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노동 국내 민변 ‘대통령이 미국GM의 통상임금 민원해결사?’

민변 ‘대통령이 미국GM의 통상임금 민원해결사?’


박근혜대통령이 방미중 8일 CEO라운드테이블에서 미국GM사회장 댄 애커슨과 만나 언질을 준 ‘통상임금문제 해결’에 대해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비롯한 법조계에서 ‘3권분립원칙 위배’, ‘노동자는 봉인가?’, ‘일자리창출위해 통상임금수준을 높여야 한다’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민변사법위원회 이재화변호사는 10일 트위터에 박대통령의 발언은 ‘외국자본투자유치를 위해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을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재벌과 외국자본의 대통령인지 의심스럽다’고 규탄했다.


이정렬창원지원부장판사는 11일 개인트위터를 통한 문답에서 ‘현행법의 해석상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며 그런 당연한 법리를 대법원에서 확인한 것일 뿐’이라 밝히고 ‘대통령님의 말씀은 이 법리를 뒤집으시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며 헌법상의 3권분립제도 때문에 ‘확정판결을 대통령이 바꿀 수 있는 방법은 현행법상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GM은 노조와의 통상임금소송 1·2심에서 패소해 현재인건비 8140억원을 장기미지급한 상태로 알려졌다.


한편, 민변노동위원회는 10일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GM기업의 통상임금 민원해결사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의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의 전체 봉사자이지, 미국 GM기업의 봉사자가 아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기업의 민원해결사인가?’, ‘미국기업은 우리의 희망이고, 자국노동자는 봉인가?’라며 박대통령의 발언을 질타했다.


이어 통상임금문제는 ‘행정부소관의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법부의 판단과 입법적인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지난 3월29일 대법원판례를 설명하며 박대통령의 발언은 3권분립의 원칙에 위배하는 것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자리창출을 위한 근본해법으로 초과근로수요억제를 통한 근로시간단축을 제기하고 이를 위해 통상임금수준을 높일 것을 강조하는 한편 박대통령의 통상임금해결 약속은 ‘절차적으로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약속한 정책에도 배치되는 발언’으로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민변의 성명 전문이다.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 GM 기업의 통상임금 민원 해결사인가?

미국을 방문 중인 박대통령은 지난 8일 한미 최고경영자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에 8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려면 통상임금 문제를 한국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주었으면 한다’는 댄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의 발언을 듣고,“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고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다. 꼭 풀어나가겠다”며 “지엠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대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보겠다”라고 답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지엠 회장의 발언은 한국지엠노조가 현재 지엠의 현지법인인 한국지엠을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하여 1, 2심에서 승소하고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사안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즉, 지엠 회장은 대규모 투자의 선제조건으로 1, 2심에서 패소한 자사의 통상임금 문제를 두고 타국의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기한 셈이다.


미국 기업 회장의 말 한마디에 일국의 대통령이 1,800만 자국 노동자의 권리가 걸린 근로조건의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발언은 참으로 받잡기 민망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절차적으로 볼 때, 한국의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의 전체 봉사자이지 미국 GM기업의 봉사자가 아니다.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수백 일에 걸쳐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등 긴급한 노동현안문제를 해결하라고 외쳐온 국내 노동자들의 요구는 철저히 외면하다가 미국 기업 회장의 민원성 말 한마디에 대해서는 즉각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하는 태도는 도대체 그가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 기업의 민원 해결사인가?


대통령 후보 시절 국정조사를 약속했던, 정리해고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171일 동안 송전탑에 올라가 외쳐도, 법원이 불법파견을 인정하면 동일업무에 대해 행정명령을 내리겠다고 약속했던, 사내하청 불법파견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0일 이상 송전탑에 올라가 외쳐보아도 ‘딴’ 나라 일처럼 외면해왔다. 그랬던 바로 그가 미국 기업 회장의 말 한마디에 1,800만 자국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한 통상임금의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답변하는, 그 신속하고도 단호한 태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미국 기업은 우리의 희망이고 자국 노동자는 봉인가?


또한 통상임금 문제는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통상임금을 규정한 근로기준법령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과 입법적인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다.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지난 해 3. 29. 우리 대법원에서 매월 지급되는 금원이 아니더라도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이라면 통상임금이므로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1년 근속당 일정금액을 지급한 근속가산금 또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대법원 2012.3.29. 선고 2010다91046 판결)한바 있다. 따라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통상임금 문제를 미국기업의 요구에 따라 꼭 풀어나가겠다고 한 약속은 사법부의 판결을 무위로 돌리겠다는 것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실체적으로 볼 때에도 통상임금 문제는 우리의 낮은 기본급과 복잡한 임금체계에 기인한 것이고, 이러한 사실은 회사나 공장에서 근무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문제이다.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만든 것은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시 그 산정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꼼수를 부려온데 원인이 있다. 8시간 법정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수준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생활임금을 벌기 위해서는 연장이나 휴일근로 등 장시간의 초과근로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해 초과근로는 관행처럼 굳어온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로 인해 초과근로는 일상이 되었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공염불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최고의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우선 기업들의 초과근로부터 제한하여 실질 근로시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8시간 법정근로시간에 대한 임금 수준을 높이고, 초과근로시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수준을 올림으로써 초과근로에 대한 기업의 비용부담을 증가시켜야만 초과근로 수요억제로 인해 진정한 근로시간 단축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초과근로가 줄어야 그 만큼의 신규채용 일자리가 발생할 것 아닌가?


미국 대기업에 대한 대통령의 통상임금 해결 약속은 절차적으로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약속한 일자리창출과 장시간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도 배치되는 신중치 못한 발언이다. 즉각 철회하라!

2013. 5. 1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권영국 


류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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