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유언대로 해주는 게 내가 마지막 할 일”
한진중공업 고최강서조합원이 ‘민주노조 사수, 158억 손해배상 철회’를 외치며 온몸으로 항거한지 66일만인 24일 ‘민주노조탄압 분쇄! 158억 손배가압류 철회! 정리해고와 강제무기한휴업이 부른 사회적 살인 한진중공업최강서열사전국노동자장’이 치뤄졌다.
낮 12시10분 부산역광장에서 1000여명의 노동자가 모인 가운데 노제가 열렸다.
한국진보연대 박석운공동대표는 “이순간도 노동자들은 철탑 등에서 온몸을 던져 싸우고 있다. 더이상 희생이 없어 한다. 최강서열사는 정리해고, 손배가압류, 비정규직, 노조탄압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소서”라고 추모했다.
민주노총부산본부 김재하본부장은 추모사로 “최강서열사여! 동지가 바라던 세상 노동자민중이 주인되는 진보의 세상 우리가 만들겠다”며 “손배가압류 없고 민주노조 만세소리 마음껏 외치는 세상 만들겠다. 66일동안 다지고 다졌던 동지의 영정앞에 다지고 다졌던 그 맹세 결코 잊지 않겠다. 우리 자식들에게는 결코 이 더러운 세상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민중가수 박준씨가 추모의 노래 <깃발가>, <금속노조가>를 부른후 김진숙지도위원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김지도위원은 “강서야 우리가 또 솥발산에 간다. 굽이굽이 피눈물 서리고 겹겹이 회안이 싸인 솥발산에 35살 시퍼런 생목숨 널 묻으로 우리가 또 가야 한다”며 “지난봄, 하필이면 솥발산에서 찍었던 너의 사진이 결국은 영정사진이 되고 그 영정사진을 쓸고또쓸며 당신을 어찌 보내냐고 울고또울던 네아내의 통곡을 뒤로한 채 오늘 너를 보낸다. 너무 아까운 우리 강서 보고싶어서 어찌 사노”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서른다섯 군대 제대하자마자 이 공장에 와서 배를 만들고 서럽고 고단한 조선소짬밥을 먹으며 장가들고 두아들 낳고 천년만년 살아도 모자랐을 우리 강서야”라고 애타게 부르며 “말잘듣는 노예만이 필요했던 이 모진 조남호에게 너는 네번째 희생자가 됐다. 10년을 바쳐왔던 땀과 노동도 모자라 이 모질고 악독한 자본은 어찌 네목숨까지 앗아갔단 말이냐”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우리 임금의 열배가 넘는 돈으로 용역을 사들여 노동자들을 끌어내고 경찰에 연행되고 복수노조로부터 고소당하고 그 피가 거꾸로 솟는 일들을 매일 겪으며 네가 변하고 그렇게 투사가 됐듯 여리기만하던 네아내가 변하던 과정을 지켜보는 건 아프고 눈물 겨웠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한진중공업지회 민주노조 조합원여러분! 최강서열사가 끝내 지키고자 했던 건 민주노조였다”며 “동지들 어떻게 지켜온 민주노조인가. 그것만은 잊지 맙시다. 최강서 그이름 죽어서도 잊지 맙시다”고 호소했다.
한진중공업지회 차해도지회장은 “정말 보내기 싫었다. 아니 손이라도 잡고 싶었다. 힘들었던 198일간 천막농성속에서도 항시 밝은 웃음을 보여줬던 강서의 모습을 이제는 찾을 수가 없다”며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열사가 누워있는 곳으로 간다. 육신은 떠나가지만 정신들은 우리 마음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노동이 아름다운 아름다운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에서 함께 열사들을 만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으로 가는 이의 넋을 위로하고 그 뜻을 받들어 투쟁으로 민주노조 깃발, 승리의 깃발을 휘날리는 진혼굿이 펼쳐졌다.
