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는 긴장이 고조되어 일촉즉발의 위기상태로 치닫으면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할 당위성이 높아만 지고 있다. 

본글에서는 한반도평화협정체결에 있어서 미국이 체결당사자로 참여해야만 하는 당위성에 국한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북한이 1974년 3월 최고인민회의 제5기3차회의에서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공식요청하는 「미국의회에 보내는 서한」을 채택한 것이 최초의 북미평화협정 논의의 시작이었다.

북의 입장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인식은 평화체제의 당사자는 남북이고 미∙중은 이를 보증하는 지위라는 것이다. 평화체제의 당사자문제는 한반도평화체제 논쟁에서 핵심중의 하나인데 북이 북미평화협정을 주장하는 것은 평화협정의 실질적인 당사자가 미국임을 명확히 하여 주한미군의 지위변화 또는 철수를 강제하려는 것이고, 미국이 굳이 남북이 평화체제의 당사자임을 강조하는 것은 미국이 평화체제의 과녁이 되는 것을 회피하여 주한미군의 지위가 위협받는 것을 방어하려는 뜻이다.

이렇듯 한반도평화협정에 있어 남한과 미국은 남북이 그 주체가 되고 미국은 그것을 보장하는 제3자적 입장을 취하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평화협정이 실질적으로는 북미간의 문제일 수밖에 없어 미국이 당사자로서 참여하는 것는 평화협정체결의 기본전제가 되어야 한다.

한반도평화협정이 실현가능성이 있고, 또 실효성을 거두려면 남북미 3자간이든 남북미중 4자간이든 미국을 실질당사자로 포함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여야만 한다. 그것은 평화협정의 체결과정에서 그동안 핵문제협상이나 미사일협상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북미협상이 기축이 되고 이어 4국협상으로 가야만 실질적인 내용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과도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한반도평화협정은 북미간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명확하다. 첫째, 북한이 자신의 대량살상무기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체제안전의 행동의무를 받아내고자 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미국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향후 한반도평화협정의 본질이기 때문에 남한의 입장에서도 협상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에게 실질적인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이행하게 함으로써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위협과 그로 인한 긴장지속과 전쟁의 가능성을 원천차단해낼 것인가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협상내면의 핵심에는 북한과 미국간의 평화협상을 어떻게 촉진하고 어떻게 실질적인 것으로 만들어낼 것인가가 근본숙제로 남아 있다. 그래서 한반도평화협정은 그 기축이 북미협상의 문제이며, 한국과 중국의 역할은 그것을 촉진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추동해내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그 더 깊은 내면에는 남북한의 대화축을 바탕으로 한반도평화에 대한 미국의 실질적인 책임과 의무의 국제규범화를 추구한다는 의의가 담겨있다.

둘째, 언뜻 보면 평화협정도 남북협상이 기축이 되어야 자주적인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착각에 빠져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미국을 협정당사자가 아닌 ‘보장자’의 위치로 비켜서게 하는 2+2의 논리가 문제의 본질을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갖고 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었던 이유다.

남북이 협상의 기축을 이루고 미국과 중국은 그 결과를 보장하는 역할을 하기만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은연중 또는 분명하게 ‘민족자주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논리는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를 결정하고 그 긴장구조의 당사자의 위치로부터 미국을 비켜설 수 있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이 논리에 따르면, 미국은 한반도긴장구조의 한 축이 아니라 그 구조의 밖에 위치해있는 것으로 된다. 그럼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위기의 본질에 관한 진실을 은폐하는 구실로 사용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진정한 민족의 입장에서 그리고 자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한반도평화협정의 문제는 당연히 남북협상의 문제인 동시에 그 못지않게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의 불안정과 긴장의 구조에 책임있는 당사자로서 향후 평화구조구축에 구체적인 행동의 의무를 지는 일원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국을 몇걸음 물러서 감독하는 ‘보장자’의 위치에 머물러있게 내버려두는 것은 결코 자주가 아니다. 미국 역시 남북한과 함께 구체적인 의무이행 당사자의 위치에 서 있어야 하고 또 그렇게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한반도평화협정에 대한 ‘자주’의 진실한 의미이다. 

‘다자간협상에 의한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은 통일과정에서 외세개입의 가능성의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래서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남북당사자들’이 맺을 일이며 그 외의 다자간 협상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그러나 전쟁의 교전당사자였으며 한반도군사안보에 결정적 이해관계를 주장하여왔고 한반도 주변의 안보질서에 기득권세력이라고 할 미국을 한반도평화협정의 당사자로 끌어들이는 것을 ‘평화구축에 외세를 끌어들이는 것’이라는 논리로 배척한다면, 그것은 중대한 오류이며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북한과의 분쟁에 사사건건 한미동맹을 앞세우고 일본을 끌어들이며 심지어 북한의 우방이었던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까지도 동원한 국제공조를 내세우곤 하는 한국이 과거 교전당사국들간의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평화체제로 바꾸고자 하는 협정에 평화이행의 의무를 지게 할 당사자로서 미국을 참여시키는 것은 왜 ‘외세개입’이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이다.

‘남북당사자주의’라는 것이 진정으로 ‘주체적’인 것이 되려고 한다면, 한반도의 평화에 생사와 존폐가 달린 당사자들인 남북한 어느 한쪽에 안보위협을 제기할 수 있는 외세를 남북간 공동노력을 통해 평화지향적 세력으로 전환시키는 외교적 원칙이어야 한다. 그 외교는 응당 한반도정전체제의 평화체제전환의 제도적 매개가 될 평화협정에 미국을 책임있는 당사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남북공동의 노력을 포함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다시말하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개발을 참으로 포기하고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나서기를 남한이 진정으로 원한다면, 미국의 적대적 정책과 군사위협에 대한 북한의 안보우려를 남한측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러한 북한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게끔 미국 역시 평화협정의 책임있는 당사자로 나서도록 설득하는 남북간 외교공조 역시 불가결한 것이다.

이는 핵문제에 대한 인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은 북핵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일탈국가의 비정상적인 대량살상무기보유의 문제로 주한미군과 무관하게 폐기되어야 할 문제라 단언하는 반면, 북의 입장에서 북핵은 미국의 대북핵위협과 대북적대시 정책의 산물로 북핵을 폐기하려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전체가 해소되어야 한다. 즉, 북과 미국의 준전쟁상태인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고 주한미군의 철수와 같은 이를 담보하는 구체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풀릴 문제인 것이다. 

조인학(통합진보당유럽당원모임위원장직무대행)
*기사제휴: 21세기민족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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