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법원의 전산 유지·보수 하청노동자 80여명이 <법질(법원의 갑질)을 멈추라>며 오는 7월1일 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전국 174개 각급 법원과 등기소의 전산 장비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법원 협력업체 노동자 160여명 중 절반이 모였다. 사법부 역사상 최초의 하청노동자 파업이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법원 사법전산운영자지부와 전국법원 등기전산지회는 이날 오전 파업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중간착취,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라>며 <전산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당장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김창우지회장은 <하청노동자 인건비는 법원행정처에 의해 1차로 착취되고, 용역업체에 2차로 착취되고 있다>며 <법원행정처가 기획재정부로부터 배정 받은 예산 중 20~40%를 삭감한 금액을 용역업체에 주고, 업체는 이 중 절반 가량을 이윤으로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행정처는 <할인율>이라는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전례가 없는 제도를 내세워 (기재부 예산과 무관하게) 용역 대금을 21억원 정도에 계속 고정시켜왔다>며 <이 금액을 법원행정처가 어떻게 쓰는지 물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노조 측은 2020년 법원행정처가 등기소 전산 용역 예산으로 33억여원을 받았으나, 이 중 34.9%(11억5800만원)를 제외한 21억1600만원을 업체에 지급한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이들은 노조가 생기기 전엔 임금 협상을 해본 적이 없다. 등기소 쪽이 특히 열악했다. 등기소에서 올해로 18년 간 일한 김 지회장 임금을 보면 2017년 184만원, 2018년 180만원, 2019년 175만원, 2020년 187만원, 2021년 201만원이다. 사정이 이보다 낫다는 법원 전산직도 25년차 직원이 평균 250만원 가량을 받고 있다.
법원은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의가 이뤄질 때 전산직이 <민간 고도의 기술활용분야>란 이유로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두 개 노조 조합원들은 오는 30일 저녁부터 업무에서 손을 놓는다. 7월 1일이 파업 예정일이지만, 법원 측에서 1일에 해야 할 업무를 6월 30일 저녁 중에 완료하고 퇴근하라고 지시했으며 이 또한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1일과 4일 파업 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다.