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과 지역운동’ 관련 사례
1) 울산 북구 명촌 생활문화공동체 상상
2) 울산지역 아파트공동체문화 만들기
3) 서울 마포공동체 – 성미산마을
4) 광주지역 당과 노조의 민생상담
5) 전국민주연합노조 각 지부,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의 집단입당
6) 외국사례 – 호주노총의 총선투쟁 승리, 스웨덴 노동자 코뮌, 이탈리아 민중의 집
산별노조시대, 지역운동의 의의와 개입전략 중에서
전국현장노동자회
1. 지역이란 무엇인가
1) 휴식, 의료, 주택, 그리고 교육
노동자는 노동을 하기 위해 노동력을 재생산해야 한다. 잠자고 놀아(휴식) 다시 기력을 충전하여 노동을 한다. 아프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노동능력을 유지한다.(의료) 가족과 단란한 집에서 살아간다.(주택) 자식을 낳고 기르고 교육을 시켜서 성장하면 노동자가 된다.(육아,교육) 이 모든 것이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충전하는 과정이다. 즉 노동자는 의료, 교육 등의 공공서비스와 의식주 해결을 위한 소비과정으로서 민간서비스 없이 살아 갈 수 없다. 노동자는 출근하여 노동함과 동시에 퇴근하여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회적 총체다. 한편, 나의 서비스 이용 공간은 그것을 제공하는 다른 이에게는 노동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삶 자체를 영위하는 공간이자 상호간에 만나고 교류하는 곳을 우리는 ‘지역’이라고 한다.
2) 재벌 수직계열화와 지역의 해체
민주노조운동 초기 때만해도 이 같은 ‘지역’의 개념강조가 굳이 필요 없었다.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은 지역별로 조성된 산업공단 및 중소공업단지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87년 출범한 마창노련에서부터 시작한 지역노동조합협의체들은 업종과 규모에 상관없이 정부의 탄압에 함께 대응했었다. 때문에 초창기 민주노조운동의 구성원들은 ‘지역’의 중요성을 실천과정에서 충분히 체득하고 있었다. 적어도 1990년대 초반 재벌중심의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재벌중심의 산업 구조조정이란 재벌을 최정점으로 하여 그곳에 납품하는 하청기업들을 수직적으로 줄 세우는 과정이다. 이로 인해 예컨대 GM대우차에 납품하는 구미의 한 사업장 노동자는 자기 삶을 둘러싼 ‘지역’보다 저 멀리 대우차에 관심을 더 집중하게 됐다. 공공 및 민간서비스 이전에 자신의 고용과 그로 인해 받게 되는 임금을 좌우하는 최정점에 삶을 의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사실상 ‘지역’은 해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동운동은 여기에 대응할 어떠한 전략도 갖지 못해왔다.
3) 지역공동체와 유흥문화
지역의 해체과정은 휴식-의료-교육-주택이라는 노동자 삶의 기본 영위 수단을 멀리 빼앗아가는 과정이다. 하청기업보다 재벌사에 취직하려는 욕망은 수도권으로 혹은 대도시로 노동자들을 이동시킨다. 그 이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를 목표로 둔 교육시스템이 안착되기도 한다. 이렇게 수도권이 집중되면 지역간 불균형 현상은 더 커지고, 노동자를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의료시설은 ‘촌’을 점점 떠나게 된다. 이제 수도권과 특정 대도시를 제외하고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제대로 재생산하는 ‘지역공동체’를 갖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지역공동체가 해체되어 가면서 노동자들의 삶에 끼어들고 파고 든 것은 퇴근 뒤 노동자들을 사로잡는 늘어가는 유흥문화다. 혹은 재벌 그룹들이 해당지역 사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문화센타 이용 권리만 특정 노동자가 누리는 것, 이것이 고작이다. 이제야 다시 ‘지역’을 강조하고 나선 게 늦은 감이 크다.
4) 자본과 보수 삼각동맹
‘지역’ 이같이 망가지는 동안, 지역의 자본가와 보수 정치인 및 토호들, 그리고 그들에게서 돈을 받는 지역 보수 언론의 삼각동맹은 거꾸로 튼튼해졌다.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투쟁이 한창일 때 포항 죽도시장 상인들은 “경기도 안 좋은데 노동조합의 투쟁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고 노조를 적대시했다. 현대차 조합원은 임단협에 앞서 이제 울산 상인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할 형편에 놓여있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소비력을 높여 상인들에게도 좋을 텐데도 저들의 삼각동맹은 그것을 은폐한다. 이제 “공장에서 열심히 단결하고 싸우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말는 그 실현이 예전보다 훨씬 어렵다.
5) 지역에 눈 돌릴 여유?
