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성난 민중들이 ‘박근혜정권퇴진과 새누리당해체’ 구호를 전면적으로 외치고 있다. 이러한 격동의 시기 2013년 한해를 마감하며 진보노동뉴스는 단병호민주노총전위원장을 만났다. 단병호위원장으로부터 87년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의 경험, 현시기에 대한 진단을 들어보았다. 앞으로 우리 노동자, 노동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데 도움되리라 믿는다. _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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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말마따나 하수상한 시기입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시는지 근황 말씀해주십시오.

 

평등사회노동교육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사업을 2011년 6월부터 시작했으니까, 2년 반 정도 됐고, 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전국을 다니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여기저기 집회 있으면, 집회 뒷자리라도 채우고 그러죠.

 

그럼 오늘 이따가 철도노조집회에도 참석하시는지요?

 

오늘은 저녁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못가고, 내일은 인천공항비정규직노조 투쟁하는데 갈 예정입니다. 교육원 일정이 없으면 투쟁사업장 같은 곳을 방문합니다.

 

일반 사업장 교육도 자주 다니시나요?

 

사업장 교육을 많이 다니고 있지는 못합니다. 요청이 있고 꼭 가야되겠다 싶으면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참석하게 됩니다. 주로 우리교육사업을 많이 합니다.

 

사업장에서 노조 결성하셨던 경험과 87년 당시 분위기 좀 말씀해주십시오.

 

기록이 82년으로 되어 있던데, 내가 착각한 것 같고 83년도에 동아건설에 입사했을 거예요. 그 작업장이 상당히 노동조건이 좋지 않아요. 12시간 맞교대 사업장이었고, 여느 사업장이나 마찬가지로 임금도 상당히 열악했고, 노무관리도 상당히 폭력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못 받았습니다. 더욱이 노동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까지도 무시당하고 박탈당하던 그런 사업장 분위기였는데, 우리 사업장뿐만 아니라 시대적인 분위기가 그랬습니다.

 

거기에 있으면서 ‘이건 좀 아니다’하는 문제인식을 가진 거죠. 그리고 인간으로서 권리를 자기가 찾지 않으면 누가 찾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런 고민들을 하게 된 거죠. 그러나 당시에는 그런 고민들이 있다고 쉽게 행동하고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전두환정권의 서슬 퍼런 시절이어서 불만들을 속으로만 갖고 있었죠.

 

85년도에 1년에 200%씩 주던 상여금을 회사가 지급을 안 했어요. 상반기 100%, 하반기 100% 이런데 상반기 100% 안주고, 하반기에도 안 주니까 현장이 술렁술렁 거리고 불만이 터져 나왔죠. 상여금투쟁을 노동조합도 없는 상태에서 이틀간 파업으로 진행했죠. 노동조합이 없는 상태에서 파업을 하고 상여금을 받았어요. 투쟁승리를 한 거죠.

  

당시 누가 주도했거나 했던 세력이 있습니까?

 

특별히 주도세력이 있었다고 하기 보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잠재적 불만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 거죠. 워낙 열악한 조건에 저임금인데다가 먹고 살기도 힘든데, 200% 상여금도 안 주니까 투쟁하게 됐고 몇몇 사람들이 제끼자고 한 거죠. 노동조합에서 얘기하는 파업이란 용어를 누가 써요, ‘제끼자’ 이랬죠. 이러면서 여러 사람이 동참하면서 파업이 되어버린 거죠.

 

회사는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업장 내에 그런 세력이 있다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지요. 그런 상황에서 파업이 일어나고 노동자들이 다 참여하고 이러니까 상당히 당황했죠. 그래서 이틀파업하고 이겼습니다. 그 다음부터 회사가 세밀하게 관찰 들어간 거죠. 어떤 사람 입에서 그런 불만이 나왔는지, 누가 그걸 적극적으로 얘기를 하고 다녔는지.

 

당시 제가 주임이었고, 노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를 했으니까 찍힌 거죠. 처음에는 사직권유도 받고, 당시 건설회사가 외국에 많이 나갔으니까 외국에 나가라고도 했죠. 외국으로 나가는 것을 권유받았는데 안 나갔어요. 나가려고 하니까 자존심이 상해서 못 가겠더라구요. 쫓겨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기서 저 사람들이 요구하는 대로 물러서면 내가 평생 살아가면서 모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물러서야 할 것 같아서 자존심도 상하고 해서 안 나갔고, 그때부터 노동조합 고민을 했었죠.

