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동주민센터앞에서의 농성 11일째인 1일오후2시 <세월>호가족대책위(<세월>호참사희생자·실종자·생존자가족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과의 3차면담에 대해 <새누리당의 입장변화 없이 똑같은 얘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우리는 더이상 면담에 응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동의가 58.3%>로 나온 KBS의 여론조사를 언급하면서 <진실을 알 권리,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리로 이러한 것을 실현하기 위한 특별법제정이 위헌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이야말로 헌법의 근원과 가치를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 8월31일 열린 긴급차관회의에서 밝힌 정부의 입장을 두고 <왜 정부의 책임을 스스로 묻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가. 허술한 관계시스템, 선장과 선원만 먼저 구출한 해경, 청해진해운이 각종 지적사항을 전달한 국정원,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시각에 사라진 CCTV영상, 이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것 역시 정부가 자임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법은 국회가 하는 것이라는 말은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말일 뿐이다. 삼권분립이란, 입법사법행정의 분권적 협력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며 <박근혜<대통령> 역시 이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긴급차관회의에서 추경호국무조정실장은 <<세월>호사고 수습과 인적·물적 피해보상비용 대부분은 가해자인 청해진해운과 유병언일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족대책위 전명선부위원장은 <전날인 8월31일오후7시 안산에서 총회를 열었다>며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특별법 관철밖에 없다는 뜻을 다시금 확인한 자리였다>고 전했다.
이날도 수사권, 기소권이 보장된 제대로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 등이 이어졌다.
서울대, 연세대 등 서울·경기지역 8개대학총학생회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서울지역민주동문회협의회는 1일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이야말로 기존 검찰 및 수사기관의 비협조, 수사대상의 정치적 저항과 압력 등 다양한 장벽으로 사건당사자들을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특별조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태를 해결하겠다던 <대통령>은 보이지 않고, 정치권은 기만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그것도 모자라 국민들과 유족들을 한편으로는 모욕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박근혜<대통령>을 향해 <국민들앞에서 눈물로 맹세한 약속을 책임있게 이행해야 한다. <세월>호의 진실을 철저히 규명해 유가족의 한을 풀고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도록 제대로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3일 창량리역, 용산역, 신촌에서 각각 모여 광화문까지 행진을 벌이며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오후에는 경희대, 성공회대, 성균관대 등 6개대학 30여명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강 첫주를 반납하고 <특별법알리기 가두캠페인>과 촛불집회 참가 등의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오후6시 광화문광장에서 단식기도회, 5대종단은 오후8시 보신각에서 연합기도회를 연다.
<세월>호국민대책회의는 이날오후3시까지 광화문농성장에서 6390명이 하루이상동조단식에 참여했으며, 2만6820명이 온라인으로 통해 단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가족대책위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이 곳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 지 11일이 지났습니다. 주말을 두 번 보냈고, 다가오는 주말은 추석 연휴라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명절을 맞는 우리 가족들과 모든 국민 여러분에게, 한가위 보름달처럼 환하게 진실을 밝힐 특별법이 선물로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 전까지 특별법이 제정되지 못한다면, 우리들 스스로가 진실을 꺼뜨리지 않을 빛이 되어 이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열 분이 갇혀 있는 어두운 바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참사의 진실이 묻혀 있는 이 땅을 함께 밝히는 빛이 되어주시기를 국민 여러분에게 호소합니다. 가족대책위는 어제 저녁 7시, 안산에서 총회를 열었습니다. 총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위한 별도의 협의안을 준비하는 것은 아닌가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몇 차례 밝혔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이미 7월에 가족들이 원하는 법안을 국회에 청원했습니다. 우리가 청원한 법안이 가족과 국민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안이지만, 더욱 철저하게 진상을 밝힐 수 있는 법안이 있다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더욱 확실한 법안이 있다면, 언제든지 토론할 수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국회는 우리의 법안을 귀 기울여 들어보지도 않은 채 된다, 안 된다 품평이나 하는 자세를 보여 왔습니다. 그리고 여야 양당은 마치 된다, 안 된다가 유일한 근거인 듯 서로 다투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목숨이 희생되었습니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그 중 한 사람의 희생에 대해서라도 진지하게 성찰한다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대한민국을 다시 세운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특별법 제정이 이렇게까지 힘겹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늘 오후 예정된 새누리당과의 면담에서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 없이 똑같은 얘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면담에 응해야 할 이유가 없어질 것입니다. KBS 여론조사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동의가 58.3%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 38.6%보다 우세하게 나왔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 있는 세월호 가족 모두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 보장하라는 주장이 위헌이라고 합니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최고의 기본법입니다. 진실을 알 권리,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이러한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 위헌이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이야말로 헌법의 근원과 가치를 부정하는 발언입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적당히 넘어가겠다는 새누리당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어제 정부서울청사에서는 긴급 관계차관회의가 열렸다고 합니다. “세월호 사고 수습과 인적․물적 피해 보상을 위한 비용 대부분은 가해자인 청해진해운과 유병언 일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명 유병언 법의 처리를 국회에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궁금합니다. 청해진해운과 유병언 일가에 책임을 묻기 위한 검경합동수사나 정부의 단호한 입장은 보이는데, 왜 정부의 책임을 스스로 묻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까? 허술한 관제시스템, 선장과 선원만 먼저 구출한 해경, 청해진 해운에 각종 지적사항을 전달한 국정원,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시각에 사라진 CCTV 영상, 이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것 역시 정부가 자임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입법은 국회가 하는 것이라는 말은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말일 뿐입니다. 소위 삼권분립이란, 입법 사법 행정의 분권적 협력 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 점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가족들을 지지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십니다.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간혹 가족들을 굳이 찾아와서 욕설을 퍼붓고 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도에 넘치는 욕설과 폭행이 있을 경우 우리 가족들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임을 경고합니다. 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은 우리 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국민 모두를 위한 진실과 안전을 밝히기 위한 길임을 잘 살펴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청운동 사무소를 이용하시는 주민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가족들이 길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통행에 다소 불편이 있게 된 점 양해를 구합니다. 그러나 청운동 주민 여러분 역시 진실과 안전의 통행을 가로막는 청와대에 더욱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리라 믿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해주시기를 다시 한 번 호소 드립니다. 2014년 9월 1일 |
김진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