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사용자의 직장내괴롭힘조사는 사용자의 몫이라는 내용으로 직장내괴롭힘사건처리지침을 개정한후 괴롭힘피해자들의 상담·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개정전 직장내괴롭힘사건처리지침은 <괴롭힘행위자가 사업주나 경영담당자, 사용자의 배우자·4촌이내의 혈족·인척인 경우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한다>고 기재됐다. 노동부는 2022년 이를 <괴롭힘행위자가 사용자인 경우 근로감독관 직접조사와 자체조사 지도·지시를 병행한다>는 내용으로 바꿨다.
직장갑질119는 상담사례들을 공개했다.
직장인A씨는 대표의 괴롭힘을 노동청에 신고했다가 <사측에서 선임한 노무사에게 사건조사를 맡긴다>는 통보를 받았다. 노무사가 실수로 사측에 보낼 문자메시지를 A씨에게 보낸 것이다.
A씨는 가해자가 대표인데, 회사측 돈을 받고 수임된 노무사에게 객관적 조사를 기대할수 없다는 것은 상식 아니냐고 역설했다.
직장인B씨는 대표의 괴롭힘을 신고했다가 사측선임노무사의 조사를 받았다. B씨는 노무사에게 동료들의 증언을 제출하면서 회사CCTV에 대표의 위협적인 행동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사는 영상을 확인했다면서 괴롭힘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직장인C씨는 회사대표의 심각한 폭언·욕설을 노동청에 신고했으나 지침개정을 이유로, 회사대표(사용자)의 괴롭힘이라 해도 규정상 사용자가 조사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대표는 A씨 등 직원들에게 <그 큰 머리에 뇌는 요만하냐>, <쓰레기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무식의 소산이다> 등 폭언을 일삼았다.
한편 노동부는 지침개정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용자는 괴롭힘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한다>는 직장내괴롭힘금지법(근로기준법제76조의2·3)조항 적용에 충실했다는 취지다. 근로감독관이 직접조사를 병행하도록 하고 있으니 조사객관성도 확보된다고 덧붙였다.
김유경노무사는 사용자는 직장내 괴롭힘행위주체 중 유일하게 과태료부과대상이라며 그런 사용자의 괴롭힘조사를 사용자에게 맡긴다는 것은 법개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실제 근로감독관 직접조사 병행이 어떤 기준으로, 어느 정도 비율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며 현재 병행조사규정은 일선 근로감독관들이 사용자의 조사결과에 의지하거나 직접조사를 해태하는 면죄부로 활용될 뿐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노동청 직접신고는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잡은 동아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노동부는 지금의 황당한 셀프조사지침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용자가 괴롭힘가해자인 경우에는 근로감독관 직접조사가 이뤄질수 있도록 신고사건처리지침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