 

86년 초부터 쭉 관심을 갖고, 또 찾아보고 하면서 노동조합을 만들려다가 실패를 했죠. 86년 가을에. 홍역을 치렀고 무산이 된 거죠. 사전에 발각이 되어가지고. 다른 사람들 협박당해서 주저앉기도 하고 그러다가 87년도 초부터 다시 시도했죠. 87년 7월. 7월5일 날. 6월항쟁 직후에. 87년 들어서면서 사회가 전체적으로 이완분위기였어요. 박종철고문사건이 있었고, 6월항쟁이 일어나고 이러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국면이 이완됐고 그 영향이 기업에도 조금씩은 작용을 했어요. 우리 회사 내에도 그런 영향이 작용을 했고 87년도 7월에 노조를 결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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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이 먼저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나중에 조합이 만들어진 건데, 노동조합 준비하시던 분들이 항쟁에 직접 뛰어들거나 이런 건 없었나요?

 

동아건설 창동공장이 서울 외곽 의정부 가는 쪽에 있었어요. 노원구 이쪽인데 지금은 개발이 되었는데 그 때는 노원도 서울에서는 변두리 촌이나 마찬가지였죠. 회사가 들판 한가운데 있었으니까. 거리상으로도 서울중심하고는 많이 떨어져 있었으니까요. 또 우리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대부분 나이가 드신 분들이었어요. 나이가 드신 분들이었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의식이 높거나 이런 분들이 아니었어요. 노동조합을 86년도에 만들려고 했다가 실패를 했다고 하지만 만들려던 세력들이 소위 말하는 학습을 하고, 뭐 하고 하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현장에서 의기투합해가지고 ‘이렇게 해선 안 되겠다’ 했던 사람들이었죠. 이런 수준으로 만들었던 사람들이 주역이었기 때문에 직접 6월항쟁에 뛰어들거나, 6월항쟁이 전개된 과정 속에 적극 참여하지는 않았던 거죠.

 

6월항쟁보다는 노동자대투쟁이 일어나면서 그 시기부터 상당히 활발하게 사회적 역할을 했죠. 동아건설이 서노협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서울지역 내 서울지하철이나 일부 사무직을 빼면 남성이 4~500명 되는 사업장이 별로 없었어요. 구로공단 같은 경우 여성사업장이 많고 남성이 적었죠. 구로공단에 구사대 들어오고 그러면 우리가 연대하고 그랬죠. 그렇게 6월항쟁보다는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조합 만들고부터 역할을 했어요. 그 이전엔 별로 없었죠.

  

12월19일로 부정선거 1년을 맞이합니다. ‘박근혜대통령이 책임지고 하야하라, 보궐선거 실시하라!’는 민중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12.19부정선거 어떻게 보시고 대안은 무엇이겠습니까?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고 하는 건 객관화된 사실인 거잖아요, 검찰까지도 인정했고. 우리사회 가장 보수적인 검찰이 공소장변경 하면서 까지도 선거개입 했다고 공소장에 기록했으니까 객관화된 사실이고. 또 국정원만 선거개입 했느냐 하면 그게 아니잖아요. 군대기무사도 개입했고 보훈처인가 거기에서도 개입했고 심각한 거죠. 민주주의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게 국민들이 선거라는 과정에서 자기의 이성적 판단을 통해, 소위 말하는 대의정치의 지도자를 뽑는 게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인데요. 여기에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국민들의 판단을 의도적으로 국가권력이 몰고 가고 하는 이런 행위는, 민주주의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진 거죠.

 

좀 더 심하게 얘기하면 이승만이 3.15 부정선거를 저지른 때에 비유할 수 있는 거죠. 왜 그런가하면 그때는 인터넷이나 이런 게 없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부정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간접적인 부정투표를 유도시킨 거잖아요. 어쨌든 국가권력이 특정정치세력, 특정정치인을 위한 선거개입을 했다는 거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문제는 이 사안이 박근혜 때 이루어진 거냐 하면, 이명박 때 이뤄진 거잖아요. 실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고 하면 이명박이가 될지, 직접 했는지 안 했는지. 이명박정권 시절에 있었던 거니까 이명박이 책임져야 되는 거죠.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은 그 대선국면에 실제로 개입했는지 어땠는지 거기까지는 정확하게 모르고 있는 거죠. 유추하건데 무관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대선이라고 하는데서 특히 새누리당 선대본이라던가, 박근혜 선대본이라던가 하는 것이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는 누구든 유추해볼 수 있는 거죠. 박근혜가 직접 지시하고 했다는 것은 없지만 유추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죠.

