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총 첫 직선제가 무사히 막을 내리고 8기지도부로 한상균-최종진-이영주동지가 선출됐다. <민주노조의 위기>라는 대내외적인 우려 속에 출범하는 신임지도부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하겠다. 아직 함께 할 임원과 집행국 인선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신임지도부에 거는 조합원들의 기대가 크다. 진보노동뉴스는 민주노총 신임지도부가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흥하여 민주노조운동에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민주노총 신임지도부에게 바란다>는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1. 노동자는 하나다, 통합적 지도력 구축
2.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
3. 산별노조와 지역노조, 민주노총 조직체계 혁신
4. 뻥파업은 이제 그만, <절박하다, 단 한번의 승리가!>
5. 900만 장그래 살리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대안으로


3. 산별노조와 지역노조, 민주노총 조직체계혁신


민주노총은 총연맹체답게 다양한 세력이 공존하고 있다. 다양한 세력이 공존하다보니 다양한 논쟁들도 끊이질 않고 있는데, 그중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 바로 조직체계에 대한 논쟁이다. 이 조직체계논쟁은 민주노총 출범 이전부터 치열했다. 그러다가 1995년 민주노총이 출범하면서 산별노조건설을 지상과제로 설정한 만큼 논쟁은 일단락됐다. 지노협, 현총련 등을 해산하고 산별노조건설에 집중했다. 그리하여 표면적으로 민주노총은 산별노조와 지역본부라는 양대체계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애초에 외국의 산별노조정책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다보니 남코리아노동현실과 맞지 않은 부작용이 존재했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 해도 몸에 맞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처럼, 산별노조만으로는 남코리아노동자들을 모두 포괄하지 못했다. 더욱이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남코리아의노동현실은 더욱 급변해졌으며 자본의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중소자본의 영세성이 갈수록 심화되어갔다. 그로 인해 중소영세기업의 설립과 도산이 빈번해지고 열악한 환경에 노동자들이 무방비로 내몰렸다. 아울러 <IMF외환위기=신자유주의도입=노동유연화정책=비정규직양산>이라는 등식처럼 비정규직이 급증하게 됐다. 이러한 노동현실은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이어졌고, 민주노총조직체계논쟁도 다시금 불붙었으나, 민주노총은 <산별노조만능론>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규직·대기업노조중심의 산별노조체계를 유지하다보니 중소영세사업장의노동자들과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자연히 배제되었고, 특히 역사적으로 형성되고 확인된 지역노조의 힘이 발휘되지 못했다. 원산노동자총파업, 구로동맹파업, 청계피복노조, 마창노련 등 고유명사화 된 역사적인 사례만 보더라도 남코리아노동운동에서의 지역적 특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산별노조건설의 미명하에 인위적으로 지역노조를 다 해산해버린 것은 큰 실책이었고 민주노조운동의 큰 손실이라 하겠다.


그래서인지 2014년 민주노총 8기 지도부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공히 민주노조의 지역적 임무를 부각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산별노조와 지역본부 양대체계로 하여 민주노총을 강화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비대칭하게 산별노조로 몰려있는 힘을 지역본부로 분산하여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당선된 한상균신임지도부 역시 지역본부예산과 인력확충을 통한 지역운동강화와 대산별구축의 조직노선을 제시했다. 마치 유행처럼 씨줄·날줄의 비유를 쓰면서  산별노조와 지역본부강화를 제시하고 있지만 단언컨대, 이 체계로는 현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민주노총의 조직체계는 지역노조와 산별노조의 양대조직체계로 이뤄져야 한다. 레닌이래로 모든 당·노조조직은 지역과 부문의 구성체계를 기본으로 한다. 씨줄과 날줄의 비유란 바로 지역과 부문의 양대조직체계를 의미한다. 가로의 씨줄과 세로의 날줄이 고르게 교차되어야 제대로 된 천이든 그물이든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지역과 부문의 조직체계가 균형을 갖춰야 조직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고로 민주노총의 조직체계 역시 지역인 지역노조와 부문인 산별노조 체계로 재편되어야 한다.


대기업이나 업종별 특성이 강한 곳은 산별노조로 묶는 것이 유리하고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묶어세우는 데는 지역노조가 유력하다는 것이 경험적으로도 확인됐다. 산별노조의 특성은 단결된 힘으로 집중하여 교섭과 파업을 벌일 수 있는 것이고, 지역노조의 특성은 일상적인 지도와 연대, 즉 폭넓은 활동을 벌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산별노조는 그 형태와 특징, 경험적으로 확인된 바와 같이 대기업노조직사업과 운영에 어울리는 체계이며, 중소영세사업장노동자들과 개별로 존재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은 산별체계가 아니라 지역차원에서 조직하고 개입하는 지역노조체계에 어울린다.


