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노동제가 왜 중요했는가. 정치경제학의 ABC인데. 착취정도를 알려주는 지표인, 잉여가치율은 노동시간을 절대적으로 늘이는 방식과 필요노동시간을 상대적으로 줄이는 방식 두가지 있다. 쉽게 말해 전자는 일을 더 많이 시키는 거고 후자는 일을 더 세게 시키는 거다. 후자는 가령 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한다든지 해서 노동강도를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자본가의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막대한 이윤은 여기서 쏟아진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임금인상과 함께 노동시간감축을 가장 중요한 투쟁과제로 삼는다.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거도 힘들지만 노동강도가 세지는 건 더욱 힘들다. 노동자들의 건강이 상하고 생명이 단축된다. 쥐꼬리만큼 오르는 임금은 물가인상을 못따라가고 이런저런 세금에 교육·의료·주거비에 신음한다. 빈곤이 대물림되고 갈수록 삶의 질은 떨어진다. 하여 잘 모르겠지만,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나서게 되고, 일차목표로 임금과 시간을 공격한다. 거기서부터 일이 풀려야 한다고 본능적으로 안다.
그렇게 해서, 피로써 죽음으로써 쟁취한 8시간노동제다. 1886년에 제창한 이래 100여년이 흐른 지금 8시간노동제는 낡은목표가 됐다. 주5일근무에 1일7시간노동제, 이게 기본이다. 그렇게 해야 저녁이 있는 삶이 되고 삶의 질이 개선된다. 최소목표다. 선진국들노동자들은 이렇게 일하고 여름에 두달 바캉스 즐기며 월급은 남의 2배, 실업기금 넉넉, 교육·의료 기본적으로 무상인 사회에 산다. 바꿔 말해, 우리노동자들은 2배 더 일하고 1/2밖에 못받으며 교육·의료비 엄청나며 직장 잃으면 아무런 구제책도 없는 사회에 산다.
하나 더, 8시간노동제는 최저임금제와 함께 단순한 생활적인 처우개선투쟁이 아니라 정치적인 정권쟁취투쟁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의 과제들이다. 경제투쟁에서 정치투쟁으로 비상하는 날개들이라고나 할까. 노동자들이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은 처지의 동료(계급)이라는 걸 자각하고, 한번의 월급이 아니라 좀더 지속적인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걸 자각하고, 나아가 정권을 바꿔 노동자들대표가 국회다수를 이루고 노동자·민중의 정부를 세워야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 세상은 뒤집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중요했고 지금도 중요하다.
조덕원
*기사제휴: 21세기민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