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여러분께
저는 지금 정동진에 있습니다.
해가 뜨는 곳이기도 하죠.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지회가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입니다. 저를 친동생처럼 걱정해주고 아껴주신 부산양산지부 여러분, 또 전국의 동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무것도 아닌 제가 여러분 곁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쁨이었습니다.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지 못하겠기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이곳에 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저희 배현 조합원의 아버지가 아직 병원에 계십니다. 병원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협상이 완료되면 꼭 병원비 마련 부탁드립니다. 저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승리의 그날까지 투쟁!
- 2014년 5월17일 양산분회 염호석분회장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양산분회장이 삼성의 노조탄압에 맞서 자결한 지 45일만에 장례가 치러졌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금속노조,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등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염호석노동열사 전국민주노동자장> 장례위원회는 30일 오전9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본관앞에서 1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속에서 발인식과 영결식을 진행했다.
10시에 열린 영결식에서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소장은 <삼성의 이건희와 박근혜정권이 합작해 우리 염호석동지를 죽였을 뿐만아니라 염호석동지의 마지막 당부도 져버리고 시신까지 탈취했다.>며 <염호석열사를 바다에 뿌리는 장례가 아니라 삼성재벌과 박근혜정부를 바다에 묻는 장례식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뜻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짓밟혀 쓰러져도 가슴에 불씨가 있으며, 염호석열사는 노동자, 농민, 서민, 학생 열사와 함께 우리 앞길을 밝히는 불꽃>이라면서 <이 자리는 그 불씨를 활활 태우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신승철위원장은 조사를 통해 <거짓과 탐욕의 세상을 깨뜨리고 투쟁으로 우리들의 권리를 쟁취하는 것이 저들이 보기에는 작은 성과일지 모르나 그것은 여러분이 투쟁으로 얻어낸 성과물이기 때문에 결코 그 승리가 작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열사를 가슴에 묻는다는 것은 열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염호석열사의 뜻을 이어 900만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떠오르는 태양이 돼야 한다.>며 <재벌의 탐욕을 끝장내는 날까지,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 때까지 힘 있게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공동대표인 권영국변호사는 <경찰의 폭력앞에 속수무책으로 시신을 탈취당하고 유골을 탈취당했을 때 삼성자본과 박근혜정권이 결탁한 폭력현장을 목격했을 때 참담했다.>며 <산 사람의 소원도 아니고 죽은 사람의 유언조차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당신의 동료들이 41일동안 죽을힘을 다해 싸우고 투쟁해 마침내 삼성의 입으로 당신의 죽음을 말하게 만들었고, 노조를 인정한다고 했다. 마침내 삼성무노조경영에 균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시신은 탈취당해 없지만 이제 당신을 만나러 간다. 당신의 진정한 마음을 만나러 간다.>며 <동료들과 노동사회를 끝까지 지켜달라. 우리마음속에 영원히 함께 하시라.>고 애도했다.
금속노조 전규석위원장은 <최종범열사와 염호석열사의 투쟁으로 그 누구도 밟아보지 못했던 삼성자본앞에 금속노조깃발을 꽂고, 민주노조를 사수했다. 임단협을 쟁취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이 승리가 완성이 아니라 이제 시작임을 잘 알고 있다. 삼성재벌은 열사가 목숨 바쳐 지킨 노조를 호시탐탐 엿볼 것이다. 삼성서비스 모든 노동자가 금속노조깃발아래 설 때까지 노동자해방을 위해 승리의 그날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호석분회장의 생모 김정순씨는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한번 안아보고 싶었는데 경찰이 왜 그랬는지 정말 분통하다.>며 <국민의 세금을 받는 경찰이 왜 우리아들의 시신을 탈취했는지, 유골함마저 가져갔는지 정말 억울하고 분통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곽형수지회장직무대행은 호상인사를 통해 <호석이는 우리에게 승리를 주문했고, 우리가 해냈다. 76년 무노조라는 삼성에서 임단협을 쟁취해냈다. 이 승리에 먼저가신 3명의 조합원이 있고, 여기에 남아있는 조합원이 있다.>며 <오늘은 삼성이 노조앞에 무릎 꿇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이 싸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삼성의 무노조경영을 철저하게 무너뜨릴 때가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송경동시인은 <우리들의 정동진 - 염호석열사 열전에> 제목의 추도시를 낭독했다.
송시인은 추도시에 앞서 <제마음의 시를 열사에게 드리고 시낭송을 시작하겠다.>며 경찰이 시위통제를 위해 설치한 바리게이트를 집어던진 후 <도저히 <이 선을 넘지 말라>는 폴리스라인앞에서 열사의 추도시를 읽을 수 없다.>며 <제가 가져와야 했던 것은 추모시가 아니라 이 분노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헌화를 한 후, 염호석분회장의 영정과 빈 유골함, 유품 등을 들고 삼성전자본관주변을 행진했다.
영결식을 마친후 장례행렬은 강릉시 정동진으로 이동해 오후4시 노제를 진행했다.
다음날인 7월1일오전9시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앞에서 노제를 지내고, 오전11시 양산 솥발산 열사묘역에서 하관식을 갖는다.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은 삼성본관앞에서 40일이 넘게 노숙농성투쟁을 이어가며 염호석열사투쟁을 벌여 끝내 삼성에서 첫 임단협을 체결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조합원들은 28일 투표를 통해 87.5%의 찬성으로 노조와 경총이 합의한 기준단체협약을 가결시켰으며, 이날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윤욱동중앙쟁의대책위원장과 경총 남용우노사대책본부장이 각각 노사대표로 기준협에 대한 조인식을 가졌다.
단체협약에서 노사는 기본급을 월120만원으로 하고 성과급과 식대, 가족수당 등을 세부적으로 정리했다.
성과급은 실건수 60건을 초과하는 1건당경비를 제외하고 평균단가 2만5000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했으며, 노조사무실 초기비용을 사측이 지원하고, 타임오프 9000시간을 1년동안 6명이내 분할사용할 수 있으며, 노조임원 3명의 무급휴직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염호석분회장자결사건은 합의후 원청사가 애도와 유감의 뜻을 담아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보도자료를 내기로 했으며, 책임자처벌문제도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