앞서 언급했듯 민주노총의 산별노조건설노선은 출범 5년도 채 되지 않아 한계에 부닥쳤다.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을 담아낼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제인식은 2000년 4월 부산지역일반노조의-지역노조, 일반노조, 지역일반노조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부르고 있지만, 정확한 개념은 지역노조가 옳다- 등장을 통해 구체화 됐다. 부산에서 지역노조가 결성된 이후 경남, 충남,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지역노조 결성이 잇따랐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산별노조만능론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지역노조의 존재를 부정했다. 300명이상 사업장의 노조조직률은 47.7%인 반면 100~299명은 8.6%, 30명미만 사업장은 1%에 머무르고 비정규직노조조직률은 2%에 불과한 현실은 민주노총이 <지역노조론>을 부정한 결과다. 문제는 여전히 민주노총이 지역노조에 관심이 없고 심지어 지역노조들을 2016년까지 강제로 해산하고 산별노조에 편입시키겠다고 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조직체계를 고집하여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을 포괄하지 못하는 민주노총이라면 민주노조라는 이름을 붙일 자격이 없다. 30명미만사업장 노조조직률 1%, 비정규직노조조직률 2%라는 현실을 8기 신임지도부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신임지도부 역시 조직체계에 대한 고심이 있을 테고, 그 결과물로 대산별구축과 지역운동강화 조직노선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조직노선이 외형상으로는 산별노조, 지역노조노선과 유사해보이지만 내용상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8기 신임지도부는 지금이라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조직체계혁신에 나서기를 바란다.


강조하고싶은 것은 지역운동강화가 아니라 지역노조강화란 점이다. 지역운동강화라는 말의 의미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현 시기 민주노조운동의 핵심은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의 노조조직률을 끌어올리는 것인데, 지역노조강화가 그 대안이기 때문이다. 지역노조를 강화해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을 조직해낸다면 이는 곧 지역운동강화에 복무하는 것으로도 된다. 또한 대산별구축이라는 개념과 대비되어 어울리는 개념이 지역노조강화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운동강화의 방법으로 제시된 지역본부강화는 잘못된 발상이다. 8기신임지도부뿐만 아니라 선거에 출마한 나머지 세 후보, 그리고 많은 활동가들이 조직체계의 대안으로 지역본부강화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지역과 부문이론을 잘못 적용한 오류다. 앞서 언급했듯, 산별노조에 대비되는 개념은 지역본부가 아니라 지역노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별노조를 강화하는 것이 한축이라면, 다른 한축은 지역노조를 강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산별노조와 지역노조가 모여 하나의 연맹체를 이루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지역노조가 자리 잡아야 할 자리에 지역본부가 들어가 있었으니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의 조직사업이 안 됐던 거고, 전체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혼란이 있었는가. <산별노조만능론> 때문이다. 산별노조라는 그릇으로 전체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하다보니 예외를 두기는 해야겠는데, 그렇게 되면 산별노조노선을 스스로 어기는 것이 되니 지역노조의 지위를 격하시켜 지역본부에 직가입하는 체계로 만들어뒀다. 그러다보니 헷갈리게 됐다. 지역노조의 지위뿐만 아니라, 지역본부의 위상과 역할을 정립하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활동가들이 기본적인 감각은 있으니 부문과 지역의 체계를 세우긴 해야겠고, 현재 있는 틀은 산별노조와 지역본부이니 어떻게든 끼워맞추려고 했지만 잘 안된 것이다. 규격이 다른 볼트와 너트를 끼워맞추려고 하면 안되는 것처럼, 산별노조와 지역본부 체계로는 안 됐던 것이다.


별개의 얘기지만 그렇다면 지역본부강화는 왜 어려운가. 재정과 인력부족 때문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기대중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충남에 소재한 금속노조소속 조합원이 금속노조는 내 조직으로 인식하지만, 충남지역본부는 내조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 것은 조합원의 잘못이 아니라 20년동안 우리가 형성해온 지역본부의 위상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지역본부는 직접적인 조직담당자역할을 하기보다는 투쟁사업과 연대사업을 위주로 한다. 설사 조직사업을 직접 한다손 치더라도 산별에 소개해주는 방식이거나, 후에 산별에 넘겨주게 된다. 시쳇말로 조합원들 인식에서 지역본부는 한 다리 뜨는 거다. 그래서 지역본부 주최의 지침이나 투쟁, 사업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지역본부에 억지로 이러저러한 위상과 역할을 부여해봤자 잘 안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가장 깔끔한 방법은 지역노조가 지역본부의 역할을 대신하면 된다. 앞서 언급한 특성상 지역노조는 연대투쟁과 대지자체개입사업 등에 대한 요구가 크다. 지역본부에 내려가던 재정과 인력을 지역노조에 집중하고, 지역노조가 중소영세비정규직사업장 조직담당자의 역할과 지역본부가 수행하던 지역투쟁사업·연대사업을 담당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구체적인 자기대중이 있는 지역노조가 기존에 지역본부가 하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면 지역사업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고민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요컨대, 지역노조는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담당자이면서, 지역 내 투쟁사업과 연대사업을 담당함으로써 지역운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된다.


산별노조와 지역노조 체계는 민주노총조직체계가 나아가야 할 양대방향이고 실천속에서 검증된 유일한 대안이다. 많은 진통이 있겠지만 8기지도부가 민주노총의 조직발전을 바란다면 이노선을 힘있게 틀어쥐고 나가야 한다. 이 조직체계만 제대로 세워져도 민주노총 조직사업 전반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이고 민주노총 역사에 중요한 획을 긋게 될 것이다. 현장의 조합원들은 당연하게도 정확한 노선으로 힘차게 전진하는 지도부를 원한다. 과연 8기지도부가 그런 지도부가 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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