한국의 노동자들은 서구북유럽 노동자들과 달리 자신의 노동력재생산 비용을 순전히 회사에서 주는 직접임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러면 노동자들은 여전히 임금인상투쟁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잔업과 특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노동자들은 그것을 보장해주는 회사에서 잘리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처지에 이미 내몰려 있다. 이런 노동자들에게 공공 및 민간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또 다른 노동자와의 상호교류라든가 쉽게 쓰이고 쉽게 잘리며 임금수준도 형편없는 다른 열악한 노동자들의 문제는 자신이 약간 여유 있을 때 관심가질 주제 정도로 미뤄진다. 그러나 치솟는 물가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회사의 위기는 노동자들에게 그럴 여유조차 허락해주지 않는다. 과연 이러한 악순환이 우리 노동자, 그리고 후손들의 미래이자 희망이어야 할까?
2. 기존 노조운동의 지역개입 한계
1) 기업의 순이익 배분
최근까지 지역은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의 ‘외부’의 것이거나 노동운동에 ‘부차’적 영역이었다. 다시 말해 노동조합이 다룰 수 있는 의제가 해당기업의 순이익 배분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던 기업별노조체계가 최근까지의 노동체제였다. 특히 97년 경제위기 이후부터, 노동조합은 사업장 단위로 자기 조직원들의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경제적 피해를 방어하기 위한 투쟁에 더욱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지역’은 공장 내부의 문제 해결 뒤의 부차적인 것이었다. 즉 사업장 문제 해결 뒤 여유가 있을 때 욕먹지 않기 위해 신경 좀 써주는 공간 정도였던 셈이다.
2) 노동자는 퇴근 후에는 그냥 시민?
노조가 그러면 그럴수록 노조는 “자기 조직원의 당면한 이익만을 고집하는 성가신 존재”로 고립되곤 한다. 노조는 이를 피하기 위해 임금과 노동조건 악화를 감수하고 해고만 회피하려는 ‘양보교섭’을 하도록 사회적으로 강요당하게 된다. 그런데 양보교섭은 거꾸로 소속 노조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기대와 신뢰, 그리고 충성도를 도리어 약화한다. 그 결과 노조의 현장장악력은 약화되고 그 틈을 사용자의 노무관리가 끼어든다. 이런 악순환 논리에 ‘지역’은 또 끼어들 여지가 없고, 때문에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퇴근 뒤의 삶은 책임지지 않았다. 이로써 퇴근 뒤의 노동자는 그냥 시민이 될 뿐이다. 시민이라는 마치 ‘중립적’ 존재를 이제는 주식시장, 산업정책, 미디어, 정치 등 모든 자본주의 논리가 포섭한다. 바로 이러한 악순환을 끊지 않는 한, 노동조합운동의 지역개입전략을 발휘해볼 여지가 도저히 없다.
3) 생활정치로 포장된 선거정치
물론, 지역의 의제를 발굴하기위해 열심히 뛰어왔던 지역활동가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이 2005년 시군구체계로 지역조직을 잘게 재편하면서 생활정치를 구현해 보겠다고 한 적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의 노동자들이 자기 사업장 안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펼쳐지는 당의 시도는 ‘노동자’가 빠진 정치였다. 그러자 관변단체에도 들어가 적극 활동해야 한다는 것에서부터 시민단체들과 함께 사업을 벌이자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결국 선거 때 표를 모으기 위한 사전활동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은 선거정치를 생활정치로 포장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진보정당운동을 하는 이들의 탓만은 아니다. 지역의 노동자계급이 기업별노조 체계 속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 하나로, 진보정당의 정치는 선거 때 표를 달라고 주문하는 것에서 한 치도 나아갈 수 없었기 때문.
