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에는 장기투쟁사업장으로 잘 알려진 쌍용차지부가 있지만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은 장기투쟁사업장이 몇곳 있다.
그중 2008년 미국발경제위기이후 2009년 ‘경영상의 위기’라는 이유만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노조파괴를 일삼은 사업장으로 포레시아가 있는데 프랑스계 다국적기업이다.
지난 7월16일 경기도 화성 장안공단에 위치한 포레시아사업장을 찾았다.
지나가는 어떤 이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황량하기 이를 데 없이 허허벌판에 공장들이 서 있고, 오직 들리는 것은 공장안 지게차소리와 세찬 바람소리였다.
포레시아공장앞을 지나 몇십미터 걸으면 금속노조 포레시아지회깃발이 나붓기는 컨네이너 1개와 천막 1동이 서 있다.
20명이 채 되지 않은 포레시아지회 해고노동자들이 투쟁하며 지내는 곳이다.
사측은 2009년 5월26일 포레시아지회장을 비롯한 21명의 조합원들을 해고하고 그해 11월24일 새벽5시30분경 용역깡패를 투입시켜 조합사무실을 침탈해 조합원을 강제로 끌어냈고, 급기야 2010년 1월15일 사측구사대를 동원해 조합사무실을 재차 침탈하고 폐쇄시켰다.
포레시아지회는 사무실이 폐쇄된 후 공장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했으나 행정조치로 그곳에서도 쫓겨나고 결국 몇십미터 떨어진 곳에다 농성장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2009년 사측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들여다보면 금속노조소속인 포레시아지회를 탄압하기 위한 구조조정이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프랑스 포레시아자본은 2002년 대기산업의 배기장치스템만 분사해 합작법인 대기포레시아(현포레시아배기컨트롤시스템코리아)를, 2003년 창흥정밀을 인수하고 포레시아배기시스템코리아를 만들었고, 2008년 장안공단으로 이전했다.
한공장안에는 두개의 법인체가 존재하게 됐고, 각각 한국노총소속의 대기포레시아노조와 민주노총금속노조소속의 포레시아지회가 있지만 이들은 탈의실도 같이 썼고, 작업복도 똑같다.
문제는 한국노총소속조합원들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해당되지 않았고 모두 포레시아지회조합원들만 해당됐다는 것에 있다.
장안공단이전할 당시 포레시아지회와 사측은 특별교섭을 진행했고, 사측은 고용보장을 확약, 2009년 1월에도 포레시아지회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경영상의 위기’라며 얼마 지나지 않은 4월부터 7월까지 36명의 회망퇴직과 5월26일 21명의 정리해고를 단행했는데 57명 모두 포레시아지회조합원들이었다.
지회는 사측이 ‘경영상 위기’라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했지만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정리해고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레시아지회 송기웅지회장은 “회사는 희망퇴직자 34명을 내보내지 않고 12말까지 일을 시켰다. 정리해고를 시키고 나니까 사람이 부족했던 것”이라면서 “창고2동을 임대해 재고를 엄청 쌓아놓고 현장을 가동시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포레시아는 장단공단으로 입주하면서 경기도로부터 각종 법인세, 주민세 등 전액감면, 신규채용 20명이상 채용시 1인당 50만원 고용지원금 지원혜택 등 온갖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정리해고명단은 1997년 8월15일이후 입사자로, 이 요건 하나로 작성됐다”고 전했는데 이 요건을 적용시키면 지회장은 물론 사무장까지 지회간부들이 포함된다.
사측이 인위적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단체협약 일방해지, 복수노조를 활용한 부당노동행위와 폭행, 폭언, 감시 등으로 노조탄압을 자행한 것이 드러났다.
지회가 2009년 7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 10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역시 기각 당한 후, 사측은 12월31일 일방적으로 단협을 해지했다.
이와 함께 임금이나 노동조건과 관련해 포레시아지회와 한국노총소속노조를 차별화시켰다.
지회에 따르면 현장에 남아있는 조합원들은 2011년까지 잔업에서 배제됐으며 4년째 임금이 한푼도 오르지 않은 반면 한국노총소속노조조합원들의 임금은 매년 인상돼 현재 포레시아지회조합원의 평균연봉이 대략 2000~2500만원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지회장은 “명절때 선물을 차별지급해 한국노총소속조합원들에게는 5만원상당의 선물을 지급하고 우리 조합원들에게는 딸려오는 샘플정도만 지급했고, 체육대회를 하면 회사는 우리 조합원들에게 조그만 주차장에다 의자 두개를 갖다놓고서 족구장이라며 족구를 하라고 하고, 이탈하면 근무지이탈이라고 하는 반면 한국노총소속조합원들과 관리자들은 바비큐에다 이것저것 차려놓고 한다”고 성토했다.
또 현장의 지회조합원들은 민주노총탈퇴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왕따’시키고, 조반장을 앞세워 폭언, 폭력, 몸에 락카 분사 등 사측의 일상적인 탄압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한다.
포레시아투쟁이 5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고등법원에서는 부당해고로 판결됐고 대법원판결이 남아있는 상황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신발끈을 동여매고 머리띠를 더욱 조이며 투쟁에 나서고 있다.
지회사무실위에는 지금도 여전히 금속노조 포레시아지회깃발이 강하게 휘날리고 있다.
김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