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민련·통일운동 탄압 규탄 제 시민사회단체 시국선언문> 한국사회에 공안탄압, 민주주의 파괴의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견이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제안이건 가리지 않고 ‘국가보안법’을 휘두르며 탄압하고 있으며, 반대세력에게는 ‘종북’, ‘빨갱이’의 딱지를 서슴없이 붙이며 비이성적인 적개심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새누리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가보안법 사건은 급격히 늘어 최근 5년 사이 무려 4배 이상 증가(2007년 30명, 2011년 135명)하였습니다. 또한 ‘남북공동선언 이행’, ‘한미연합 전쟁연습 중단’ 등과 같은 주장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이적행위’의 딱지를 붙이는 등, 민주사회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등 공안기관이 범민련 남측본부의 김을수 의장 권한대행, 김성일 사무차장 등 9명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였고, 그 중 5명을 구속시켰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범민련이 기자회견이나 집회 등에서 ‘남북공동선언 이행’, ‘평화협정 체결’, ‘대북적대정책 폐기’, ‘한미합동훈련 반대’, ‘공안탄압 분쇄’ 등을 주장한 것에 대해 이적동조, 찬양 고무 혐의를 적용하였습니다. 분단된 한국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합리적 비판의식을 갖고 있다면 누구라도 주장할 수 있는 정치적 주장, 특히 전직 대통령들이 합의한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자는 주장까지도 국정원, 경찰, 검찰이 국가보안법을 내세워 ‘북한의 주장에 동조’한 행위이자 ‘국가의 존립 안전을 해치는 행위’라는 어마어마한 딱지를 붙인 것에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범민련에 대한 최근의 탄압 양상으로 볼 때, 앞으로 비슷한 주장을 하는 다른 단체, 인사들, 전체 평화통일진영으로 국가보안법의 광풍이 확대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범민련은 남, 북, 해외에 거주하는 온 겨레가 통일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아래 지난 90년 결성된 남, 북, 해외 공동의 통일단체입니다만, 공안기구와 법원은 통일의 한 당사자인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범민련 남측본부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그 활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법시 해 왔습니다. 현재 총 9명의 인사들이 구속되어 있는데, 검찰은 범민련을 실질적으로 해산시키겠다 공언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양심, 사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 실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민주개혁과 평화통일을 요구하는 정치적 활동에 국가보안법의 잣대를 들이대 ‘이적행위’로 낙인찍고 국가기관, 언론을 동원하여 ‘국가의 존립, 안전을 해치는 행위’라고 몰아붙인다면,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위축되는 가운데 우리 사회가 퇴행하는 것은 필연적 귀결일 것입니다. 헌법 정신이 갈갈이 찢기고 파괴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진작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어야 하는 법입니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자들이 독립투사들을 탄압하고 조선 민중들을 통제,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 낸 치안유지법을 그대로 베껴 만든 것이 국가보안법입니다. 이승만, 박정희 독재정권이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한 국민적 열망을 탄압하는 데 휘둘렀던 것이 바로 그 국가보안법입니다. 그동안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지속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개정을 권고해 왔고, 과거 김대중, 노무현 개혁정부 시절에는 국회에서까지 그 폐지를 다룰 만큼 국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그 문제점이 널리 알려진 악법 중의 악법입니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정보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온 국민에게 충격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이른바 ‘심리전단’을 운영하여 온라인 공간 안에서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저질스러운 표현으로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혐오범죄를 선동하였는가 하면, 야당들과 그 후보에 대해 민주파괴적 색깔론을 유포하는 등 일일이 모두 꼽기도 어려울 만큼 심각한 정치공작을 진행한 것이 드러나 온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이라는 비이성적, 반민주적 악법의 뒤에서 국민을 옭죄어 오던 공안기관의 본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가기관이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권력을 동원하여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박탈하는 것이야 말로, ‘국가의 존립, 안전을 파괴’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양심과 표현,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서는 결코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없습니다. 합리적 비판과 주장을 ‘종북’, ‘이적행위’로 낙인찍는 비이성적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탄압받고 있는 범민련 남측본부 성원들을 비롯한 모든 양심수들을 즉각 석방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파괴의 근원이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합니다. – 범민련·통일운동 탄압 중단하고,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라! – ‘종북’ 공안몰이 중단하고, 평화통일운동 보장하라! – 사상, 양심, 표현의 자유 옭아매는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 공작정치 산실 국정원을 해체하라! 2013년 9월 11일 시국선언 참가자 일동 |
국내·해외인사 600여명 “범민련탄압 중단” 촉구
범민련·통일운동 탄압을 규탄하는 제시민사회단체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11일 오전11시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소장은 여는말에서 “통일 어쩌고 하는 사람을 몽땅 국가보안법으로 집어넣는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허리를 뚝 자른 미국을 필두로 하는 냉전논리를 우리민족문제에 개입시켜서 민족문제를 교살하고자 하는 음모”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백범김구선생이 13세인 자신에게 “’통일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이기고 네가 지는 싸움이 아니라 왜놈제국주의하고 싸우는 양심이 하나가 되는 것이 통일이다’라고 말했다”라며 현재 “박근혜정부는 민족문제를 그르치는 정부냐 아니면 생각하는 정부냐의 갈림길에 서있다”고 지적했다.