4) 조직노동자의 고령화
이러다 보니 활동(?) 좀 한다는 노동자들에게조차 지역사업이란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서 비정규철폐,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의 유인물 나눠주며 목청껏 소리 높여 선전전 펼치는 것 이상이 아니었다. 또한, 지역주민 통일노래 한마당, 통일 마라톤 같은 행사 등 지역주민에게 특정한 정치적 의제를 쉽게 접근시키는 통로 정도였던 것이다. 한편, 지역사업이라고 하면 지역 내 저소득측, 취약층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을 떠올리기도 한다. 몇몇 노조활동가들은 연탄배달, 도시락배달, 소년소녀 가장 돕기, 김장나누기, 고아원 봉사활동, 독거노인 목욕봉사 등을 매년 해오고 있기도 하다. 이러다보니 지역사업이란 열정있는 소수 헌신적인 활동가들과 심성 착한 사람들만이 관심가지는 영역 수준의 것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헌신적이고 착한(?) 심성의 활동가들은 씨가 말라가고 있다. 점점 나이 먹어가는 노동자들의 활동력은 20년 전 민주노조 초창기 때 같은 청춘의 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5) 90%가 넘는 미조직 노동자
한편 기존의 해당 기업 중심의 기업별 노조활동은 그 활동범위가 해당 기업의 울타리를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다시 말해 기업별노조는 해당 기업 규모가 커야 노조 생존능력이 커지는 시스템이다. 바꿔 말하면 중소영세사업체에서는 사실상 노조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지역이라는 곳은 바로 이같이 노조를 만들고 유지하기 힘든 다양한 노동자들이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한자리수의 노조조직률을 감안하자면 전체 90%가 넘은 노동자들이 노조로 조직되지 못하고 지역에서 불안정하게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 자체가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위와 같은 지역사업을 위한 활동력을 발휘할리 만무하다. 결국 한 지역의 한자리수 정도의 조직된 노동자, 또 그 가운데 극소수에 불과한 활동력 있는 활동가들이 벌이는 지역사업으로 지역이 바뀐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이러한 한계를 가진 기존 노동조합 운동 자체를 끝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사실 10년도 넘었다.
3. 산별노조와 지역개입 가능성
1) 산별노조의 원리
산별노조는 기업과 규모를 불문하고 전체노동자 누구라도 가입할 수 있는 개방성을 갖고 있다. 아울러 산별노조는 특정기업에 해당되는 요구가 아닌 가입한 노동자 전체의 보편적 요구를 마련할 수 있는 원리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일단 원리만으로 각 기업의 울타리를 극복하는 형식을 2006년 여름에 갖추기는 한 셈이다. 그러나 산별노조의 형식적 완성이 여가, 주거, 의료, 육아 및 교육 등의 지역 차원의 복지수준을 저절로 높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계에는 산별노조체계이지만 복지수준이 형편없는 나라도 있으며, 산별노조 형식의 노동체제가 곧바로 사회복지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구성원의 모든 관심을 기업의 울타리 내에 가둬두던 체제로부터 형식이나마 탈출했다는 점에서, 이제는 그 내용을 채워나가야 할 때인 것이다. 기존 기업별노조 노동체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제 노동조합의 지역개입전략이 본격적으로 시도되어야 한다.
2) 지역차원의 고용안정협약
앞서 얘기했듯이 지역은 1차적으로 노동자들이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는 공간이다. 즉 취업과 실직을 둘러싼 광범한 노동시장이 형성되는 곳이 바로 지역인 것이다. 이제 산별노조는 이러한 지역별 노동시장에 개입력을 높여야 한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으로 예컨대 산별노조의 지역지부가 해당지역의 사용자들과 다음과 같은 협약을 맺는 것을 가정해 보자. “사용자는 현재의 고용수준을 00년간 유지하고, 고용창출을 위해 노력, 단 회사의 경쟁력 감소, 급격한 물량감소 등으로 고용인원을 축소해야 할 경우 1) 구조조정 시 사업장 간 이직 2) 전직을 위한 직업교육을 보장한다. 그리고.…”. 이처럼 산별노조는 조합원이라면 사업장 단위 고용안정협약을 넘어 지역차원의 고용안정협약으로 불가피할 시 타 사업장으로의 이직 혹은 전직이 보장되는 식으로 노동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3) 지역 노동시장 개입
예컨대 ‘지역고용위원회(가칭)’ 등의 협의틀을 통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조는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가 저임금이 안 되게 감시하고 통제하면서 개입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현재 고용안정센터를 비롯한 지역노동사무소를 통해 추진되고 있는 고용안정서비스에 대한 산별노조 지역지부의 개입력을 높이는 방안 모색도 가능하다. 특히 지역 내 원-하청 하도급 문제에 대한 개입도 필요하다. 비정규직 및 저임금의 문제가 은폐돼 있는 하도급계약 단계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 지역 내 여성과 장애인 등 취업이 취약한 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사업인 자활사업도 고민해볼 수 있다.
