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장기투쟁사업장소식 (3) 아산 유성기업지회

[장투사업장] (3) 아산 유성기업지회


충남아산 어느 자동차전용도로에서 한 노동자가 굴다리난간에 천막을 치고 목에는 밧줄을 매단채 134일째 농성하고 있다.

 

하루 24시간 큰 트럭이며, 승용차며 지나가는 소음에 마음 놓고 눈을 붙이기조차 힘든 굴다리다.

그는 유성기업 홍종인지회장으로 지난해 10월21일 유성기업정문앞 굴다리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홍지회장은 단 한가지 요구 “법대로 처리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무엇이 그를 굴다리난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천막안에서 목숨을 매건 고공농성에 돌입하게 만들었을까?

 

그의 농성투쟁은 2011년 유성사태와 맞닿아 있다.

 

그해 유성기업, 용역, 창조컨설팅, 현대자동차, 고용노동부, 보수언론까지 전방위적으로 유성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009년 임금·단체협상에서 금속노조산하 유성지회와 사측이 ‘주간연속2교대제도입은 2011년 1월1일부터 실행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합의함에 따라 노사는 12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사측은 안을 내놓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노동위원회의 조정과정에서 4조3교대안을 내놓는다.

 

이에 유성지회는 “이는 야간노동을 심화하고 노동강도를 높이는 안”이라며 반대했고 더이상 교섭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 5월17~18일 전조합원쟁의행위찬반투표를 실시해 78%의 가결로 5월18일 2시간부분파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사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5월18일 저녁 용역 30여명을 동원해 정문을 봉쇄하면서 직장폐쇄를 단행한다.

 

이에 노조조합원들은 봉쇄된 정문을 열고 공장에 진입했고 이과정에서 용역들이 탄 차량1대(대포차로 밝혀짐)가 조합원을 향해 돌진해 13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벌어진다.

 

여기서 현대자동차의 개입이 드러난다.

 

대포차 1대가 돌진한 직후 현대차총괄이사차량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대외비’문건이 발견되는데 주간연속2교대제도입을 현대차시행후 3개월내 시행추진 등 형태로 도입을 위한 실무FTF구성 등이 적혀 있었다.

 

특히 외부유출이 안되도록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며, 유출될 경우 유출당사자를 강력 조치한다는 내용까지 명시돼 있었다.

 

유성기업은 자동차엔진부품업체로 현대자동차와는 원하청관계에 있다.

 

여기에 사측이 고용한 용역(CJ시큐리티)100여명은 헬멧과 방패, 쇠파이프 등으로 중무장한후 6월22일 출근하는 조합원 200여명에게 1시간동안 무차별폭행을 자행한다.

 

이뿐아니라 사측은 직장폐쇄중에 친기업성향의 복수노조를 획책하고 관리자들은 기존 유성지회조합원들에게 ‘손배가압류 빼주겠다’는 식으로 회유와 협박을 하며 친기업노조가입을 종용한다.

 

사측은 2011년 6월3일 81명의 조합원 81명을 상대로 4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신청했고 10월18일 1차로 현장에 복귀한 조합원중 23명(대부분 간부)의 해고를 포함 106명이나 징계하는 등 지금까지 27명해고, 170여명을 징계했다.

 

이후 교섭권을 따낸 친기업노조와 교섭을 벌여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대폭 축소시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명박정권과 보수언론들도 사측의 노조탄압을 거들기 시작한다.

 

이명박정권은 5월24일 60개중대 경찰병력과 헬기를 포함한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해산시키고 조합원 500여명을 경찰서로 연행한다.

 

또 당시 최중경지식경제부장관은 KBS에 출연 “1인당연봉이 7000만원이 넘는 회사의 불법파업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이명박대통령은 라디오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에서 “연봉 700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파업했다”고 여론을 호도했다.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7000만원 연봉받는 사람들이 파업이라니’, ‘연봉 7000만원 넘는 노조파업 국민납득 못할 것’, ‘노조불법파업, 사측 불공정엄정대처’ 등의 기사들을 쏟아내며 정권의 나팔수노릇을 한다.

 

당시 유성조합원들이 받는 실제임금을 살펴보면 정권과 언론의 진실왜곡이 얼마나 심한가를 알 수 있다.

 

2011년 5월30일자 경향신문은 “25년 경력자가 주야간풀타임으로 잔업특근일을 해아한다”고 밝힌 노조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바 있다.

 

또 2011년 6월1일 미디어오늘보도를 보면 유성지회 이정훈대외협력담당은 “연봉 7000만원은 근속년수가 28년에 이르는 노동자가 정규근무시간(8시간)외에 한달잔업80시간, 야간근무를 꼬박 2주동안 해야 가능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2011년 유성사태의 시나리오에 ‘노조파괴전문업체’인 창조컨설팅이 있다는 것이다.

 

2012년 9월 국회청문회에서 민주당(민주통합당) 은수미의원은 창조컨설팅의 대외비자료를 공개하며 “유성기업 경영진과 실무진, 창조컨설팅연구진이 상시 핫라인을 구축하고 노사관계전략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은의원은 창조컨설팅이 2011년 4월28일 유성기업에 제출한 컨설팅제안서도 폭로했다.

 

또 유관기관대응전략에 대한 창조컨설팅측 대외비회의자료를 추가공개했는데 청와대, 국정원, 경찰청,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의 접촉자이름과 이메일주소가 포함돼 있었다.

 

사측의 직장폐쇄와 손배가압류, 용역깡패들의 무차별적 폭력, 어용노조의 가입협박, 정권의 공권력투입과 보수언론의 왜곡보도 등 ‘민주노조말살’은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강요하게 만들었다.

 

2011년 파업에 참가한후 복귀해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고 구사대활동을 강요받아 우울증에 시달려 온 노동자가 5차례나 자살을 시도한 끝에 결국 지난해 12월 스스로 목을 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자살시도에 모친마저 충격으로 사망했고, 산재가 인정되지 않은 시기 한달에 250여만원이나 되는 병원비로 가족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노동자의 인생과 가정 모두 피폐한 상황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현재 ‘노조파괴시나리오’의 작성자 창조컨설팅의 노무법인설립인가는 취소됐지만 사업주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상태다.

 

홍지회장의 ‘법대로’는 불법을 저지른 사업주를 처벌하고 사용노조를 해체하고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상식적이고 기초적인 요구다.

 

그러나 그가 목숨을 오직 목에 매건 밧줄에 의탁해 농성한지 134일째 이어오고 있지만 외로움이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아 보인다.

 

유성노동자들은 2월28일 1시간30분부분파업을 진행하며 투쟁으로 맞서고 있고 노동, 정당, 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유성사태 해결하라”, “홍종인을 살리자”는 목소리를 내며 멈추지 않고 연대하고 있다.

 

지난 3월4일부터는 민주노총 최만정충남본부장과 금속노조 박창식충남지부장이 무기한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유성사태해결은 이제 머지않아 보인다.

 

유성지회조합원들은 어떠한 탄압에도 단결하는 노동자에게는 승리가 찾아오는 법이라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관기자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