 

두번째는 권력이 바뀐 후 현재 대통령이기 때문에 전 정권에서 이뤄졌다 치더라도 국가권력이 행한 잘못에 대해서는,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하는 거죠. 그 책임이 어떤 거냐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얘기가 될 수 있는 거겠지만, 어떤 형식으로든지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거죠. 이건 명백한 거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대통령 같은 경우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대답도 안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번뇌라고!

 

재판이 진행되는 걸 보고 법원이 판단할 거다 이렇게 말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정말 박근혜정권이 자기가 무관하고, 또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자기가 대통령으로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할 의지가 있고, 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 비리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 강하게 책임을 묻고 그런 일이 두 번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만들 책임이 있는 거죠.

 

그리고 현직대통령이기 때문에 국가기관이 잘못한 것에 대한 사과를 국민 앞에 해야 하죠. 이렇게 해야 되는데 그렇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저런 문제들이 커지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나는 박근혜대통령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보고, 그렇게 했다면 문제가 이렇게 오지 않았을 거라 봅니다.

 

사퇴가 아닌 사과 정도에서도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 의지가 분명했으면, 국정원의 잘못된 것을 책임 있게 밝히게 하고, 책임자의 책임을 묻게 하고, 그런 게 재발되지 않도록 단호하게 개혁을 해나가고 그러면, 누가 박근혜 보고 ‘당신 사퇴하시오’ 하겠어요. 그렇게 안 하겠죠. 그런데 이것도 안 하니까. 국가대통령으로서 주어진 기본책무,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기본책무를 방기하고 있으니까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더 높아지는 거죠.

 

저는 박근혜가 실기를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정치적 큰 부담 없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을 박근혜가 스스로 실기했다고 보고 있고, 이제는 실기한 만큼의 책임들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합니다.

 

박근혜는 대안을 못 찾은 거지요. 해결할 방법이 있었는데 가만히 있었던 거고. 지금 도처에서 하야 얘기도 나오는데 신부들도 나왔고, 의원들 속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왔고, 또 얼마 전에 노동당전국위원회에서 결의문으로도 박근혜퇴진 얘기가 나왔던 것 같은데, 조금씩 커지는 것 같아요.

 

그러나 아직 퇴진을 시킬 정도의 대중의 불만과 의지가 그렇게 높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게 쌓이고 쌓이면 모르겠지만 현 단계에서는 대중들이 퇴진투쟁에 나서려고 하는, 직접 나서려고 하는 의지라던가 이런 것들이 아직은 높지는 않은 것 같다는 거죠. 이쪽에서는 이제 어떻게든 국가권력이 민주주의를 파괴시키는 행위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를 해야 하잖아요? 해야 하는데 당장 대중들을 퇴진투쟁으로 동원 가능할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당위적으로 주장하는 거하고 대중들을 퇴진투쟁의 주체로 동원시키는 거는 다른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주장하고 선언하고 하는 것도 의미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그게 대중투쟁으로, 대중들이 주체로 나설 수 있느냐 하는 진단은 좀 더 두고 볼 문제라고 봅니다. 아직까지는 대중들이 그 주체로까지 나서기에는 충분한 대중적 준비가 안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 불씨가 커지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그건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죠. 그래서 박근혜정권은 이게 더 확대되기 전에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그야말로 단호한, 대통령으로서 어떤 경우든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고 하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는 게 필요합니다. 만약 그런 태도를 안 보이면 현재 상황은 어떻게 발전해갈지 그건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이야 워낙 우리쪽에 가까우니까 그렇다 쳐도 카톨릭 내에서 보수적인 주교회까지도 나섰고, 천도교는 3.1운동 이후 100년 만에 나섰다는 표현도 쓰고, 5대 종단 종교계가 나서기 시작하면 신자들 문제도 있고 탄압하기가 만만치 않잖아요? 이른바 시민운동 세력도 나서고 있고, 철도노조를 비롯해서 화물연대 동지들도 지지해 나섰고. 엊그제 기아차대의원대회에서조차 민주노총이 총파업하면 같이 하겠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지지엄호하는 이런 투쟁흐름이나, 쌍용차나 유성 장기투쟁 사업장도 끈질기게 투쟁하는 이런 양상자체가 우리 노동운동세력, 그 다음 시민운동세력이 결합해가는 상황 아닌가 합니다. 정국을 우리가 뚫어주고 개혁세력과 종교세력이 결합해가는 방식, 물론 섣부를 수도 있지만 1946년도 9월총파업이 10월민중항쟁으로 번지는 양상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고, 혹은 그렇게 발전시켜나갈 수 없겠는지 이것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그렇게까지 지금단계에서 확대해석이 가능한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권퇴진투쟁이라고 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주장할 수 있고 얘기할 수는 있는데……. 전에 민주노총이 정권퇴진투쟁 안 벌였나, 여러 차례 벌였죠. 그렇게 할 수는 있는데 문제는 실제 대중들이 그 투쟁의 주체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다른 양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걸 얘기하는 거죠.