끝으로 참가자들은 고인의 영정에 헌화하며 노제를 마쳤다.
노제에 앞서 오전8시 한진중공업영도조선소 단결의 광장에서 발인식이, 오전9시 공장정문앞에서 영결식이 있었다.
영결식은 한진중공업지회 고지훈사무장이 경과보고를 하고 문영복수석부지회장이 유서를 낭독하며 진행됐다.
장례위원장인 백석근민주노총비대위원장은 “박근혜정부에 대해 투쟁해야 한다”며 “최강서동지가 연대와 투쟁을 말하고 있다. 뼈를 깍는 각오로 권력의 횡포를 앞에서 흔들리는 촛불이 아니라 횃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소장은 “피와 눈물로 쓰러진 생명은 불씨로 이어간다고 했다. 짓밟힌 강서야 너는 영원한 불씨다. 네가 틔운 불씨로 봄이 온다. 따라 갈게”라며 추모했다.
고인의 아내 이선화씨는 “생활고로 인한 비관, 시신을 볼모로 한 투쟁이라는 왜곡속에 질타도 받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의 유언을 받들겠다는 마음에서 변하지 않았다”며 “당신 유언대로 해주는 게 내가 마지막으로 할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한테 좋은 곳 가라는 말 못하겠다. 진짜 못 보내겠다”며 “아이들 잘 키울게, 꿈에 자주 나타나서 공원에도 놀라가자”며 울부짖었다.
영결식을 마친후 오전10시부터 한진중공업앞에서 부산역광장까지 추모행진을 했다.
하관식은 오후3시 솥발산열사모역에서 유가족, 한진중공업지회, 금속노조조합원 등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고인의 관을 땅에 묻자 유가족들은 “우리아들 강서야, 강서야”라며 오열했다.
하관식이 끝나고 정리집회가 이어졌다.
유가족을 대표해 그의 부친은 “66일동안 금속노조, 한진지회 수고 많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안싸워도 될 줄 알았는데 조남호가 악덕자본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비대위원장은 “발인부터 최강서동지와 함께 한진지회노조사무실을 돌면서 두아들, 최강서부인과 함께 손잡고 함께 가는 것을 보면서 최강서동지가 우리에게 진정 주고 간 뜻이 무엇인지 새겨야 되겠다”고 발언했다.
김종인민주노총비대위원은 “매일매일 열사의 시신의 훼손을 막고자 드라이아이스를 넣으면서 피눈물 흘리며 열사영정앞에서 열사가 피로쓴 유서 반드시 지키겠노라고 다짐했지만 그 약속 다 지키지 못한 채 열사를 땅에 묻었다”며 “열사의 유지를 받들어 죽을 각오로 싸워서 반드시 승리하자”고 결의했다.
홍지욱금속노조부위원장은 “이제 현장으로 돌아가서 치열하게 민주노조사수를 위해 투쟁하자”고 말했다.
집회사회자는 “이번 투쟁을 하면서 85호크레인을 다시 봤다. 김주익열사의 유언과 최강서열사의 유언이 같은 세상. 안타깝고 분노스러운 세상이다. 10년동안 김주익열사의 유언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보았다. 최강서열사의 유언은 기필코 마음속에 새겨서 다시는 이런 유언이 없는 세상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목청껏 외쳤다.
이어 참가자들은 “열사의 뜻 되새기자” 구호를 힘주어 외친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전국노동자장을 모두 마쳤다.
장례위원회는 장례위원장에 백석근비대위원장, 부위원장에 민주노총 비대위원 및 중집성원, 공동집행위원장에 홍지욱부위원장, 부산양산지부 문철상지부장, 호상에는 차해도한진지회장 등으로 구성됐다.
솥발산묘역에는 한진중공업 고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조합원과 두산중공업 고 배달호조합원을 비롯한 100여명의 열사 및 희생사가 안장돼 있다.
김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