4) 지역 직업훈련과정 개입
한편, 현재 주로 대규모사업장에 소속됐던 노동자들만 혜택 받고 있는 정부의 직업훈련을 넘어 지역단위 직업훈련 컨소시엄을 노조가 개입하여 꾸려 운영하여 지역 노동시장에 강력히 개입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직업훈련정책은 해당 예산의 소요와 참여자의 구성에서 이미 취업돼 있는 재직자 직업훈련이 대단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대규모사업장에 소속된 노동자들에 국한되고 있는 직업훈련 현실을 지역으로 광범위하게 넓히는 과정인 셈이다. 좀 더 넓은 틀에서 이같이 직업훈련에 노조가 개입한다는 것은, 임금체계 개편논의에 대한 대비의 의미를 가진다. 현재의 임금체계는 자본의 주도하에 연공급에서 생산성에 따른 직능급으로 빠르게 대체되어가고 있다. 노동자가 담당하는 직무의 분석과 평가를 기초로 직무의 중요성과 난이도 등의 가치에 따른 직무급의 기준이 되는 표준화된 직업훈련과정에 노조가 개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5) 지역차원의 복지 확충
산별노조의 지역지부가 지역사회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은 노동시장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예컨대 보육의 문제도, 직장보육시설의 확충이 가능한 기업차원의 재원을 모아 지역사회 보육시설의 확충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여기에 질 높은 보육교사를 대거 채용하고 교육프로그램에 노동자학부모가 개입할 수도 있다. 이로써 맞벌이 노동자가 마음 놓고 노동할 수 있는 기본적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사원기숙사 등을 운용하는 기업의 재원을 모아 대규모 영구임대주택을 분양가 공개 등을 통하여 저렴하게 공급해 광범한 지역노동자를 흡수할 수도 있다. 또한 지역의 사용자들로 하여금 기업의 사회적 책무 차원에서 ‘의료연대기금(가칭)’ 등을 내게 하여 그것을 모아 의료기관(단지)을 설립하고 노동자로 하여금 월 일정액을 내고 의료방문서비스나 예방의학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의료생활협동조합도 모색해볼만 하다. 이로써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민간대형병원에 갈 필요가 없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6) 미조직노동자의 산별노조 유입효과
초보적 수준에서 ‘지역산별 교육기금’을 만들어 산별조합원들에게 일정정도의 교육비 지원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고 ‘지역산별 의료보장기금’을 통해 의료비 본인부담금 중 일부를 보조해주는 것 등을 고민해 볼 수도 있다. 물론 재원은 지역 내 사용자들이 기업규모 별로 자금을 내어놓게도 해야 하겠지만, 산별노조 지역지부와 해당 지자체의 자금출연방식도 결합해 볼 수 있다. 예컨대 ‘지역산별 주택조합’을 조성케 사용자를 압박해 노조 조합원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방식도 있다. 산별노조에 가입했을 때 주어지는 이같은 지역 차원의 복지 혜택은 산별노조 가입의 강력한 유인동기가 되기도 한다. 산별노조가 조합원 가입범위를 모든 노동자에게 개방한다고 저절로 미조직노동자가 가입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7) 정치를 바꾼다
위와 같은 ‘아이디어’ 수준의 지역 개입전략이 실제 작동되는 순간 해당지역의 정치는 상당한 수준 바뀔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자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노동자들이 직접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교육, 주택, 의료, 교통, 산업정책과 관련된 수많은 조례안들과 규정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현재 노동자들은 그것에 대해 까맣게 모르고 있다. 지역 내의 진보정당과 시민단체들 극소수만이 초보적인 대응에 고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차원에서 위와 같은 시도와 훈련들이 거듭되면서 구성원의 관심이 집중되는 순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해당 지역의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뀐다. 이런 식으로 지역사회의 환경, 교육, 보육, 의료, 주거, 교통 등의 지역사회 의제 등에 노동자조직이 개입할 여지는 무한히 넓어지는 법이며 정치 전반에 대한 노동자의 개입력을 높일 수 있다. 이것을 모색하는 길이 바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진보정당의 역할과 그 진보정당에 당원으로 가담한 노동자당원의 역할도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8) 노조활동가들의 자기전망과 역할배치
이 같은 노조의 지역개입전략이 현실화는 노동운동가의 자기전망을 넓히는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현재까지 현장 활동가들이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식 통로는 노조의 집행권한 이외에는 없었다. 이로써 노조 집행권한을 둘러싼 과도한 경쟁과 갈등은 반복되어왔던 과정이었다. 그러나 산별노조 차원의 지역개입전략이 실현되기 시작하면 조합, 지역지부, 사업장 차원의 집행권한 참여 외에도 노동시장 개입에 따른 지역고용위원회(가칭) 위원으로의 참가가 가능하다. 또한 고용안정센타 등 지역노동사무소로의 진출도 가능해진다. 직업훈련 컨소시엄에의 참여와 산별차원의 복지와 관련한 각종 조합에 참여해 주도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교육, 주택, 의료, 교통, 산업정책과 관련한 정치영역으로까지 진출하는 것을 자기 활동의 전망으로 할 수도 있다. 이로써 사회전반에 노동자가 주도하고 참여하는 노동자 중심의 민주적 사회로 한 발짝 다가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