 

철도파업은 이후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거죠. 워낙 저쪽에서 명분이 없는 짓을 한 거고, 국민들은 누가 봐도 민영화로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거고, 그러다보니까 여론도 전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철도파업 하는 것을 왜곡해서 끌고가듯 그렇게 안 가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서 철도노조 같은 경우 파업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 며칠 째죠? 11일째잖아요, 최장기간파업이고요. 그런 것도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도처에 불만들은 많이 있죠. 전교조를 노조가 아니라고 규정해버리는 이런 폭력적인 면, 공무원노조 설립신고반려 등등 투쟁하는 사업장도 있고 한데, 문제는 이게 실제 정치적투쟁 내지는 어떤 정권퇴진투쟁의 성격으로 강화되어가고 있는 걸로 봐야 될지, 이것은 신중하게 판단해봐야 됩니다. 내가 볼 때 아직 거기까지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이 정권퇴진투쟁으로 몰아가려고 하기보다는 이런 투쟁들을 잘 살려내서 투쟁자체를 확장시키는 기조로 가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거죠. 근데 민주노총이 이걸 당장에 정권퇴진투쟁이나 정치적투쟁으로 연결해서 강도 높은 투쟁으로 수행하려고 하는 것은, 이렇게 보는 것은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 어렵다고 봅니다. 내가 볼 때는 대중들이 충분히 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 못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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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적을 갖고 계세요?

 

아니오.

 

진보정당운동 다시 해야 하잖아요. 어떻게 좀 생각하시는지.

 

해야지요, 열심히 하고 있잖아요.(웃음)

 

최근에 노동정치연대라는 게 만들어지기도 했고, 새로하나라는 것도 한편에 있고, 기존 진보정당 세 개는 각개전투하는 형국이고, 다시금 하나로 모아내야 하는 과제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을 가지고 있으면 이렇게 어렵게 되었겠어요? 벌써 됐지. 진보정치 특히 이제 기존의 정당으로 있는 정치세력 말고 노동 쪽 내에서 진보정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야 어떤 경우든 진보정치가 하나의 정치적 조직으로 통폐합 되고, 또 힘 있게 발전됐으면 좋겠다는 이런 기대와 바람은 다 갖고 있겠죠. 또 그렇게 가야 맞고.

 

근데 문제는 현실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조건과 환경은 기대와 원칙과 이런 것에 꼭 부흥하는 건 아니잖아요. 조건과 환경은 항상 다를 수밖에 없는 건데 지금이 그런 형국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볼 때는 누구든지 그런 원칙과 기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환경과 조건을 못 맞추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아마 지금 진보정당으로 분화되어 있는 세력들 간의 연합도, 통합이든 연합이든 그것도 간단치가 않을 것 같고, 솔직히 얘기하면 통진당문제도 있고, 진보정의당문제도 있고, 노동당 문제도 있고. 지금 합법적으로 등록한 당이 녹색당까지 4개네요. 근데 이 4개의 당이 지금 어떤 연대연합을, 어떤 수준으로 높여서 할 수 있는 그 정도의 조건과 환경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좀 아쉽지만. 또 당은 아니더라도 이 흩어져있는 정치세력을 모아보겠다고 하고 있는 노동정치연대나 새로하나 이런 것들이 있는데, 새로하나 노동정치연대 이런 것들도 하나로 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또 흩어져가지고. 그것도 문제가 있고, 또 노동 쪽에는 변혁정당추진위원회도 있고, 노동이 하나로 모으려고 하는 이런 노력도 힘 있게 안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게 냉정한 현실입니다.