이창복 6.15남측위원회상임대표의장은 “범민련남측본부는 6.15공동선언남측위원회 회원조직”이라고 언급하고, “우리 조직의 회원조직이 무참하게 탄압받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당국은 즉각 구속자들을 석방하고 무위로 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국정원선거개입의 논란을 은폐코자 일어난 사건”이라며 “끈질기고 힘있게 그리고 계속적으로 비판과 도전의 대오를 갖춰 나가서 탄압받는 국면이 없어지고 국정원의 만행을 규탄하는 시대가 되도록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총회의장은 박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호치민 묘소에 헌화와 참배한 사실을 두고 “정작 국내에서는 진보정당에 대해 내란음모로 뒤집어씌우고 그것으로는 안되겠다 싶어선지 여적죄라는 듣도 보도 못한 죄를 쒸우려고 만지작거리고 있다”며 현정권을 “유신보다 더 고약한 절대왕정”이라고 규정했다.
조헌정 예수살기상임공동대표의장은 “3주후에 베를린 브란덴부르크광장을 출발해 모스크바와 이루크츠크, 베이징, 평양을 거쳐 부산 행사장에 도착하는 ‘평화열차’를 추진하고 북측의 긍정적인 협조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장을 비롯한 총무, 각 교단장을 포함해서 15명의 방문단이 11일 방북신청을 했지만 지난 금요일 통일부에서 방북불허를 통지했다”며 남북교회의 만남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에서 “종교인의 만남을 부정하는 박근혜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거짓”이라고 폭로했다.
정진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소장은 “인권이 망가지고 집회결사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조차 다 빼앗긴 사회에서 새누리당, 박근혜대통령이라고 무슨 이득을 볼 수 있겠는가?”라며 “국정원의 부당한 선거개입에서 비롯된 잘못된 상황을 이런 식으로 호도하고 극복하려 든다면 그것이 발목이 돼서 박근혜정부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명예회장은 “서울구치소에서 김세창 범민련남측본부조직위원을 만났다”며 “횡단성척수염, 공황장애라는 불치의 병을 가지고 있어 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감옥에 있다”고 말했다.
권명예회장은 “이틀후 광주에서 이규재의장을 면회가서 목이 메어 말을 못하는 정경을 봤다”며 당시 소감을 전했다.
박래군 인권중심‘사람’대표는 “김세창동지 건강상태가 심각하다며 치료에 대한 인도적 조치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면서 “재벌들은 조금만 아퍼도 나오는데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야할 김세창동지는 못가고 있다”며 보석허가를 촉구했다.
이어 “범민련남측본부에 대해 도청과 감시는 물론 집회결사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면서 “이싸움은 헌법21조를 살리기 위한 투쟁이다”라고 규정했다.
참가자들은 시국선언문을 낭독후 △양심수석방 △종북공안몰이 중단 △국가보안법 폐지 △국정원해체 등을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한편 시국선언에는 100여개의 단체 및 600여명의 국내·해외인사들이 동참했다.
다음은 시국선언전문이다.
임진영기자
*기사제휴 : 21세기민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