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총 첫 직선제가 무사히 막을 내리고 8기지도부로 한상균-최종진-이영주동지가 선출됐다. <민주노조의 위기>라는 대내외적인 우려 속에 출범하는 신임지도부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하겠다. 아직 함께 할 임원과 집행국 인선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신임지도부에 거는 조합원들의 기대가 크다. 진보노동뉴스는 민주노총 신임지도부가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흥하여 민주노조운동에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민주노총 신임지도부에게 바란다>는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1. 노동자는 하나다, 통합적 지도력 구축
2.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
3. 산별노조와 지역노조, 민주노총 조직체계 혁신
4. 뻥파업은 이제 그만, <절박하다, 단 한번의 승리가!>
5. 900만 장그래 살리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대안으로


5. 900만 장그래 살리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대안으로


<미생>열풍이다. 웹툰 <미생>이 한차례 열풍을 일으키더니, 드라마로 제작되어 또 다시 열풍이 불었다. 드라마가 끝난 지 꽤 됐지만 여운이 오래간다. 웬만한 집회나 행사에서 <미생>, <장그래>가 여전히 한번쯤은 언급되고 있다. 노동계는 유독 <미생>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마도 비정규직문제를 정서적으로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생>의 주인공인 <장그래>는 비정규직이다.


한편, 작년 12월29일 <정권>은 일명 <장그래법>이라며 <비정규직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 3개월이상 근무시 퇴직금을 지급한다는 퇴직금지급기준이 확대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행보다 후퇴된 안이다. 특히 비정규직사용연한을 4년으로 연장하겠다는 것과, 파견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그 핵심내용인데 노동계에서는 즉각 <장그래죽이기법>이라며 기만적인 정부정책에 반발했다. 정부가 <장그래법>이라고 했지 <장그래살리기법>이라고는 안했으니 기만은 아니라고 변명할지는 모를 일이다. 어쨌든 <정권>의 <비정규직종합대책>은 비정규직양산대책으로서, 900만명이라는 비정규직숫자에 아쉬움을 느낀 <정권>이 1000만돌파를 목표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8기지도부 한상균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장그래가 언제 파견기간 연장해달라고 했냐, 정규직시켜달라고 한 거 아니냐>며 <<장그래살리기국민운동본부>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만들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비정규직문제에 민주노총역량의 절반이상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하며 투쟁현장으로 찾아가고 있다. 투쟁현장으로 찾아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지도부가 비정규직집회현장에 몇번 더 참가한다고 해서 장그래의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조직률이 2%에 불과하지만 그 조직된 2%의 비정규직노동자들조차 제대로 엄호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냉혹한 우리의 현실이다. 한상균위원장은 <900만 비정규직들 책임질테니 민주노총에 가입하라>고 호기롭게 외치지만, 현실의 민주노총은 그들을 받아안을 준비가 되지 못했다.


현재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은 싸움의 요구가 있는 당사자들이 각자 분투하고 있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불법파견에 맞선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을 비롯, 대형마트노동자들의 싸움, 삼성전자서비스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을 비롯한 공공부문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 희망연대노조씨앤앰비정규직노동자들의투쟁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힘을 보태주지 못하고 있다. 돌이켜보자.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에 우리 민주노총이 해준 게 무엇인지. 물론 함께 연대하며 머리도 깨지고, 물대포도 같이 맞았지만 총연맹의 역할은 거기에만 있지 않다. 총연맹이 제 역할을 찾지 못하다보니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분산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희망연대노조씨앤앰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로 결속됐다. 장기간의 투쟁과 노숙농성, 광고탑까지 올라가는 투혼으로 이룬 성과다. 한상균위원장은 이 투쟁승리요인으로 정규직노동자들의 연대, <진짜사장이나와라운동본부>의 역할을 꼽았다. 희망연대노조씨앤앰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이 분명 교훈적이지만 전체비정규직노동자들의 싸움으로 일반화되기는 어렵다. 그 방법을 다른 투쟁에 적용한다고 했을 때 승리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규직노동자들의 연대는 강력하지만 고정적이지 못하다. 현실의 민주노총은 정규직노동자들의 연대를 강제할 권한과 힘이 없다. <진짜사장이나와라운동본부>가 투쟁을 지원할 수 있지만 주동적으로 끌어갈 수는 없다. 유독 많은 간접고용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 중에서 희망연대노조씨앤앰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만 승리한 것이 그 반증이라 하겠다. <장그래살리기국민운동본부> 역시 그런 차원에서 외곽지원정도의 역할을 해줄 뿐 결정적인 역량으로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차원의 비정규직투쟁방안은 어떻게 되어야 하겠는가. 원론적으로 들리겠지만 분산성을 극복할 수 있게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내야 한다. 총연맹은 비정규직투쟁을 멀리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조직률을 대폭 늘려 응집된 힘으로 사회적의제를 점령하고, 정권과 자본을 굴복시켜야 한다. 물론 투쟁요구가 있는 각 비정규직현안사업장의 지속적이고 완강한 투쟁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시 말해서, 투쟁사업장에 연대하는 정도가 아니라 민주노총 전체가 비정규직조직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있는 최적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정규직이 주도하고 대신하는 싸움이 아니라 비정규직노동자들 스스로가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하고, 그 방도중 하나로 비정규직간부들을 대거 등용하여야 한다. 또 민주노총 조직체계 역시 900만비정규직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는 산별노조와 지역노조의 양대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한상균위원장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처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후보시절 공약을 통해 <정규직이 특권화되어 있다는 <정권>의 이간질에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넘어가지 말고 단결할 것>을 호소했다. 물론,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의식화하는 사업은 중요하다. 그러나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대하는 <정규직>조합원들의 의식화는 더 중요하며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조합원들은 내가 낸 조합비 다른 곳에 쓰이는 것 안 좋아한다.> 모정규직간부와 논쟁하며 나온 얘기인데 <조합원들=정규직, 다른곳=비정규직조직>으로 해석하면 된다. 민주노총에 위와 같은 논리가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투쟁해야 한다.


나아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싸움에 정규직노동자들이 반드시 연대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지회의 파업과정에서 드러난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의 갈등이 보여주듯 상대적으로 <운동권갑>지위에 있는 정규직노조의 <운동권을>지위에 있는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연대와 배려없이는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이란 생각할 수 없다. 심지어 정규직이 비정규직노조를 고용안정의 방패막이로 삼는 근본문제를 혁신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총연맹은 이런 문제에서 혁신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근본적인 처방을 해야 한다. <노동자는 하나다>는 정신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최근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여내는 등 조직률을 부단히 높이며 권리찾기에 나섰다. 전국 동시다발로 진행한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파급력이 상당했다. 물론, 아이들의 밥을 볼모로 한다는 정권의 이데올로기공세도 만만치 않지만 학교비정규직처우개선이라는 사회적의제, 쟁점을 형성해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민주노총이 비정규직문제해결의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비정규직노동자 조직률 2%로는 사회적의제를 형성하기 어렵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또 조직된 노동자들을 통해 투쟁하며 단결하고, 단결하며 투쟁하는 방법으로 역량을 더욱 배가시켜나가자.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조직률이 10%쯤으로 올라선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설렌다. <장그래살리기국민운동본부>하나 만들어놓고 <면피>하는 지도부가 될 것인지, 근본을 바꾸는 지도부가 될 것인지 <900만 장그래>가 8기지도부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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