 

진보정치와 노동자정치세력화. 여기서부터 해야 하는데, 어떤 쌈박한 해법이 있고 당장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답이 있느냐하면 그게 마땅치 않습니다. 그게 있으면, 그게 있으면 왜 지금 이 상황에 있겠어요. 누구든지 해법을 내고 그 해법이 당장에 어떤 대안이 될 수 있는 조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객관화된 현실은, 객관화된 현실대로 우리가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다. 그럼 이 현실을 그대로 고착화시키는 것을 동의할 거냐. 이걸 숙명처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것은 다른 거죠.

 

노동 쪽은 큰 원칙은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 사회를 바꾸려면 대중운동만 가지고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운동만 가지고 이 사회를 바꾼다고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정치운동하고 대중운동하고 두 축을 잘 균형 있게 발전시켜서 이걸 통해서 우리 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하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될 수 있도록 이 사회를 바꿔야 되는데, 지금은 여기에 대한 의지들이 상당히 약화되어 있는 것 아니냐. 너무 지난한 과정들이 힘들고 그래서 상당히 이 의지들이 약화되어 있는 것 아니냐 합니다.

 

나는 이 지점. 현재 객관화된 조건은 객관화된 조건대로 이해를 하더라도 어쨌든 노동자들은 어떤 경우든 두 축, 대중운동의 활성화와 정치운동. 이것을 통해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기본원칙 자기 의무, 책무, 자신감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할 거라고 봅니다.


그 다음 두번째는 진보정치가 흩어져 있는 걸 진보정치 자체에서 통합하려고 해야 하는데. 모르죠, 오래 활동하다보면 분산된 활동에 한계를 느끼면서 서로 이합집산, 의기투합하고 같이 가게 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그렇게 보기에는 상당히 난망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걸 묶고 끌어내고 할 수 있는 외부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게 있어야 합니다. 그 힘은 어쨌든 노동이 스스로 자기가 정치세력화를 하겠다는 주체의식을 가지고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이 그런 힘들을 구축하면서 여타 정치세력들을 같이 결합시켜나가야 하죠. 그들이 하나의 진보정치로 통합되어 나갈 수 있는 매개의 역할을 노동이 중심에서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게 되려면 노동스스로가 자기 정치적 전망과 비전을 만들어야 되는 것이지요. 그게 없으면, 노동부터가 지금 안 되는데 어떤 힘이 있어서 그 힘이 정치세력을 같이 갈 수 있도록 할 수 있겠어요. 불가능한 거죠. 그 힘은 지금 구조로 보면 노동이 가장 유력한데, 노동이 그 역할을 하려면 노동스스로가 자기 정치적 전망을 먼저 만들어내야 합니다.

 

지금 민주노총 같은 경우 정치위원회가 새로 구성이 되어서 이러저러한 논의들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과정이 시발이 될 수도 있고, 어쨌든 노동이 자기의 정치적 비전을 가지고, 그 정치적 비전을 각 정치세력에게 제시하면서 이렇게 같이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내야죠. 그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되고 안 되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두고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말씀이신지요.

 

여유를 둬야한다는 게, 여유가 어떤 여유냐에 따라 다르겠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건 불가피합니다. 지금 당장 어떤 의지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니까요. 근데 그것을 포기해선 안 되는 거고 그게 되려면 그 중심에는 노동의 역할이 있어야 할 텐데, 노동스스로가 아직은 그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자기의 정치적 비전과 전망, 중심성이 안 되어 있다는 거죠. 여기서부터 노동이 고민하고 출발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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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민주노조운동을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지요.

 

어려운 시기에 열심히 하는데 2선에 물러앉아 있는 내가 이런저런 얘기 할 게 뭐 있겠습니까. 사람들이 많이 지쳐 있잖아요. 활동가간부들도 많이 지쳐 있는데, 활동가간부들이 조건에 굴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활동가간부들 스스로 지도력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자기활동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치열하게 고민도 좀 하고.

