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총 첫 직선제가 무사히 막을 내리고 8기지도부로 한상균-최종진-이영주동지가 선출됐다. <민주노조의 위기>라는 대내외적인 우려 속에 출범하는 신임지도부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하겠다. 아직 함께 할 임원과 집행국 인선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신임지도부에 거는 조합원들의 기대가 크다. 진보노동뉴스는 민주노총 신임지도부가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흥하여 민주노조운동에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민주노총 신임지도부에게 바란다>는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1. 노동자는 하나다, 통합적 지도력 구축
2.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
3. 산별노조와 지역노조, 민주노총 조직체계 혁신
4. 뻥파업은 이제 그만, <단 한번의 승리가 절실하다>
5. 900만 장그래 살리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대안으로


2.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


최근 치러진 그리스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둠으로써 그리스역사상 첫 좌파정권이 탄생했다. 남미에서 불어온 좌파정권의 열풍이 유럽까지 확대되려는 걸까. 그리스 사례만 놓고선 섣부를 수 있겠지만 신자유주의광풍을 뚫고 시리자가 총선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리스사례는 이남노동계급에게 부러워만 할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가 더는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다.


작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통합진보당이 강제해산을 당했지만, 본질에서는 2012년 두번째로 당이 갈라졌을 때 현장의 노동자들은 이미 패권주의와 종파주의에 물든 진보정치에 사형을 선고했다. 이로써 민주노총이 1997년 권영길위원장을 앞세워 국민승리21(건설국민승리21)을 결성한 후 본격적인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에 나선지 15년만에 첫번째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중요한 경험을 했고 반노동반민중세력이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를 얼마나 두려워하는가도 잘 알게 됐다.


2000년1월. 창당 당시만 해도 민주노동당이 조봉암의 진보당(1956~1958) 이후 남코리아내 가장 강력한 진보적대중정당으로 자리 잡을 걸로 예상치 못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발 벗고 나선 <민주·평등·해방의 새세상을 향한> 노동자·민중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2004년 총선에서 무려 10명이나 원내에 진출시켰다. 그러나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의 달콤한 성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패권주의와 종파주의로 인해 2008년2월 분당이라는 시련을 맞이했다. 노동자·민중은 분열을 반대하며 재통합을 추동했으나 한차례 분당으로 인해 구심력을 잃은 터라 쉽지만은 않았다. 진보신당(노동당)의 통합합의 무산과 국민참여당 참여문제로 난항을 겪다가 어렵사리 통합진보당으로 통합했으나, 내홍으로 인해 연이어 2차 분당을 맞이하고 말았다.


많은 이들이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 실패원인을 경쟁적으로 지적했다. 부실·부정선거라는 현상적인 원인부터, 종파·패권주의라는 본질적인 원인까지 지적됐다. 의회주의환상이 비판되어졌고, 특히 민주노총이 진보정치를 <아웃소싱>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지적은 많은 공감을 얻었다. 진보통합에 대한 경로에는 이견이 있었으나 노동중심의 진보통합을 이뤄야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누구 말마따나 좌절과 실망에 빠지거나 반성과 성찰로 나날을 보낼 상황은 아니지만, 선뜻 노동중심의 진보통합을 위해 앞장서는 사람도 없었고, 설사 소소한 시도가 있었다하더라도 힘이 실리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이미 실패했으니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패배주의와 허무주의가 유포됐고, 팔짱을 지른 채 방관하는 부류도 늘어났다.


현장의 진보정치는 원심력이 크게 작용하여 걷잡을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진보와 진보가 아닌 것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다시금 정치와 담을 쌓는 노동자들이 늘어갔다. 민감한 정치얘기는 자연히 쉬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선거 때 변변한 투표방침조차 없어서 노동자들은 보수언론의 왜곡선전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실패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


<제2의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남코리아에서는 보수양당체제가 더욱 고착화되었고, <박근혜·새누리당<정권>>의 파쇼화도 가시화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거대여당인 새누리당의 전횡에 휘둘리며 부화뇌동하고, 진보정당은 사분오열된 채 존재감조차 없으며, 그나마 통합진보당은 정권에 의해 강제해산 당했다.


<정권>의 대선부정선거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세월호참사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특별법조차 제정하지 못했다. 2014년 한해동안만 해도 통상임금 범위를 강제로 축소하는 것을 비롯하여, 공무원연금법 개악을 시도했고, 파견사유 확대, 비정규직사용연한 4년으로의 확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장그래죽이기법>을 준비하는 등 정권과 자본은 저들의 의회를 통해 거침없이,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노동자들의 삶을 옥죄는 법안을 찍어내려 하고 있다. 비단 노동자들뿐이 아니다. 농민, 빈민, 청년학생, 지식인, 종교인 할 것 없이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신음하고 있다.


