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무력해진 지금 국민적 저항만 남았다 1. 7월2일부터 8월23일까지 진행된 정보원(국가정보원)댓글의혹사건등의진상규명을위한국정조사는 파행과 ‘막장’을 거듭한 한편의 국민기만극이었다.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국정조사를 할 생각이 없었다”는 정청래의원의 말처럼 새누리당은 이미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를 거듭 파행으로 몰고 갔다. 처음에는 김현·진선미의원의 ‘제척사유’를 강변하며 국정조사를 지연시키더니 두의원이 사퇴하고서야 국정조사를 시작하였다. 7월25일경찰청기관보고에서 여당의원들은 정청래야당간사가 상영한 박근혜대선후보발언 '동영상'을 '편파적이라고' 문제삼으며 집단 퇴장하였고, 26일 정보원기관보고에서는 '비공개'를 고집하면서 '무기한 연기'를 선언하였으며, 28일에는 휴가철에 특위를 열 수 없다며 국정조사일정을 미루었다. 한편 청와대도 NLL(북방한계선)논란, 전두환비자금수사, 4대강감사, ‘귀태’논란, 청와대인사 등 갖가지 방법을 총동원해 꼼수를 부리며 국정조사물타기를 시도하였다. ‘국민기만’ 국정조사의 압권은 16일과 19일 청문회였다. 동행명령장발부끝에 출석한 ‘원·판(원세훈·김용판)’은 16일청문회에서 처음부터 증인선서를 거부하였다. 민주당 김영근수석부대변인은 증인선서거부에 대하여 “‘국정조사에서 거짓말을 하되 추가처벌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거나 ‘허위진술을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적 태도”라고 지적하였다. ‘원·판’은 청문회 내내 지극히 무성의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날 열린 7차범국민촛불문화제에서 정의당 심상정원내대표는 “어제 국정조사에서 ‘원·판불변의 법칙’을 확인하고, 얼마나 열 받으셨느냐”며 “국정조사를 파국으로 이끌고 정치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는 가장 큰 책임의 당사자는 박근혜대통령”이라고 성토하였다. 19일청문회에서도 새누리당의원들의 ‘저질발언’이 한여름폭염보다 더한 짜증과 분노를 국민들에게 안겨주었다. ‘권은희집단린치청문회’라고 부를만큼 권은희증인에 대한 새누리당의원들의 상식이하의 저질스럽고 폭력적인 질문들은 과연 저들이 국회의원의 자격이 있는지를 의심케 하였다. 새누리당 김태흠의원은 “지금도 이 나라 대통령이 문재인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라는 증인의 양심을 심문하였다. 같은당 ‘탈북’자출신의원 조명철은 “대한민국경찰이냐, 광주경찰이냐”라며 국정조사청문회역사에 남을 최악의 막말을 남겼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보원 전·현직직원들은 가림막뒤에 숨어서 ‘모범답안’을 보고 핸드폰을 사용하는가 하면, 심지어 서로 상의하며 청문회에서 앵무새처럼 반복해 발언하였다. 특히 정보원직원 김하영은 자신의 댓글활동에 대해서 “북한과 ‘종북’세력의 선전선동에 대응하는 목적으로 이뤄진 활동”이라고 말하였다. 새누리당의원들은 이날도 줄곧 ‘여직원감금’을 주장하며 정보원직원들을 ‘보호’하였다. 한편 19일 경찰측증인들이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를 일제히 부정하는 진술을 한 데 대해 표창원교수는 “경찰관 10여명이 똑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고 조직적인 지시를 의심하였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정조사를 계기로 12.19부정선거와 정보원게이트의 실체는 더욱 명확해졌다. ‘원판(원세훈·김용판)’이 증인선서를 하지 않고 끝까지 ‘김세(김무성·권영세)’가 출석하지 않은 것은 그들 스스로 떳떳하지 않음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대해 정청래의원은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방해와 김용판감싸기로 사실상 대선공작의 공범임이 드러났다”고 강조하였다. 16일청문회에서 원세훈전원장은 대선6일전인 12월13일 박근혜대선캠프의 권영세종합상황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남북정상회담NLL대화록공개문제를 “상의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경향신문은 “대선을 앞두고 NLL회의록에 이어 국정원댓글공작사건이 터져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뜨거운 쟁점이 된 상황에서 국정원장이 특정 대선후보선거캠프의 종합상황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를 하였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일”이라며 “이는 국정원정치개입의 또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면서, 특히 NLL회의록 문제에 대해 국정원과 새누리당사이에 조직적인 조율과 협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단서”라고 지적하였다. ‘김용판의 기억나지않는 15일 청와대인근식당의 점심식사’는 사건을 푸는 또하나의 실마리가 되었다. 촛불네티즌시국회의 김창건간사는 “4~5시간 점심에서 어떤 얘기가 나왔느냐가 대선개입사건 해결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김전청장은 7명이 누구인지 끝까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그들이 확인되면 대선개입사건의 퍼즐이 풀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특히 19일청문회에서 권은희전수서경찰청수사과장은 수사과정에서 외압과 수사축소가 있었다고 확인하였다. 