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지난 8일 한진중 하청노동자 한모씨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불승인결정이 위법하다며 8일 업무상재해판결을 내렸다.
한씨는 95년부터 15년간 한진중공업과 세일기계, 부산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에서 취부와 용접작업을 해왔으며, 폐암이 발병해 2010년 12월 59세의 나이로 숨졌다.
고인은 소조립업무를 주로 맡았으며, 주로 취부작업으로 연강용접을 했다. 이는 철판과 철판을 도면대로 연결하거나 붙이는 작업이다.
연강용접은 스테인리스강용접만큼 폐암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한진중공업 작업환경측정결과에 따르면 취부작업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기준치이하였으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결과로는 취부작업자에게 용접작업자와 달리 용접복과 방진마스크 등 적절한 보호장구가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법률원 임선아변호사는 "한씨와 같은 취부작업자들은 철판절단 등의 작업과정에서 분진이나 석면, 폐암을 유발하는 물질을 흡입하지만 하청업체소속 등의 이유로 마스크조차 지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0년 1월 폐암진단을 받고 12월에 한씨가 사망하자 유족들은 한씨의 병이 업무상재해에 해당된다며 산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11년 10월 산재불승인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은 이에 "고인이 15년동안 보호장구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용접 및 취부작업을 하면서 폐암의 발생원인이 되는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됐고 그 때문에 여러 호흡기질환에 시달려왔다"며 "고인이 25년간 금연한 데다 가족력도 없어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된 작업환경이 폐암발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결했다.
금속노조법률원은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은 업무상재해입증책임을 완화한 대법원판례를 직접 원용해 의미가 있다"고 밝히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제도적 취지에 따라 결정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입증하는 것으로 입증책임을 전환함이 바람직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주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