잇따른 <정권>의 공안몰이로 인해 더 이상 이렇게 분열된 채로 있다가는 정권에 의해 각개격파 될 거라는 위기의식이 진보진영 전반에 팽배하다. 그래서 진보통합의 요구가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자기단체중심, 자기정파중심의 사고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민주노총의 상황이 복잡하니, 민주노총을 일단 배제한 채 통합을 모색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로 노동중심의 진보통합, 바로 민주노총의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노동계급이 배제된 통합은 사상누각이다. 모래위에 지은 집이 오래갈 수 없다. 노동계급이라는 탄탄한 기초, 반석위에 지은 집이어야 종파패권주의라는 내부의 시련과, 공안탄압이라는 외부의 탄압에도 굳건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중심을 잡고 사분오열된 진보정당을 통합하고, 민심이반으로 흩어졌던 노동자·민중들의 마음을 다시금 하나로 모아내 통합된 진보정당 안에서 더욱 단결하여 정권과 자본에 대응해나가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지체 없이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를 밀고나가야 하는데 신임지도부가 이것에 관심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8기지도부를 선출하는 직선제선거에서 후보들 간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에 대한 견해가 극명하게 갈렸다. 신임지도부의 공약은 <진보정치의 다원화 인정 속에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인데, 그 공약대로라면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는 어렵게 된다.


신임지도부의 공약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조합원대중들의 요구를 외면한 채 자파중심의 입장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조합원들은 종파패권주의에 침을 뱉고 돌아선 거지 진보정치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다. 특히 박근혜·새누리당<정권>의 전횡으로 인해 신음하는 노동자·민중들이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를 절실히 바라고 있음에도 그것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민심을 잘못 파악했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거다. 그럼 왜 신임지도부가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에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것인가. 진보통합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진보통합 없는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는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만약 신임지도부가 자파가 내세운 공약을 고집하며 조합원들의 요구와 시대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한다면 두고두고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신임지도부 공약의 문제점은 둘째, <노동자계급정치실현>이 남코리아의 현실에 맞지 않는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이다. 객관적으로는 서슬퍼런 국가보안법이 맹위를 떨치는 조건에서 노동자계급정당이 기를 펼 수도 없거니와, 만에 하나 세를 조금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정권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민주주주의수준의 강령밖에 되지 않는 통합진보당조차 강제해산당하는 현실을 보라. 주체적으로는 남코리아의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통일전선적인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의 다른 표현이 바로 진보적 대중정당이다. 노동자농민이라는 계급적 기초 위에 빈민, 중소상공인과 여성, 청년, 학생, 진보지식인들을 망라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지향했던 것처럼.

신임지도부 공약의 문제점은 셋째, <진보정치의 다원화>를 인정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사상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는 것이다. 진보정치의 다원화를 인정한다는 것은 소자산계급(쁘띠부르주아)의 사상이다. 노동해방이라는 노동자들의 지향은 다원화 될 수 없다. 노동자들의 지향은 분명 하나이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에서 견해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방법상 차이는 비타협적인 것이 아니기에 대화와 논쟁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조금의 차이를 크게 부각하며 분열을 야기하는 것은 소아적 방식일 뿐이다. 다름을 존중하고 같은 것을 구해나가며 단결하는, 즉 구동존이하는 것이 우리 노동계급의 방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8기 신임지도부의 <정치전략공약>은 즉시 폐기·수정되어야 한다. 


1995년 민주노총이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를 결의했을 때의 필요성과 20년이 지난 지금의 필요성이 바뀌지 않았다. 1996년 노동법날치기통과로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의 염원이 더욱 절실해진 것과 2015년 현재 각종 노동법개악시도에 열을 올리는 보수양당체제 역시 다를 게 없다. 노동자·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 단 1명만 있었으면 좋겠다던 절박한 요구 또한 여전히 유효하다.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시도가 실패한 건 민주노총이 진보정치를 아웃소싱하여 노동중심성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지 지향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또한 의회주의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의회주의환상에 사로잡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대중투쟁을 기본으로 하고 의회투쟁을 전술로 배합하는 것까지 문제일 수는 없다. 대중투쟁과 의회투쟁이 옳게 결합하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 한시도 미루지말고 최우선과제로 선정하고 어렵더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를 통해 건설된 통합적인 진보정당은 단지 제도권으로의 진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바로 광범한 노동자·민중을 한 데 묶어낸다는데 의의가 있고, 박근혜·새누리당<정권>과 한판 대격돌을 펼칠 항쟁의 지도부를 건설한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박근혜와의 <맞짱>을 준비하는 8기 신임지도부가 특히 명심해야 할 지점이다. 노동자들의 총파업만으로는 악랄한 정권과 자본에게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 광범한 노동자·민중이 한 데 뭉칠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맑스는 파리코뮌의 실패에서 혁명을 지도할 당이 필요하다는 것과 노농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찾았다. 역사를 보나 현실을 보나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는 절박한 과제다. 노동자·민중정치세력화실현이 바로 민주노총을 살리는 길이고, 노동자·민중을 살리는 길이다. 8기지도부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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