권과장은 “김전청장이 직접 전화를 해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지 말라고 지시하였다”고 증언하며, 김전청장이 지난 16일청문회에서 ‘격려전화’라고 한 것은 명확하게 “거짓말”이라고 폭로하였다. 16일 “중간수사발표가 대선에 영향을 미쳤냐”라는 질문에 “중간수사결과 발표행위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고 강조하였다. 김전청장이 16일청문회에서 ‘증인선서거부’를 한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는 대목이다. 표창원교수는 라디오방송을 통해 이날 청문회에 대하여 “진실은 다수결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하였다. 정청래의원도 “권은희증인이 진실의 실체를 솔직담백하게 말함으로써 갈증과 허기를 느낀 국민들에게는 청량제가 됐다”고 말하였다. JTBC는 “2차청문회 이후 조사자의 절반이상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하게 되었다”는 설문조사결과를 방영하였다. 이외 이미 밝혀진 경찰청사이버수사대 정보원댓글수사 CCTV대화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되었다. 3. 이번 국정조사를 통하여 국회와 합법적 절차로는 절대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정청래의원은 국정조사가 끝나갈 무렵 “국정조사결과보고서채택은 지금 진실과 거짓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실질적인 합의채택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하였다.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철벽수비’에 민주당은 시종일관 수세적인 모습이었다. 한겨레와 경향조차도 ‘국정조사 무력화 ‘공범’된 민주당, 야당 맞나’, ‘민주당, 야당이길 포기하였나’라며 새누리당에 밀리고 야당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제1야당 민주당의 힘으로는 결코 이 사건이 해결될 수 없음이 만천하에 확인된 국정조사였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특검도 한계가 분명하다. 한웅변호사는 “특검을 할 수밖에 없는데 특검이 18대대선의 불법을 밝히는 순간 박근혜가 물러난다는 의미이며, 못 밝히면 특검이 무용해 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21세기코리아연구소 조덕원소장은 팟캐스트 코리아포커스-닥터스테판에서 “일본이나 이탈리아, 미국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으나 우리나라는 말이 특검이지 기대할 게 못된다”며 “이번 사건은 3.15부정선거에 버금가는 사건”인데 “민주당이 ‘대선불복은 아니다’라는 식의 소극적이고 소심하며 수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뚜렷하게 당선무효, 정권퇴진 또는 박대통령하야의 구호를 내걸어야 할 때고 그래야 지난 12.19선거의 부정이 바로잡히고, 절차적 민주주의라도 구현된다”고 덧붙였다. 22일 민주당, 진보당 국정조사특위위원들이 「박근혜대통령께 보내는 공식서한」을 통하여 “박대통령은 3.15부정선거가 시사하는 바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라며 박근혜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촉구하였다. 청와대가 지난번 ‘귀태’발언에 이어 ‘3.15부정선거’문구에 또다시 ‘발끈’하면서 ‘3.15부정선거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도둑이 제발 저리다는 식으로 박근혜정권은 ‘정통성’문제만 나오면 유독 예민해진다. 이정현홍보수석이 직접 나서서 “불복이면 불복이라고 분명하게 얘기 하라”며 “그렇게 대통령을 무자비하게 깎아내리고 정통성을 부인하는 언동을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금도를 보여야 한다”고 야권에 경고하였다. 그러나 세상이 다 알듯이, 12.19부정선거와 정보원게이트, 그리고 ‘물타기’와 국정조사‘막장드라마’는 과연 금도를 넘어선 것은 누구인가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6월항쟁때도 침묵하였던 천주교대구대교구사제단 100여명이 사상처음으로 지난 14일 시국선언을 하며 “이번 국정원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사안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중차대한 도발행위”라고 규탄한 것은 현 사태의 심각성과 유일한 해법이 무엇인가를 단적으로 밝혀준다. 정견과 이념을 떠나 정보원과 청와대, 특정정당, 경찰이 결탁해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제 모든 합법적인 방법이 사실상 봉쇄된 조건에서 박근혜대통령의 하야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회와 특검을 넘어서는 전민중적인 강력한 저항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2013.8.23 자주통일과민주주의를위한코리아연대 |
이수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