 

대중들을 일으켜 세운다는 것이, 그냥 대중들이 저절로 일어서는 건 아니잖아요. ‘아, 저 사람의 모습은 아, 저 집단의 모습은 아, 저 조직의 모습은 신뢰가 간다, 또 뭔가 지금보다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어떠한 기대와 희망 같은 게 대중들에게 제시될 때, 대중들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조직을 따르고 가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활동가간부들은 현실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고민하면서 대안들을 모색해나가는 이런 모습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활동가간부들이 지쳐서 나가떨어져 버리면 대중들은 갈 데가 없죠. 그래서 힘은 들겠지만 활동가간부들이 스스로 자기가 리더로서 성장한다는 의지와 각오를 가지고 현실의 문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들, 거기서 대중들에게 자신감과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이런 역할들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힘은 들겠죠, 사람인데. 힘은 들더라도, 활동가간부들이 일반 노동자들하고 다른 게 바로 주어진 역할과 임무, 그런 거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간부활동가들이 대중들하고 깊이 소통해야 될 시기인 것 같아요. 소식을 공유하고 하는 것은 SNS도 있고 금방금방 알잖아요. 근데 그런 소식을 공유하는 것 하고 운동을 공유하는, 운동의 과제들을 같이 공유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예요. 그거는 실제 사람들이 대중 속에서 해야 합니다.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대화를 글로만 하는 것도 아니고, 말로만 하는 것도 아니고, 눈으로도 하고 몸짓으로도 하고 손짓으로도 하는 거잖아요. 그 사람을 보고 대화하는 거하고, 글로 보는 거하고는 다 다른 거예요. 소통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사람과 사람이 언어와 그 몸 전체의 어떤 걸 보면서 같이 하는 게 진정한 소통인데, 지금이야말로 간부활동가들이 대중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서 소통해야 할 시기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소통을 하면서 간부활동가들이 일방적으로 대중들을 설득하고 끌고 가려고 하지 않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제는 그렇게 해서는 되지도 않습니다. 대중들 속에서 충분히 그 사람들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을, 정말 풍부하게 같이 그 사람들의 입장을 공유하면서 우리의 고민들을 같이 나누고 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게 필요하고 그런 속에서 대안이든, 운동의 방안이든 뭐든 세워져야 튼튼한 하나가 될 겁니다. 옛날처럼 일방적으로 소통한다는 게 설득하고 이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이러한 소통과정들이 지금이야말로 필요한 시기 아니냐고 봅니다.

 

하나 더 얘기한다면 지금이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요. 박정권이 들어와서 하고 있는 민주주의 후퇴문제, 노동에 대한 탄압문제, 이런 것들도 어렵기는 하지만 또 우리 주체적조건도 내가 볼 때는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상당히 피로가 쌓이면서 힘들어하는 시기라고 보여집니다.

 

다니면서 보면 박정권의 하는 행태도 그렇고, 우리 운동이 처한 상태도 그렇고 나는 상당히 심각하다고 보는데, 나타나고 있는 양상들은 내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하고 좀 다른 모습들이 많이 보여요. 다시 말해서 이 상황들이 워낙 누적되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별로 심각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하는데.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건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드러나고 있는 거는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거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속된말로 무사안일, 천하태평, 이렇게 하면 안 되잖아요, 지금 상황이. 상황을 예리하게 주시해야 하는데 그런 경향이 있어서 우려스럽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었다고 봐야하는지 상대를 너무 과대평가 했던지, 아니면 우리 주체적 조건을 너무 과소평가해서 그런지, 뭘 한들 잘 되겠냐 하는 이런 반응들도 일부에서는 있는 것 같아요.

 

이 두 가지는 간부들 중에서는 정말 경계해야 됩니다. 상황이 어려운 거는 어려운 건데 이건 냉철하게 직시를 하면 그만이죠. 어려운데 어려운 줄도 모르고 무조건 잘 된다, 잘 될 거다 이렇게 낙관하면 안 되잖아요. 냉철하게 현실은 직시해야 되는 거고, 대신 여기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적으로는 낙관적이어야 된다는 거죠. 극복해야 된다, 할 수 있다고 하는 냉철한 이성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의지적 낙관을 가지고, 현실을 대처해나가는 이런 간부들의 모습이 조금 아쉬운 때입니다. 옛날에는 뭐 안 어려웠나요, 옛날에는 솔직히 지금보다 더 어려웠죠.

 

지금이 낫죠. 예전에는 툭하면 맞고, 잡혀가고, 구속되고 그랬잖아요.

 

옛날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웠죠. 그래도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들 이런 것들이 모아지면서 80년대 90년대 초로 오는 과정에서 그런 폭력적인 탄압도 극복할 수 있었던 거죠. 그때 만약에 다들 ‘어려워서 되겠냐.’ 이랬으면 민주노총도 제대로 못 만들어졌잖아요. 지금이 어려운 건 사실이고 간부 활동하기 힘든 건 사실인데 옛날에 비하면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좀 더 자신감 가지고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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