전광판농성을 벌이면서 사측과 극적 타결을 이뤄냈지만,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파업은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과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는 12일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15층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사장 SK가 간접고용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54일째 파업을 진행중인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지난 6일 원청과의 대화를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그룹본사점거농성에 돌입했다가 222여명이 무더기로 연행됐다.
이들은 점거농성에 나선 지 3시간만에 자진 해산했지만, 경찰이 4층에서 점거농성을 해제하던 조합원 222명 전원을 강제연행했으며, 노조간부 3명에 대해 업무방해협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경찰은 로비에 있다가 자진해서 건물밖으로 나간 나머지 400여명에 대해서도 사법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을 벌이고 있는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노동자들은 간접고용된 인터넷·IPTV설치기사들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근절과 고용안전,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20일부터 밮업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한상균위원장은 <SK재벌이 중간착취로 이제껏 많은 돈을 벌었고 비리까지 저질러 감옥에 있는데,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은 무차별 연행하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라며 <다시 한번 SK자본에 엄중하게 경고한다. 15일까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답을 주지 않는다면 더욱 강력한 국민적인 저항전선을 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말로만 윤리경영 국민적 기만이다 전면파업 54일. 노숙농성 83일. 서울 도심 을지로 농성장에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엄동설한에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가 희망을 떠올리는 새해 벽두에 1200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에는 시커먼 멍이 들었다. 그룹 본사 면담투쟁 과정에서 222명이 연행되고, 결국 정규덕 부지부장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구속동지 석방과 파업투쟁 승리를 위해 삭발한 노조 간부들부터 연행됐다 되돌아온 조합원들까지 SK그룹과 공권력에 대한 분노로 뜨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SK그룹의 비열한 노조 탄압 시나리오는 이미 파탄 났다. 민중의 지팡이이어야 할 경찰은 재벌의 호위대가 돼 명분과 정당성을 잃고 허둥대고 있다.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통신비정규직 장기파업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진짜 사장 SK와 LG가 책임지고 나서라는 사회여론이 들끓고 있다. SK그룹은 국내 굴지의 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를 경영하며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2013년도 전체매출액이 무려 2조 5,394억원에 이르고, 영업이익은 732억원, 당기순이익은 123억원을 거뒀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SK브로드밴드의 IP TV, 인터넷, 집전화 가입자 1200만 명의 고객 만족을 위해 휴일도 없이 근로기준법 위반을 밥먹듯 하며 땀흘려온 개통/AS/설치 엔지니어들에게 되돌아온 것은 부당한 대우였고 고달픈 일상이었다. SK는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막대한 이윤을 편취하면서 법적인 사용자 책임을 회피해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쓰레기통에 처박혔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견디다 못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침내 LGU+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작년 4월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은 지상의 마지막 구명동아줄이었다. 원청사용주가 나몰라라 뒷짐진 상황 속에서 파업에까지 이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지막 찾아갈 곳은 그룹 본사와 원청인 SK텔레콤 건물이었다. 작년 마지막 날 원하청 사용주와 노조간 3자 협의체를 통해 장기파업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한 씨앤앰 사례를 본받아 SK도 대화와 교섭에 나와야 한다. 지금처럼 시간끌기로 일관한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일 뿐 아니라, 최태원 회장에 대한 더욱 거센 사회적 비난을 자초할 뿐이다.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 가석방 논란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횡령배임 비리로 두 번씩이나 구속되고 아직 형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범법자를 구명하자고 집권여당의 대표까지 볼썽사납게 나섰다. 아무리 몰상식과 부정의가 판치는 세상이라지만 도가 지나치다. 4대보험 가입도 들쑥날쑥에 시간외근로수당은 언감생심인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자체가 불법투성이었다. 최태원 회장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정점에 서서 천문학적 수익을 갈취해온 최종수혜자이자 실질사용주다. 현재도 매일 매시간 SK브로드밴드에서는 범법 일과가 버젓이 진행되고 있는데, 가장 무거운 법적,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총수를 감옥에서 풀어주자니 이게 말이 되는가. 감옥에 갇혀있는 지금도 최태원 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무료노동을 불법적으로 착취해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 가석방 운운 할 게 아니라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 모두는 사법정의를 거스르고 재벌자본을 비호하는 최태원 회장 가석방 논의를 단호하게 반대한다. 경제규모 세계 상위권으로 OECD 가입국인 대한민국의 3대 재벌왕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인권 탄압 실태에 온 사회가 놀라며 주목하고 있다. 산업화와 정치민주화를 넘어 사회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시대적 과제로 대두된 2015년, 통신비정규직 노사관계가 전체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의 시금석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노사정간 요란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현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모든 논의가 다 무슨 소용인가.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도 재벌총수를 걱정할게 아니라 가장 고통스러운 처지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현장에 달려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실효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대해 핵심사안으로 우선 해결해야 한다. 정치가 실종되면서 출구를 찾기 어렵게 된 신자유주의 대한민국의 항로를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이정표로 선회해야 한다. 그 맨앞에 SK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절한 요구가 담긴 파업농성투쟁이 놓여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소박하다. 점심식사시간이 있는 삶, 저녁이 있는 삶, 휴일이 있는 삶, 쉼이 있는 삶,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을 달라는 것이다. 헌법기본권인 노동3권과 법정근로조건이 보장되는 일터를 바라는 것이다. 무리한 것도 아니고 지극히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요구들일 뿐이다. 더 나아가 실질 사용자로서 책임져야 할 원청 사용주가 나와서 소모적인 노사 갈등을 매듭짓고 노사상생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무엇 하나 그른 주장과 요구가 없는데 왜 SK그룹이 모르쇠로 일관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SK는 실기하지 말고 노조가 요구한 3자 협의체를 받아들여 교섭에 나와야 한다.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는 민주노총과 함께 한국 사회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핵심 현안으로 SK브로드밴드와 LGU+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주목하면서 힘껏 지지하고 연대해왔다. 우리는 올해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전체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특히 3대 재벌인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현안 해결이 그 첫 단추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이런 취지로 이번주 목요일(1. 15) 통신비정규직 파업투쟁 해결을 위한 범시민사회종교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와 SK브로드밴드 장기파업 해결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집중집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면전으로 돌입한다. 이번주까지 SK그룹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체 없이 SK그룹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과 함께 사회연대와 지역연대를 아우르는 강도 높은 투쟁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이 추운 겨울 발갛게 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하루빨리 필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전력투구할 것이다.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은 더 이상 오판하지 말고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부터 즉각 해결하라! 2015. 1. 12 |
유하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